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부터 약 4시간 통고산 등산을 마치고 오후 1시경 휴양림에서 나왔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오후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까?
궁리하다 망양정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바다를 구경하고
왕피천 굴구지 마을로 가기로 했다.
왕피천 유역은 통고산, 천축산으로 둘려 쌓인 오지중의 오지.
그 옛날 왕이 전란을 피해 숨었던 곳이라 하여 '왕피천' 이름이 유래한다고 했다.
실직국 왕이 피신했다고도 하고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입을 맞아 피난했다는 설이 있다.
전형적인 여름날 퇴약볕.
하늘은 더없이 높고 맑았고, 엷은 솜털 구름은 한 폭 그림같았다.
멋진 소나무가 마을의 운치를 더해 주었고,
잘자라 이삭이 패기 시작한 벼논은 여유로움을 더해 줬다.
이곳은 우렁이 농사를 짓고 있다. 우렁이가 풀을 뜯어 먹으니 제초제를 뿌릴 필요가 없단다.
계곡 개울에는 논에서 흘려 들어온 우렁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해가 떨어지자 별이 쏟아졌다.
그 옛날 시골 초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은하수도 목격했다.
여기도 가뭄이 심했다.
계곡 물이 줄어 바닥을 들어 냈고, 강바닥 바위엔 푸른 이끼가 끼어 매우 미끄러웠다.
마침 칡꽃 필 철.
향기로운 칡곷 향이 탐방객 코를 즐겁게 하고,
야생화... 상사화가 눈을 즐겁게 했다.
드디어 목적지 속사 마을.
왕피천 제1구간 시작점이기도 하다.
탐방길 안내도에서는 계곡 양편을 따라 탐방길이 있는 것으로 되 있는데 와보니 반대편 길은 없었다.
할 수 없이 갔던 길로 되돌아 왔다.
아직은 길이 정비가 되 있지 않아 마을 사람들이나 이용할 수 있단다.
돌아오는 길을 찾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민박집.
물 한잔을 얻어 마시면서 들으니,
서울에서 십여년 전에 이곳으로 와서 농사도 짓고 민박도 하고 있단다.
돌아오는 길에 계곡 물에 텀벙.
우리외엔 아무도 없었으니 잠시나마 자유로운 자연인이 되었다.
이번 친구들과 여름휴가 여행은 즐거웠다.
은퇴 후에 친구들과 이렇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
통고산 휴양림에서 1박도 좋았고,
통고산 등산도 즐거웠다.
왕피천 계곡따라 탐방도 또다른 즐거움이었고,
굴구지 시골마을 풍경에선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났다.
숙소에서 먹은 햇반, 라면은 반찬이 없어도 맛있었고,
망양정횟집에서 먹은 가리비 맛은 최고였다.
무엇보다 마지막날 밤,
굴구지 민박집 데크에서 돼지고기에 막걸리 마시면서 바라본 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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