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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에베레스트 트레킹1-남체에서 고소적응, 고쿄까지


드디어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가게 됐다.

기간은 2018년 4월 16일 부터 5월 2일까지, 17일간.

코스는 루크라 - 남체 - 고쿄 - 촐라패스 - 칼라파트르 - 탱보채 - 남체 - 루크라. 

이 코스는 쿰부 히말라야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순환 코스로, 가장 긴 코스이며 힘들기도 하다.

작년부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왕이면 에베레스트 코스로 가기로 마음 먹었었다.

지난해 11월 작정하고 요리조리 재다가 기회를 놓치고, 이번에 히말라야 트레킹 전문 '혜초' 계획에 참가하게 되었다.

같이 산행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청해 봤지만 아무도 응답이 없어 나홀로 참여하였다.

동행자는 14명. 모두 초면이었다.  

 

카트만두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첫 비행기로 루크라 공항에 도착했다.

루크라 공항은 해발 2,840m에 위치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 관문이다.

하지만 고지대에 있고 일기불순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을 때가 많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중 하나다.

시작부터 운이 좋았다.






드디어 본격적인 트레킹 시작.

네팔 여성으로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파상라무게이트를 통과하고,

타르초, 마니석, 초르텐이 함께 있는 마을 어귀를 지나

첫 숙소인 팍딩에 도착했다.




팍딩은 두드코시 강가에 있는 로지마을.

멀리 산너머 구름 사이로 설산이 보였다.

이곳에서 귀여운 셀파 아기소녀를 만났다. 나이는 5,6세 정도.

사진을 찍자고 하니 멋있게 포즈를 취했다. 

표정이 의젓하고 무엇보다 까만 눈빛이 맑았다.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가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이 여자아이, 아니 우리의 여신이 앞으로 여정에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트레킹 둘째날, 머리가 약간 어질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기분좋게 출발했다.

몬조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게이트를 통과하고, 두드코시 강을 따라 계속 걸었다.

이 지역은 백두산 보다 높은 지역으로 벌써 숨쉬기가 편치 못했다.

좁고 가파른 길에서 통행 최우선 순위는 짐을 나르는 동물, 노새나 좁교고 다음은 짐을 나르는 포터다.

뒤에서 방울 소리가 들리거나 휘파람 소리가 나면 길 옆에 비켜서서 길을 내주어야 한다. 

이 때가 가픈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두드코시강은 빠르게 흘렸고, 굽이치는 곳마다 하얀 우유빛 포말을 일으켰다. 이곳 말로 '두드'는 '우유'라는 뜻이다.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놓여 있는 높다란 출렁다리. 

저 다리를 건너서 계속 오르막. 고도 600m를 더 올라야 오늘의 목적지 남체다.

숨소리는 더 거칠어지고, 가슴도 답답해졌다. 처음으로 겪는 난 코스였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신고식이 비로소 시작되는 듯했다.


드디어 해발 3,440m 남체. 이제부터는 계속 3,000 이상 지역이다.

남체는 쿰부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로 에베레스트 트레킹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고소적응을 하고, 부족한 장비와 물자를 보충하는 곳이다.

등산장비점, 카페, 헤어샾, 은행 등등 웬만한 가계는 즐비했다.

우리도 이곳에서 2박을 하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을 준비했다.

  


남체의 첫날 밤, 잠을 설쳤다.

3,000m 이상에서 오는 증세일까.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불안감마져 들었다.

새벽 1시에 잠을 깨 아침까지 뒤척이다 일으났다.

인근부대에서 시간 마다 치는 '땡땡 땡땡..' 2박자 종소리를 모두 들었다.



아침을 먹고 느지막하게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 올랐다.

숙소에서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다. 해발로 440m를 더 올라야 했다.  

잠을 설친 까닭인지 일행보다 약간 뒤 처져 호텔 뒤편 오픈 카페로 갔다.

눈 아래로 히말라야 하이웨이가 산 허리를 감싸고 이어졌고,


오른 쪽으로 아마다블람 그리고 멀리 로체가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베레스트는 옅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다블람은 정중한 자세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에베레스트를  향해 서 있었다.

마치 소중한 분부를 기다리는 충직스런 신하의 모습같았다.




쿰중마을 초르텐.

