마지막 승진
마지막 승진
직원으로 마지막 단계인 1급으로 승진 했다. 입사후 26년만의 일이다. 친하게 지낸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직원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나외에도 2급 1명, 3급 3명이 이번에 승진했다. 우리부로서는 바라는 대로 된 셈이다. 모두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도 하다만, 어디 승진 인사가 능력대로 잘 될 수가 있겠는가? 특히 위원장님의 공이 크신 것 같다.
같이 2급으로 승진한 동료중에 지난해 승진한 사람도 있고 같은 승진인사 그룹에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발표일이 다가올 수록 초조했었다. 그런데 막상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게 직원으로서 마지막 승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은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저녁에는 직원들과 이별 회식을 하였다. 위원장님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참석치 못하고 상무님, 부장님 그리고 전직원이 참석하였다. 우리부 전통적으로 승진해 나가는 사람들이 회식 모임을 준비하고 그날 비용을 전부 책임진다.
'저의 승진은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조감처에 근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항시 조감처를 잊지 않고 조감처 출신으로 조감처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감사와 다짐의 인사말을 하였다.
가끔 술자리에서 승진하진 못한 끔직한 경험을 듣곤한다. 10년, 20년 전의 일인데도 그 충격을 잊지 못하는 사람도 봤다. 나도 지난해 승진 선두 그룹에서 누락되고 그 분함이 서너달은 간 것 같다. 누구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 백방으로 애썼는데 이번에도 누락될 것임을 미리 예감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승진은 승진한 사람에게는 더없는 영광이지만, 주변사람들에게는 꼭 기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심리가 더 보편적일 것이다.
술병을 들고 직원들에게 한 잔씩 권했다. 내가 술을 덜 마시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라도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4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든 동료들에게 최소한의 마무리 의식절차는 필요한 것이니.
되도록 술을 덜 마실려고 했지만 오십명이나 되는 동료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상당히 취했다. 그리고 당초 2차는 않가겠다는 다짐도 무사가되고 몇몇 주당들과 자리를 옮겼다가 이들과 계속 있다가는 다음날이 무사할 것같지 않아 살짝 먼저 자리에 일어났다. 무서운 사람들, 아니면 공짜가 좋은 사람들, 5차까지 간 동료도 있고 다음날 속쓰림에 고생하는 동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