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주왕산을 다녀오게 됐다.
갑자기 친구가 '11월 초 주왕산 어때?'라는 전화에 '좋지'라고 답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그런데, 친구는 덕유산을 주왕산이라고 잘못 얘기했단다.
만약 친구가 덕유산가자고 했다면,
지난 겨울 덕유산 눈길 종주 때 끔찍하게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거절했을 것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40분 안동과 청송 경유 주왕산행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오후 1시쯤 주왕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첫날 장군봉을 오르고 주산지로 이동해 1박을 하고 새벽 주산지를 보고,
절골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주왕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잡았다.
주왕산에 가면서 주봉인 주왕산은 일정에 빠졌다.
장군봉을 올라야 빼어난 주왕산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블로거 후기를 보고 코스를 결정했다.
첫날 장군봉 왕복 4.6km, 둘째날 주산지 왕복 2.0km, 주왕산 계곡탐방 14.6km. 이틀동안 총 21.2km
깃발바위 아래 명당에 자리잡은 주전사.
노란 은행나무 단풍과 바위산이 주왕산 가을의 최고 뷰 포인트라는데,
아쉽게도 갑자기 닥친 한파로 은행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멀리 보이는 게 주왕산 주봉,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괴암이 주전사 배경인 깃발바위다.
주왕산은 국립공원이자, 국가지정지질공원에 속한다.
뛰어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질학적으로 매우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먼 옛날 이곳은 오랫동안 평평한 분지와 호수였다.
울창한 숲이 형성돼 있었고, 공룡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약 8천만년전부터 수 차례 화산이 폭발하였고,
이 때 뜨건운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려 내려 이 분지에 쌓이고 쌓였다.
수백미터 두께로 쌓인 화산재는 열과 무게에 의해 변성되고 압축되어 단단하게 암석화했고,
식어 수축하는 과정에서 수직, 수평으로 절리현상이 발생했다.
그 후 다시 오랜시간이 흐르는 동안 암석 틈새로 물이 스며들고,
암석의 강도에 따라 차별 침식이 진행되어 오늘날과 같은 빼어난 절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주산지 입구에서 1박을 하고 절골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절골은 단풍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작스럽게 한파가 찾아와 색깔도 칙칙하고 잎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약 4km에 달하는 계곡은 거의 평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계속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었다.
꼭 산속에 있는 들길같은 느낌이었다.
보통, 계곡길이라 해도 가파른 오르막이 있고 아찔한 바윗길이 있고 계곡에서 한참 멀어지기도 하는데,
이곳은 달랐다.
절골계곡이 우리나라 최고로 걷기 좋은 계곡이라는 데 주저없이 동의하겠다.
어떻게 이렇게 특이하게 쭉 평탄한 'ㄴ자"계곡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응회암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 바위 덩어리.
물, 바람, 중력 그리고 세월을 이기지 못해 바위조각들이 떨어지는 침식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바위덩어리를 야무지게 움켜지고 있는 신나무
낙엽송, 천이의 극상 수종인 서어나무와 경쟁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곡의 숲은 참나무류, 단풍나무 등 활엽수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고 소나무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천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계곡을 벗어나 산중턱 양지바른 곳에 이르자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이곳 소나무는 구불구불.
울진 금강송지대와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수형은 많이 달랐다.
큰 소나무는 하나같이 큰 상처, 송진채취 흔적을 안고 있었다.
일제말기 비행기 기름용으로 악랄하게 약탈해간 흔적인가?
그렇게 보기에는 상처가 너무 생생했다.
알고 보니 1970년대 먹고 살기 힘들 때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란다.
변변한 수입원이 없던 당시 산골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 송진이었단다.
송진은 비누, 종이, 광택제, 접착제 등 공업원료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단다.
1976년 주왕산 국립공원 지정 후 송진채취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수종들로 구성된 혼합림.
침엽수와 활엽수, 양수와 음수가 서로 경쟁하면서 공생하는 모습이 조화롭고 아름답다.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식생이 판연히 다르다.
남사면 양지는 푸른 빛 늘푸른 소나무가 여전히 점령하고 있고,
북사면은 낙엽 활엽수가 늦가을 숲 풍경을 만들고 있다.
과거 내원동 마을이 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전란을 피해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고 한 때는 500호나 됐다고한다.
625 전란 때, 마을이 불 탔고, 지금은 빈 마을만 남았다.
내원동에서부터 4km 넘게 거의 평탄한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주왕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암석.
퇴적과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 졌다.
평탄하던 계곡은 깍아 지른 절벽과 폭포에 의해 가로 막힌다.
이런 협곡 덕분에 주왕계곡은 천혜의 요새가 되었고,
당나라때 반역을 일으켰던 주왕이 이곳에 숨어 들었는가 보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단단한 응회암층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냉각 수축시 만들어진 미세한 바위틈새,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바위 사이로 물이 스며 들어 물길이 만들어 졌을 것이고
끊임없는 침식, 하식에 의해 이렇게 협곡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주왕산은 화산이 만들고 오랜시간 동안 물이 조각한 명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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