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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와 소똥령 가을 산행

갈-산 2021. 11. 2. 11:32

 

 

11월 1일 월요일 아침 6시49분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하여 9시쯤 인제 용대삼거리에 내렸다.

우선 황태해장국에 메밀 막걸리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섰다. 

일행은 김정오 김종탁 오하석 정기열 정철진과 어부인 그리고 윤한철 7명.

하늘은 조금 흐렸으나 공기는 맑고 청명해 오히려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오늘 걸을 길은 인제 '천리길'과 고성 '평화의 길' 일부, 약 17km. 마장터가는 길과 소똥령 숲길이다. 

이 길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길이였으며, 올 2월 눈이 많이 왔을 때 가려고 했었는데 눈이 1m 이상 쌓여 포기했던 길이였기에 기대가 컸다. 

'마장터' '소똥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은 옛날 소장수, 보부상들이 동해쪽 해안마을에서 인제쪽 내륙마을로 넘나들던 길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것 같았다.   

  

출발지점 '박달나무쉼터'에서 '마장터'까지는 2.2km. 거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오르막이다. 

산길로 접어드니 늦 가을 정취가 물씬 났다. 이미 푸르름은 물러갔고, 떨어진 낙엽이 산길을 덮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단풍나무도 빛나는 선홍빛이 아닌 퇴색하는 검붉은 잎을 달고 있었다.

얕은 고개마루에 있는 작고 볼품없는 성황당. 누가 소원을 축원했나? 종이컵에 소주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 캔이 놓여 있었다. 

마장터. 옛날 작은 장이 섰던 곳. 잡목과 잡초만 무성했다. 그래도 소유권자가 있는지, 출입을 막는 나무막대가 가로 걸쳐져 있었다.    

마장터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부터는 나도 처음 가는 길이다.

꽤 넓은 개울을 건너자 일본잎갈나무 군락지가 나타났다. 소나무과이자만 늘푸른 상록수가 아니고 낙엽송이다.

잎갈나무는 숲속 군계일학같은 나무다. 어떤 나무보다 높이 자라고 쭉쭉 곧 바르다. 숲속의 모델 같다. 이들이 만든 하늘은 화가의 작품같다. 

 

 

 

 

산길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 사람이 다닌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도 한사람 만나지 못했다. 

혹시 잘 못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돼 핸드폰 지도앺을 켰더니 잡히지 않았다.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일까? 정말 잘못 가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걸었다.

오후 1시쯤 폐업한 알프스리조트에 도착했다. 문을 닫은 스키샵, 음식점, 노래방....... 

폐업한 식당 건물 그늘아래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때웠다. 

폐 건축물 시멘트 더미 위에  주황색열매가 눈길을 끌었다.  마치 수많은 호박보석을 달고 있는 것 같았다. 

뭘까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노박덩굴나무 열매였다. 

 

포장된 지방도로를 지나고 비닐하우스 사이 비포장장 흙길을 지나고 흘리 임도로 들어섰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넘어 소똥령 숲길에 도착했다.  

소똥령마을까지 가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모아졌다. 

동행자 중에 체력적으로 한계에 온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도 뒷풀이 식사겸 술한잔은 생략할 수 없어 콜택시를 불려 생돼지갈비집으로 갔다. 

버스시간까지는 1시간10분정도 여유시간이 남았었다. 

그런데 여사장말로는 그 시간으로는 숯불지피는 시간도 있고하여 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인근에 있는 한식집으로 가는 게 어떻냐고 했다. 

고민고민끝에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은 돼지생갈비집에서 뒷풀이 회식을 제대로 하고 택시타고 속초 가서 귀경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 선택은 최선이었다. 돼지생갈비 맛은 최고였고, 덩달아 산행 마무리도 깔끔하게 마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똥령 숲길은 다 걷지 못했다.

내년 2월쯤 눈이 적당하게 내린 다음날 마산봉을 갔다가 소똥령숲길을 걷기로 약속하고 

속초에서 딜럭스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 박달나무쉼터에서 마장터를 거쳐 흘리로 가는 산길은 걷기에 너무 좋았다. 

해발고도 500-700m, 거리 6km.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완만한 산길, 군데군데 물길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걷기에는 너무 좋은 길이었다. 

상원사에서 월정사에 이르는 선재길보다 더 매력적인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