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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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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회상 세상이 평등하지 않음에 미안했고 숨 막히는 유신독재에 한탄했다. 실없이 길거리 돌멩이 차고 사거리집에서 깡소주 마시고 고래고래 노래 불렀다. 밤길 별을 보고 아파하고 연습림 숲에서 울기도 하고 새벽 이슬 풀잎처럼 부끄러웠다.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 줄도 모른다.’ 내 맘속에 자리 잡은 그 한마디 사라진 줄 알았는데 회상하니 눈물 난다. 2023.11.28. 꼭 50년 전 나의 대학 시절은 질곡의 시절이었다. 청춘의 낭만은 온데간데없고 자유마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사흘이 멀다하고 데모하고, 선배 복학생은 숨 막히는 유신독재에 항거하여 할복했다. 혼돈과 충격. 동시대 선택받은 지식인으로서 뭐 하나 할 수 없는 나약함에 부끄러웠다. 그래서 분노하고, 좌절하고.....그래도 부끄러웠다. 야학과 농..
김장 김치 배추 4망 12포기 무 1다발 5개, 갓 1묶음, 쪽파 1묶음 하나로마트에서 사고, 미리 사둔 고춧가루 소금 새우젓..... 아내는 추석 무렵부터 김장 걱정을 했다. 밤새워 배추를 절이고 아침 일찍부터 무채를 썰고, 양념을 버무려 절인 배추에 속을 채우고 나니 허리가 쑤시고 아파왔다. 작년엔 김장을 하고 나서, 아내는 “힘들어서 못 하겠다. 내년에는 사서 먹자.”고 했는데 올해는 “내년에 또 담그자.”고 했다. 웃음이 났다. 김치 없이 못 살 듯이 김장 김치 담그지 않고는 한 해를 넘길 수 없는가 보다. 2023.11.21 신혼 때는 엄마가 김장 김치를 담아주셨다. 그 이후로 아내는 서툴렀지만 빠지지 않고 김장 김치를 담았다. 결혼 후, 40년이 넘는 동안 연례행사가 되었다. 젊을 때는 우리 식구가 먹기..
왜 도전하는가 먹고, 먹히지 않고, 새끼를 낳는 행위. 살아있는 생명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도전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 인간에게 주어진 인간만의 능력이다. 인간을, 더 아름답게 하는 원동력은 도전하는 호기심 아닐까. 2023. 11. 13 친구가 ‘Life Lived Wild’라는 책을 나에게 선물했다. ‘지도 끝의 모험, 지구의 마지막 야생에서 보낸 35년’이란 부제가 붙은 산악인이자 환경운동가인 릭 리지웨이가 쓴 책이다. 친구는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들었다.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고, 야생을 사랑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존경스럽고 아름다웠다.
여행 여행은 불편함을 즐기는 것이다. 힘듦도 배고픔도 지루함도. 그러다가 문득 찾아오는 황홀함. 불편함은 몽땅 사라지고 나 자신도 잊게 된다. 삶도 여행을 닮았다. 2023.11.10 친구들과 진도 관내 조도와 관매도를 트레킹 여행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편리한 곳, 좋은 시설에 편하게 여행할 수도 있는데, 굳이 불편한 곳에 어렵게 가서 민박을 하고 땀흘려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함 속에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수나무 11월, 계수나무는 잎을 모두 떨궈 나목이 되고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에서는 솜사탕 향기가 난다. 꽃 피는 봄도 아니고 푸르름 싱싱한 여름도 아닌 저물어 가는 앙상한 늦가을, 신기하게도 향기 솔솔 아파트 숲길 계수나무. 달콤해서, 더 사랑스럽고 추억이 그립다. 2023.11.3. 11월 어느날, 아파트 계수나무 숲길을 지날 때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폐 플래카드로 만든 포대에는 계수나무 낙엽이 담겨 있었고, 솜사탕 향기는 더 진하게 코에 스며들었다. 지난 여름 계수나무 그늘에서 같이 놀던 손녀가 생각났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엄마의 달콤한 체취도 느껴졌다. 대부분 식물은 벌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꽃에서 향기를 뿜는데, 계수나무는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에서 향기를 풍기는 이유는 뭘까? 계수나무..
자작나무 숲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먼 할아버지가 흰 옷 입고 순록떼 몰고 흰 이끼 찾던 흰, 자작나무 숲.
가을 아이쿠, 가을이구나! 왜 저리 서럽게 멍이 들었나. 참, 열심히 살았나 보다.
독일 살이 아내와 나는 매일, 한 방에서 같이 자고 한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가끔, 같이 산책을 나가고 마트도 같이 간다. 손녀와 놀 때도 같이 놀아야 한다. 이건 횡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