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즐거움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 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서 -
아 그렇구나. 평소 잘 느끼지 못하는 말이지만 듣고 보면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낙담하고 좌절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에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며, 혼자 조용히 마시는 커피 한잔에서도 슬픔을 이겨내는 작은 기쁨을 얻기도 하지 않던가.
아침과 저녁 출퇴근 때 아파트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난주 금요일, 차량 5부제 날 버스 정류장에서 본 퇴비포대 더미에서 어릴 적 고향 냄새가 느껴졌다. 지난 초봄 내 사무실 품격을 높여 줬던 시크라멘은 다 지고, 고민 끝에 애기 장미로 멋을 냈더니 더 화사해보이고 눈길이 더 많이 간다.
그리고 사무실 내 작은 연못. 파피루스, 워터코인, 물 배추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물고기 여섯 마리가 노는 작은 수조는 무의식중에 찾아가는 휴식공간이다.
이들은 사소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 들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공간이고, 어릴 적 추억을 불려 일으키고, 내가 직접 고르고 만든 것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일상의 즐거움. 생활의 활력소는 특별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즐거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작은 즐거움이 큰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본다.
지난 한 달 여 전산 장애로 고생 많았습니다. 이 글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작았나요?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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