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일요일 아침 6시 동서울 터미널 출발, 비가 올 듯하지만 강행"
북한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여 일요일 오후부턴 비가 오고
월요일에는 전국적으로 제법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모처럼 세운 계획 중단하기는 싫었다.
때로는 비가 올 때, 더 좋은 경험을 할 수가 있고, 쨍쨍 내려쬐는 날씨보다 적당히 비오는 날이 걷기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평일날 가끔 만나 등산을 하는 하석, 진호, 순철이에게 연략을 하였더니 하석이만 OK.
둘만 하기에는 좀 허전한거 같아 올 2월초 한라산 등산을 같이 한 28회 정재근후배에게 연략한 결과 그도 OK.
이번 여행은 속초 장사항을 출발하여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 45,46,47,48,49,50 코스를 2박3일에 걸쳐 걷는 계획이다.
총 거리 65.1km, 소요시간 22시간.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35분 속초행 논스톱 직행버스를 타고 2시간 10분만인 8시45분에 도착.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당 여주인에게 해파랑길에 대해 물었더니 예상 밖, 잘 모른단다. 뜻밖이다.
첫 출발지인 장사항 가는 길을 물어 길을 나셨다.
영량호에서 보는 설악산 전경. 멀리 울산바위, 미시령이 보이고 공룡능선도 보인다.
장사항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 약 10분 거리.
웬걸, 장사항에도 해파랑길 지도만 있고 안내 표지판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더 걸어 속초시와 고성군 경계선을 넘으니 첫번째 해파랑길 안내 표지판이 나타났다.
왜 속초에서는 해파랑길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일요일오전, 거의 점심때가 되 가는 데도 해수욕장은 한적하다.
이 길, 평화누리길이자 해파랑길을 쭉 따라 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철조망, 나무데크 그리고 그림 같은 정자 청간정.
동해안 일출의 최고 명소란다.
소나무 숲이 멋있다.
꼭미남(?)운영하는 팥빙수 가게, 손님은 없다.
서울은 비가 온다는데, 이곳은 구름 낀 날씨. 그래도 하석이는 얼굴 탄다고 탈레반 가면을 하고 있다.
나와 인연이 많고 호홉이 잘 맞는 28회 후배, 정재근. 이번 도보 여행에 휴가를 내고 동참했다.
하파랑길의 또 다른 이름 낭만가도(?)
2시쯤 하얀집에서 물회 점심을 먹었다. 손님이 없어 그런지 대부분 음식점은 문을 닫아 식당 찾기도 쉽지 않다.
하얀집은 TV맛집 코너에도 소개된 소문난 음식점임
점심을 먹고 나니 이곳도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직했다.
송지호 소나무길. 힐링길이다.
왕곡마을 가는 길.
이 마을은 14세기 고려충신이 은거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곳은 화하입지(兵火下入地)의 협소한 분지로 산과 바다에 의해 외해 오부와 차단됨으로서
6.25당시 마을의 위치가 국도에서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늘 벌써 25km 이상 걸었다. 많이도 걸었다.
혹시 오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속도를 내 걸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리산 종주도 했고 공릉능선도 넘고,또 평지 길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배냥무게가 15kg은 족히 넘고, 또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무릎에 통증도 오고, 어깨도 허리도 아파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지 걷기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등산때와는 다른 근육을 쓴다는 것을 절절히 느껴졌다.
또 무엇보다 이런 장거리 도보 여행은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 컸다.
발목, 무릎, 사타구니, 어깨에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평소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준비 없이 온 것이 탈의 원인이었다.
마치 윤활유를 치지 않은 기계 같이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는 도종 쉴 곳을 찾지 못해 거의 쉬지 못했다.
겨우 공현진 해변에서 여름 피서객을 위해 영업하는 바다 마트를 만나 하석이는 빙과를 먹고 나와 후배는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별내에서 왔다는 마트 여사장과 사진 한 컷.
그냥 여기서 쉬고 싶다. 바다바람 맞으면서 맥주나 마시고 싶다.
드디어 오늘 최종 목적지 가진항에 도착했다.
도로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전화로 확인하고 오늘 숙박지이자 저녁 만찬장인 바다추억에 도착했다.
첫날 걸은 거리 25.5km, 소요시간 8시간 30분. 계획대로 왔다.
짐을 내리고 비에 맞은 신발을 씻어 말리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기분이 산뜻했다.
저녁은 회사일로 내일까지만 동행하고 먼저 서울로 돌아가는 28회 후배가 쏘기로 했다.
자연산 회, 오징어, 성게 ...............술 맛 좋았다.
오늘은 48, 49코스 31.6km다. 예상소요시간 10시간45분.
자고 일어나니 어제 보다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 문을 연 음식점이 없어 아침도 걸은채 출발했다.
서울은 비가 엄청 온다는데 햇볕 쨍쨍.
우산을 양산삼아 걸었다.
벼에 붙은 붉은 생명체는 우렁이 알
논 물속 생명체는 우렁이.
