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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일본 여행, 그 섬세함에 반하다

일본 여행, 그 섬세함에 반하다

 

14년만의 동경 여행, 설렘이 컸다. 그간 되도록이면 일본의 지방을 방문하고자 하다보니 오랜만의 동경방문이 되었다. 안해는 함께하는 여행이라 더 기쁜 표정이었고, 처음 타는 넓고 안락한 비지니스석에 상기되었다.

 

동경의 봄 날씨는 좋았고, 차장 밖 동경의 모습은 낯 설지 않았다. 도쿄타워를 거쳐 저녁 만찬장인 일본 정원 하포엔에 있는 고주안으로 갔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초 저녁, 고주안은 은은한 꽃향기 숲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모노 차림의 종종걸음 여 종업원을 따라 만찬장에 자리를 잡으니 오카미상(여주인)이 큰 절로 환영인사를 했다.

 

정원이 내다 보이는 전망 좋은 다다미방에서 일본 전통 고품격 가이세키 요리가 시작되었다. 좋은 요리는 눈과 입으로 즐긴다고 하는데, 그 진수를 맛 보았다. 가이세키요리에는 일본 문화가 녹아 있다. 요리와 그릇이 조화를 이루고 소품 하나하나에도 일본정신이 배어있다. 화려하지 않고 질박한 그릇이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그것이 일본문화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일본 문화의 특징인 예스럽고(さび) 조용함(わび)이 표현돼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포엔(八芳圓)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정원'이란 의미를 지닌 동경의 대표적인 정원이며, 고주안(壺中庵)은 '세속과 떨어진 암자'라는 뜻으로 일본의 저명한 문인 엔도 슈사쿠가 지었다고 한다. 어둠이 깔린, 은은한 조명속의 하포엔과 고주안은 아늑했고 아름다웠다. 숲과 건물과 연못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일본 정원하면 좁은 공간에 자연을 옮겨다 놓은, 그래서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데 하포엔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자연스런 정원이었다.  

 

 

 

 

 

록폰기힐에 있는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하얏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동경의 첫날은 고품격 일본의 음식문화와 정원문화를 체험한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 6시 20분 모닝콜도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어제보다 더 좋은 날씨였다. 17층 객실 창밖  동경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서울에 비하면 길거리도 한산하고 빌딩의 옥상도 정원으로 조성돼 있어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웠다.

 

아침 식사후 부인들은 동경체험과 쇼핑에 나서고, 우리 일행은 사이타마현에 있는 무사시오카골프장으로 갔다. 97년 타이거우즈가 일본에서 첫 플레이 한 곳으로 숲 속에 있는 아름답고 명성높은 골프장이다. 히노키(편백나무), 적송, 벚나무 숲으로 둘려 쌓인 페어웨이는 넓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17번 홀 호수가 감싸고 있는 아일랜드 홀은 환상적이었다.

 

 

 

 

렌탈 골프채에 적응 못해 스코어가 나쁘게 나온 것이 흠이었지만, 전 후반 3시간씩 여유롭게 플레이하고 전반 라운딩 후 1시간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환담하고 소바요리를 즐긴 것은 한국에서 체험할 수 없는 또 다른 골프의 재미였다.    

 

둘째 날 저녁 만찬은 모리모토(森本) 데판야키(鐵板燒)였다. 철판 요리와 스시를 접목한 독창적인 요리로 원형의 철판구이 테이블 앞에 앉아 명인의 공연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요리사의 빠르고 절제된 칼 솜씨는 예술이었다. 잘 숙성된 와규(和牛)요리, 살아 꿈틀 싱싱한 랍스타 요리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고급 와인의 향기가 만찬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호스트인 마스터카드 장 사장은 붉게 달아 오른 얼굴에 미소를 띠며 건배를 제의했고, 다양한 국적의 게스트들도 기분 좋게 분위기에 취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신 박 부행장께서 멋진 요리를 창조해 주신 요리사에게 칭찬과 감사의 메세지를 전했는데, 한글을 영어로 이를 다시 일본어로 통역했다. 페루출신인 세르지오 본부장의 항의로 장 사장이 에스파니아어로 다시 통역해 만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만찬의 분위기는 호소가와 총리가 부시를 초대했다는 이름 난 이자카야로 이어졌다. 명성답게 외국인들로 그득했다. 도리아에즈(우선) 맥주로 목을 축인 후 암모니아 냄새 나는 오키나와 소주로 2차를 한 후, 노래방까지 들렸다. 오랜만에 내가 아는 유일한 일본 노래 키타노다비비토(北の旅人)를 불렸다.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안해는 짐 정리를 하고, 나는 산책에 나섰다. 하얏트 호텔, 모리타워, 아시히TV 등 록본기힐을 재개발한 건물들을 둘려 보았다. 휴일 이른 아침인 탓인지 거리는 한산했고, 쇼핑가는 화려하고 세련되게 멋을 낸 마네킹만이 이방인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상류층 록폰기힐 족이 사는 맨션가의 게야키자카(느티나무언덕)와 사쿠라자카(벚꽃언덕). 작은 언덕길에도 가로수를 심고 이름을 붙여 주니 그 품격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오전 여유시간을 이용해 일본 천황이 사는 고쿄(皇居) 방문에 나셨다. 고쿄는 내가 일본에 있을 때 근무했던 농림중금이 바로 앞에 있고 일본 친구들과 점심 도시락을 먹고 산책을 했던 곳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구로마츠(黑松)정원은 예나 다름없이 잘 가꿔져 있었고, 고쿄안 정원은 숲 꽃 연못이 잘 어우려져 황실 정원다운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오찬은 하얏트 호텔 프랑스 요리점 "더프렌치키친" 별실에서 장식했다. 전속 요리사가 눈 앞에서 선보이는 요리 장면을 직접 보면서 고품격 전통 프랑스 요리를 즐겼다. 장사장은 마스터카드 행사에 참석해주신데 대해 또다시 감사의 인사를 했고, 이 부행장은 2박3일 동안 좋은 날씨 속에서 아무 불편없이 즐겁게 고급 일본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수고하신 마스트카드 임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아름다운 동경 여행을 기억하고 마스터카드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

 

 

 

처음 여행 초청을 받을 때부터 인상이 깊었다. 초대장, 종이가방의 색깔 그리고 정중함 등등. 일본 여행의 기획 컨섭에서부터 일본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붉은 주황색 종이백에서 왠지 모를 일본풍을 느꼈는데, 그 색은 마스터카드의 심볼색임을 뒤에 깨달았고, 또 그 색은 일본개국신을 모신 미야자키신규(宮崎神宮)에서 배낭 여행중 만난 인상깊었던 미코상(신사에서 일하는 무녀)의 하까마(치마)와 뒷머리 댕기묶음 색깔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こだわり)을 미덕이라 여기고 자기분야에서 최고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평생을 바치는 장인(一生懸命)정신을 숭상하는 것이 일본다움의 정수인 것 같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다시한번 확인한 수확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준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준 마스터카드 임직원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Priceless를 추구하는 마스트카드의 기본정신과도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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