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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아오모리와 하코다테

 

 

 

 

 

 

 

아오모리는 오래전부터 한 번 가봤으면 했던 곳이다. 아오모리라는 풋사과에서 느껴지는 상큼함, 아오모리(靑森)라는 지명이 주는 매력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아침 9시 30분에 인천 공황을 출발해, 2시간 남짓 날아 12시가 다 되 아오모리 공항을 빠져 나왔다. 아오모리 국제공항은 우리네 시골 버스 정류장 같이 소박했다. 비가 오락가락 내렸지만, 공기는 아오모리라는 이름처럼 신선하고 산뜻했다.

 

우선 아오모리 물류센터 아스팜으로 갔다. 12층 전망대에 오르니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아오모리 항구가 눈에 들어오고, 해상 공원 그리고 아름다운 사장교가 빗방울 맺힌 유리창 너머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내 아가씨가 아오모리 홍보영화 상영 시간이 다되었다고 알려줬다. 2층에 있는 영상관은 우리 외 네댓명이 이미 관람을 하고 있었다. 360도 전면의 거대한 화면에서 아오모리의 자연, 문화 그리고 특산물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줬다.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그리고 뒷쪽을 봐도 볼 수 있도록 돼 있어 입체감이 났지만, 어지럽기도 했다. 

 

 

 

 

네부타 마을로 가기전에 잠시 청룡사라는 일본 사찰에 들렸다. 5년전에 세워진 사찰인데 미륵불상이 일본 최대라고 했다. 5층 목탑은 균형미가 뛰어났고, 주변의 쭉쭉 뻣은 스기나무와 잘 어울렸다. 이 시골 절에 한글 안내장이 비취돼 있었다.  

 

 

 

 

 

 

 

 

운 좋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본당이 개방돼 있었다. 우리와 달리 본존불이 있는 곳은 장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젊은 스님은 건축에 쓰인 자재가 일본에서도 처음으로 쓰인 나무라고 자랑했다. 듣고 보니 향이며 색깔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본당을 지나 미륵불상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바람개비(風車)가 형형색색 꽂혀 있었고, 소원을 적은 나무막대가 보존돼 있었다.

 

 

 

들은 황금빛이었다.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가을 들녘의 정취를 일본에서 느끼게 되었다. 아오모리가 서울보다 북쪽에, 평양과 비슷한 위치에 있기에 가을이 빨리 오는 것 같았다. 낮 기온이 15도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벼베기를 끝낸 논에 나무지주를 박아 가지런히 매달아 말리는 볏단이 이색적이었다.

아오모리에서 일본 사과 생산량의 50%가 출하된다고 한다.    

 

날신하게 뻗은 스기나무 숲길을 따라 가니 네부타 마을이 나타났다. 8월초에 6일에 걸쳐 열리는 네부타 마츠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며, 매년 300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했다.  

 

 

 

 

 

 무섭게 생긴 네부타 미코시. 주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용맹스런 장수들을 모델로 한다고 한다. 여름 한창 바쁜 영농철에 졸리는 잠을 �고 열심히 일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네부타는 일본종이와 철사로 만드는데, 1대 제작비로 대략 2천만엔이라는 거금이 소요되는데, 기업체들이 후원한다고 한다.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츠리와 별개로 히로사끼(弘前)시에서는 네푸타마츠리를 열고 있다.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는 인물을 형상화한데 비해, 히로사끼 마츠리는 부채 모양을 형상화 했고, 이름도 다르게 네타라고 한다.

 

지금은 마츠리거 끝난 계절, 지난 여름 축제기간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미코시가 위풍당당 보존돼 있었다. 마츠리를 경험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었고, 마츠리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중독성 강한 2박자 음악에 맞춰, 마츠리 복을 갖춰 입은 오도리꼬(무희)의 손을 잡고 춤도 춰보았다. 4톤이나 되는 미코시도 끌어 보왔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네부타 체험 참가 인정서까지 받았다.      

 

 

 

 

 일본 전통 여관 긴스이(錦水)에 도착했다. 온천지로 유명하며, 인근에는 멋진 스키장이 있었다. 2층 로비 벽화는 조선 왕실의 일월도가 연상되면서 일본풍의 색감과 우끼요에(浮世畵)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함이 느껴졌다. 조각품들이 품격을 더해 주고 있었는데, 로댕의 진품 조각품도 전시 돼 있었다. 

 

 

 숙소는 전망 좋은 4층 다다미방. 일본 특유의 깔끔함이 구석구석 배여 있었고, 격자문밖으로 잘 가꾼 정원이 정말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선 유카타로 갈아 입고 2층에 있는 온천탕으로 갔다. 욕탕에는 사람이 없었다. 지각변동으로 땅속에 묻혔던 고대 히노키나무로 만들었다는 나무 욕조는 미끄럽지 않고 향이 좋았다. 친절한 여 종업원들로 부터 저녁 서비스를 받고, 술도 한 잔하고 기분좋게 첫날을 보냈다.     