우렁이가 있는 논은 잡초가 없다. 우렁이가 잡초를 먹어 치운다.
소위 말하는 우렁이 농법. 제초제도 쓰지 않고, 제초작업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3,4조.
개구리 밥이 둥둥. 그 곁에 개구리, 살아있다.
도라지 보라꽃, 앙증맞은 참깨 흰꽃
시골 예술가의 집(?).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에 지은 개량주택을 리모델링했다.
정자, 잘 가꿔진 화단, 돌에 그린 유명화가의 그림.......
집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재미있게 사는 거 같다.
철조망과 참새.
이번 도보여행길에서 만난 가장 걷기 편하고 기분 좋은 길.
그림 같은 농촌 풍경.
옥수수밭에 핀 나팔꽃, 그리고 꽃잎이 풍성한 해바라기.
북천강에 한가롭게 낚시하는 강태공.
옛 북천철교를 자전거, 도보길로 복원했다.
벌써 3시간 넘게 걸었는데, 식당을 발견하지 못했다. 저 다리를 넘으면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
해안 초소가 있는 해변가 소나무 숲에서 잠시 쉬면서 초콜릿으로 허기를 달랬다.
큰 건물이 보이면 혹시 식당이 있을까, 차도를 따라 가 보기도 했지만 허탕.
부동산중개업소만 덜렁. 신기루를 쫒은 기분이었다.
여기도 한차례 부동산 광풍이 불고 간 모양이다.
멋진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군인 교회, 그림 멋있다.
드디어 음식점 발견.
우리가 찾은 집은 가마솥 설렁탕집, 11시가 남도 도착 겨우 아침을 먹었다.
난, 강원도에 온 기분으로 막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하석이가 설렁탕을 먹자고 했다.
우선 감자전에 옥수수 막걸리. 감자전은 주인 아줌마가 즉석에서 갈아 부친 것이란다. 맛있다.
그런데, 막걸리 상표명이 '사임당'. 우찌 막걸리 상표 승인이 났을까?
사임당표 막걸리를 마시는 강원도민들, 무슨 생각을 하고 마실까.
아마 한두잔만 마시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 포장도로, 가로수는 해송이다. 한참을 자라야 제 모습이 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멋있는 가로수 길이 되겠지?
해파랑길 주변에서 보는 소나무, 정말 아름답다. 탐 난다.
해풍 때문이지 높이 자라지도 않고 적당한 높이, 버섯 삿갓모양의 수형이 감탄스럽다.
해안가에 있는 20층도 더 되 보이는 아파트. 사는 사람 전망은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보기 흉하다. 주변 경관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아 멋없다. 흉물스럽기 까지 하다.
이걸 허가내준 지자체 무슨 속셈이 있엇을까?
해변 모래사장에 모인 바닷새.
비가 오니 고기잡이를 중단하고 쉼터로 돌아 온 것 같다.
난, 이상하게도 비가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마 어릴 적 추억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 오는 날이면 엄마도, 누나도 논밭에 나가지 않아 좋았고, 또 풀빵을 굽어 먹기도 하고 감자도 삶아 먹었던 좋은 추억.
그리고 큰 물이 나면 형들과 큰 강에 나가 고기잡아 매운탕 끓어 먹었던 좋은 추억..............
하석이도 비오는 날이 좋다고 했다.
비 오면 형들과 만화책을 빌려 봤다고 했다.
요즘도 큰 비오면 안해에게 한강 물구경 가자고 조른다.
드디어 48코스 마자막인 거진항에 들어 셨다.
계속 비가 오니 고깃배도 쉬는 모양이다.
"고성명태는 행운이다"
명태가 안 잡혀도 고성의 행운은 계속 되길........
비 오는 바다, 백섬앞에서
거진해맞이공원에서 김일성 별장까지는 산길이다.
고성구간 해파랑길 유일한 산길이다. 평지만 같다가 오르막 산길을 처음으로 걷게 되었다.
화진포가 내려다 보이는 응봉.
화진포가 안개구름속 흐릿하게 보인다.
화진포의 성.
일제시대 독일 선교사가 지은 집으로 625이전 김일성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화진포 해수욕장.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배후에 민박집도, 회집도, 술집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픈데 또 2km 이상을 걸어야 마을이 나타난다.
화진포 호숫가 해당화 붉은 열매, 늦게 핀 해당화 곷
드디어 찾은 민박집.
어디로 정할까. 우리민박, 꽃집민박, 웰빙하우스.
하석이는 무조건 시설 좋은 집. 난 정취 있는 집.
그런데 결국 정취도 없고 시설도 좋을 것 같지 않은 우리민박으로 결정.
어디로 할까, 얘기중인데 마음씨 좋게뵈는 민박집 주인이 나타나 끌려갔음.
참고로 펜션은 5만원, 우리민박은 3만원.
그런데 결과적으로 우리민박을 선택한 것은 이번 여행의 최고 행운.
