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방통신

2월

2013.2.18 월 맑음

 

오늘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있었다. 내가 당연히 포함돼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빠졌다. 멍했다. 지난해 12월28일 퇴임 후 앞으로 자회사 대표이사가 되면 어떻게 경영을 할까 책도 읽고, 궁리도 했는데 김치국부터 마신 꼴이 돼 버렸다.

내 직장 생활중 처음 격는 일이라 충격이 켰다. 전혀 예상 밖의 일이라, 또 퇴직후 준비한 것도 없었기에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더 좋은 자리를 위해 이번에 빠졌겠지, 자위도 해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이불 속에 있는 것이 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방안을 서성이며 날을 샜다. 결국 추가 인사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2013.2.19 화 맑음

 

회장님께서 오늘 경남지역본부를 방문하셨다. 잘 아는 조합장 두분에게 회장님께 내 문제를 좀 말씀 좀 해 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전화를 다시 했으나 예상했던 대로 신통한 소식은 없었다.

내가 뭘 잘못 한 것일까? 농협, 특히 궁지에 몰린 IT정상화를 위해 정열을 불태웠는데........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았다. 오만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이러다 안되는데. 생각을 고쳐 먹어야지. 나쁜 생각보다 좋은 생각을 갖자. 그런데 마땅한 좋은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세희야, 광우야, 광일아 가족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계속 부르니 마음의 평정이 어느정도 잡혔다. 이럴 때 역시 가족이 최고 인 것 같다.

 

 

2013.2.20 수 맑음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봤다. 활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아 3월에 결혼하는 아들 청첩장 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현직으로 있을 때 결혼 했어야 좋은데.... 그런데 청첩장을 쓰다 보니 3월에 하는 아들 결혼식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투를 쓰다 보니 괴로움에서 잠시나 벗어 날 수 있었다. 

주례를 서기로 하신 전직 회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나를 참 아끼시는 분인데 기대를 저버린 것같아 송구스럽다고 말쓰드렸더니, 오히러 위로의 말씀을 하셨다. 눈물이 났다. 요즘 나는 눈물이 좀 헤퍼진 것같다. 지난번 퇴임때도 레미제라블 영화관람때도 울었었다.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한 눈물에는 인색한 편인데이것도 나이 탓인가?   

'변방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방통신4) 한계령을 위한 연가   (0) 2013.08.20
(변방통신3) '변방통신' 맞죠  (0) 2013.08.20
(변방통신2) 당근과 채찍   (0) 2013.08.20
추억의 종로지점 OSP  (0) 2011.04.19
(변방통신1) 설 연휴 닷새  (0) 201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