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계수나무는 잎을 모두 떨궈
나목이 되고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에서는
솜사탕 향기가 난다.
꽃 피는 봄도 아니고
푸르름 싱싱한 여름도 아닌
저물어 가는 앙상한 늦가을,
신기하게도 향기 솔솔
아파트 숲길 계수나무.
달콤해서, 더
사랑스럽고
추억이 그립다.
2023.11.3.
<노트>
11월 어느날, 아파트 계수나무 숲길을 지날 때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폐 플래카드로 만든 포대에는 계수나무 낙엽이 담겨 있었고, 솜사탕 향기는 더 진하게 코에 스며들었다. 지난 여름 계수나무 그늘에서 같이 놀던 손녀가 생각났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엄마의 달콤한 체취도 느껴졌다. 대부분 식물은 벌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꽃에서 향기를 뿜는데, 계수나무는 늦가을 떨어지는 낙엽에서 향기를 풍기는 이유는 뭘까?
계수나무는 아파트 정원수로 많이 식재되어 있는 나무다. 특이하게 떨어져 누렇게 마른 잎에서 솜사탕 향기가 은은하게 풍긴다. 아마 자신을 분해할 미생물을 불려모아 공양 파티를 베풀고,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떠나온 나무로 빨리 귀소하려는 본능이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