28회 후배는 민박집에서 샤워를 하고 서울로 떠났다.
민박집 주변 꽃. 무궁화, 봉선화, 나리, 다아리아, 나팔꽃, 배룡나무, 금잔화, 수수
화진면옥에서 저녁과 아참을 먹었다. 면옥집인데도 면옥은 먹지 않고 설렁탕과 황태국을 먹었다.
혹시, 배탈이나 나지 않을까? 하석이의 현명한 선택.
초도항은 화진포 해수욕장의 배후 역할을 하고 있다.
화진포해수욕장 주변에는 민박집도, 음식점도 없기에 다소 멀어도 이곳으로 모인다.
좁은 골목길에 나이트클럽 간판도 두개나 보이고....
지금은 썰렁하지만 본격 피서철에는 비키니차림 피서객들로 명동처럼 붐빈다고 한다.
여기는 화진포해수욕장이 아닌 인근 초도 해수용장.
화진포에 비해 작고 매우 협소하다.
세쨋날 마지막 50코스, 통일전망대 가는 길.
그런데, 통일전망대는 걸어갈 수 없고 차로 가야한다.
당초 계획은 제진 검문소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갈 요량이었는데,
민박집 아저씨는 택시가 없단다.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해주겠단다.
이런 행운..........................
민박집 아저씨는 은퇴하고 이곳으로 오셨다.
중풍이 와 고생을 좀 하시고 공기 좋은 이곳으로 옮겨 건강도 회복했다고 하셨다.
아직도 몸이 완전하지도 않은데, 우리를 위해 고맙게도 수고를 기꺼이 해주셨다.
당초계획을 수정.
걸어가서 차를 타고 통일전망대를 보려한 계획을 먼저 차를 타고 보고 걸어 내려오기로 변경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쪽 땅. 해금강이 흐릿하게 보인다.
통일을 기원하는 성모상과 부처상
부처님의 인자함
성모상은 왜 이리 예쁘지? 요즘 미인상이네.........
더 이상 갈수 없는 끝자락에서 ........................
2박3일 60키로 정도를 걸었는데도 아직 짱짱,
더 갈 수 있는데.........
DMZ박물관
축복받지못한 탄생...........하루빨리 축복받은 탄생으로 바꿨으면................
휴전협정 김일성 서명
통일기원 희망 tree
난, "걷고싶다. 두만강까지" 라고 달았다.
제진검문소에서 부터 걸어 내려와야 하는데,
통일전망대를 밟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몸도 피곤, 무릎도 시큰....
금강산콘도에서 민박집아저씨와 작별하고 걸어 내려왔다.
드디어 마지막 행선지인 대진항에 도착했다.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 서울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대진항에서 만난 부두식당.
보기는 허름한데 손님이 제법 있어 들렸는데, 꽤 이름난 음식점이었다.
정운찬 전총리가 다녀 갔고,
주인 아줌마 웃음, 마음씨 좋게 느껴진다.
그날 준비한 재료만 쓴다고 한다.
잡어 매운탕,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소주 한병, 하석이는 입만 대고 나머지는 내가..................
이번 여행에서 느낀 하석이는 천상 도회 남자다.
그에 비하면 나는 촌놈.
이런 성격 차이가 오히러 이번 여행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비슷한 성격이었다면 넘칠 수 있는데 적당히 서로 보완했던 것 같다.
물위에 뜬 아름다운 기름, 이것이 이번 여행의 우리 모습같았다.
지난연말 회사를 그만두고, 생전 처음 경험하는 백수 생활. 힘들었다.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좋지 않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가 싫어지기도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사람을 만나기도 싫었다.
남들은 그 나이이면 천수를 누린건데 라고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하드랜딩은 참으로 괴로웠다.
"노력하는 사람은 헤매이기 마련이다"
"확신은 의심의 절대량에 비례한다"
내가 헤매고, 의심하고, 부정하는 것은 시간을 갖고 소프트랜딩하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해드랜딩해야 하는 나에게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와주는 사람도 생기고..........
8월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살아야 겠다.
사람도 만나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부탁도 하고..........앞으로 살아야 하는 3,40년을 다시 설계하자.
이런 마음에서 해파랑길 도보여행을 갑자기 생각했다
..............................................
하석이는 나보다 백수 고참.
그리고 직장 있을 때 퇴직후를 어느정도 준비한 것 같았다. 소프트랜딩을 한 셈이다.
얼마 있으면 한국어강사 자격증도 나온다고 한다.
2박3일 옆에서 지켜 보니 참 어울릴 것 같다.
난 뭐를 하지??????????????????
서울행 버스, 피곤한데 잠도 오지 않았다.
비오는 차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뜻밖의 전화.
행운의 전화일 것 같다.
잘하면 또다른 삶이 시작될 것같은 기분 좋른 예감.
정재근 후배님, 기꺼이 휴가를 내 이번 여행에 동참해 줘서 감사감사, 다음에 또 좋은 추억 만듭시다.
해랑길 도보여행 잘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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