 

 

 

다음날 도와다(十和田)호수로 갔다. 길옆으로는 계속 사과밭이 이어졌다. 잘 가꿔 보디빌딩 선수 팔 처럼 생긴 사과나무 가지에는 빨강, 노랑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산길을 접어 들자 쭉쭉 뻗은 스기나무 숲이 계속 이어졌다. 도와다 호수는 화산이 폭발해 생긴 칼더라 호수로 둘레가 40키로미터를 넘고, 가장 깊은 곳은 300미터가 넘는다고 했다. 도와다 호수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 났는데, 일찍 찾은 관계로 아쉽게 단풍은 볼 수 없었다.    

 

 

도와다 호수 물은 오이라세 계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흘려 들어 간다. 계곡은 깊은 U자형으로 생겼는데, 길이가 약 14키로미터나 되며 표고차는 약 200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도 깨끗했고, 수량도 풍부했다. 너도밤나무 숲으로 뒤덮힌 계류 바로 옆 완만한 산책로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살렸고, 걷기 안성맞춤이었다.

 

 

계류 중간즘 있는 유일한 휴게소 이시가코. 계류옆에 커다란 바위가 계수나무 둥치에 기대어 생긴 석실이 있었다.

 소나무님이라는 이름의 미녀 도둑이 여기서 돈을 빼았았다는 전설이 있었다.

 

 

오이라세 계류를 따라서 마냥 걷고 싶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픈 욕망을 뒤로하고 아오모리역으로 향했다. 산중이라 그런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차가웠다. 약 1700미터 높이의 하코다(八甲田)산 정상부근에는 희끈희끈 눈이 쌓여 있었다. 점심 시간이 어중간 해 역대합실에서 에끼변(역도시락)을 샀다. 오후 1시 반 세이칸 해저열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 하코다테로 출발했다. 세계에서 제일 긴 해저터널을 통과했다.약 2시간 뒤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하코다테는 밤 야경으로 유명하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아 가네모리 창고로 갔다.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곳인데, 지금은 보석 등 기념품 판매장으로 유명하다.    

 

 모토마치 구역에 있는 교회들. 하코다테는 일본에서 제일 먼저 서양에 개방되었는데, 그때 하코다테산 중턱에 교회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하늘에서 보면 열십자형인 성공회 교회인 성요하네 교회, 우아한 하리스토스 정교회, 고딕풍의 카톨릭 모토마치 교회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하코다테의 명물은 야경이었다. 어둑어둑 해지자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모여 들기 시작했다. 벌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30명은 탈 것같은 대형 케이블카가 5분마다 1대씩 운행하고 있었다. 왼쪽은 하코다테항구, 오른쪽은 츠가루 해엽 사이에  하코다테시가지가 조성돼 있고, 맨 끝 하코다테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다. 밤의 하코다테는 그 야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마치 여인의 잘룩한 허리처럼 생긴, 바다와 육지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곡선의 시가지는 세계 제일의 야경이라는 찬사가 아깝지않았다.  마침 날씨 까지 청명해 휘황찬란 보석처럼 반짝였다.

 

 

 

밤 8시가 다되어 마지막 날 숙소, 유노가와 온천지역에 있는 나기사테이(渚亭) 일본풍의 호텔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해, 간단히 손발만 씻고 저녁을 먹었다. 특별히 홋카이도 털게를 주문해서 먹었다. 이 호텔은 대욕장이 있고, 베란다 쪽 시원하게 바다가 보이는 온천이 갖춰져 있었다. 바다바람을 맞으며, 멀리 어선들의 집어등이 밤바다를 밝히는 풍광을 구경하며 즐기는 온천욕은 잊을 수 없다.     

 

 

마지막 날 좀 느지막하게 메이지시대의 유럽풍 성곽인 고료카쿠(五稜郭)로 갔다. 하코다테는 도쿠가와 막부 말기 흑선을 타고 내항한 미국의 페리제독의 개항요구에 굴복해 개항한 최초의 도시다. 하코다테의 통치자였던 난학자 다케다 아야사부로가 서양의 성곽을 본 따 방어에 효율적인 5각형 별모양의 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메이지유신이후 구막부편에 서서 천황중심의 신정부에 저항하다 정벌군에게 항복했다. 

이곳은 봄 벚꽃으로 유명하다는데, 토성위 요염하게 핀 벚꽂과 해자에 비치고 떨어진 벚꽃잎의 아름다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일 것 같았다.

천재 난학자였던 다케다 아야사부로, 고료카쿠 설계자의 동상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에 너도나도 만져 반질반질 윤이 났다. 

 

       

 

 

 

 

 

 

 2박 3일 일본혼슈의 최북단 아오모리와 북해도의 미항 하코다테를 마음 편하게 여행했다. 정성껏 내논 여관의 요리가 보기에 비해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일본적인 모습과 문화를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다. 3일 동안 묘하게 일정상 점심은 제시간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네부타 마을에서 소바와 오뎅, 세이칸 해저열차에서 에끼벤 그리고 하코다테 공항에서 홋카이도 소유라면을 먹은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홋카이도에서만 판매되는 삿포르 클래식 생맥주로 '부라보' 여정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