윗 눈섶이 살짝 내려온 푸른 눈. 볼 수록 온 몸이 사로 잡히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트레킹 무사히 끝내고, 내내 행운이 따르기를 기원합니다."


쿰중마을은 셀파족이 최초로 정착한 곳이란다.

'셀파'란 동쪽에서 넘어온 사람이란 의미로 이곳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마을 뒷쪽에 있는 '쿰비위라산' 은 트레커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셀파족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산이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

그는 쿰중에 학교를 세우고 많은 자선활동을 해 네팔인들로 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트레킹 네째날, 어제밤은 그런대로 잠을 잘잤다.

이제부터 본격 트레킹 시작이다.

잘 관리된 히말라야 하이웨이다.

도중에 도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 길은 정부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기부를 받아 민간인들이 관리한다고 한다.




캉주마, 탐세르쿠 로지.

세계 각국에서 온 트레커들이 멋진 풍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나사 갈림길에서 고쿄로 접어들었다.

아랫길은 텡보채로 가는 길이고, 윗길은 고쿄로 가는 길이다.




몽라 해발 4,150m. 드디어 4천미터 높이까지 올랐다.

탐세르쿠는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트레커들을 지켜보고 있고,

아마다블람은 뒷모습만 보인 채 수많은 풍운을 간직한 오랜된 초르텐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시 해발 3,680m 포르첸텐가. 네번째 숙소다.

계곡 건너 포르첸 마을이 있다. 왕복 2시간 거리. 쿰부히말라야 다쿠멘터리 단골 촬영지라는 말에 솔깃하여 지친 몸을 끌고 건너갔다.

마을입구에는 역시 초르텐이 있고, 자작나무의 일종인 거제수나무 숲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느티나무 성황당 숲을 연상시켰다.   

이 마을도 셀파 양성학교가 있는 셀파들의 마을이란다.





트레킹 다섯째날.

본격적으로 4천미터 지대에 진입했다.

수목한계선도 지났다. 간간히 눈에 띄던 거제수나무, 날리그라스, 전나무 등 교목은 사라지고

향나무도 몸을 바짝 낮춰 땅에 누워 자란다.


드디어 멀리 고개 넘어 흰눈에 쌓인 초유가 모습을 드러내고, 

속살이 훤히 드러난 산 언덕배기에서 야크만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야크는 셀파족과 뗄 수 없는 짐승이며, 셀파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이경쟁을 피해 고지대로 고지대로 올라온 야크.

셀파족에게 젖, 고기, 가죽을 제공할 뿐 아니라 똥마저도 연로로 사용되는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요즘 에베레스트를 찾는 트레커 짐을 운반하는 좁교는 숫야크와 암물소간 이종교배종이다.

야크의 역할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는 셈이다.


셀파족은 왜 이곳, 험준하고 추운 이곳으로 왔을까?

전쟁을 피해서? 종교적 이유에서?

그들의 지도자가 어떤 이유에서 험준한 고개를 넘어 외딴 이곳 쿰부지역으로 왔는지 모르지만,

그 후손들은 험준한 에베레스트 덕분에 세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트레커들로 인해 비교적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것 같다.

남체의 땅과 집은 수도 카트만두에 버금가며, 부를 축적한 사람들도 많단다.

사람이 살기엔 춥고 불편한 이곳에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셀파족들도 비가역적 고엔트로피 문명사회 동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드디어 해발 4,790m 고쿄에 도착했다. 

로지 앞 호수는 비취빛, 색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아침에 고쿄리에 오르는 일정을 앞당겨 해발 5,357m 고쿄리에 올랐다.

빤히 보이는 언덕같이 보이는 산이지만 고도 약 600m, 경사도 3,40도 가파른 코스다.

해발 5천미터에서 오르막 산행은 정말 힘들었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구름에 덮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고쿄리에서 보는 에베레스트가 장관이라는데 아쉽게 됐다.

고쿄리 등정은 이번 일정에서 가장 힘든 촐라패스를 넘기 위한 훈련 성격이 강했다.


지금까지 날씨는 쭉 좋았다.

우리가 출발하는 아침부터 하늘은 파랗게 맑았다가 로지에 도착할 즈음,

오후부터는 구름이 끼는 기막힌 날씨 행운이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