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을 짜면서 민박집과 음식점은 정하지 않았다.
주왕산 터미널에 도착해 타고온 버스 기사님에게 좋은 음식점 좀 추천해 달라했더니 '주왕산 관광식당'을 소개했다.
우선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장군봉에 올랐다가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 간단한 안주에 막걸리를 두세 잔 했다.
그런데 반갑게도 친구가 부회장으로 있는 '부산생탁'을 팔고 있었다.
'부라보'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날렸다.
주산지로 가는 차는 조금 전에 떠났고, 다음 차편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할 수 없이 식당 주인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렸다. 택시비는 2만5천원.
주산지에 가면 민박집이 많이 있고, 평일이라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갈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식당 주인은 미리 잡고 가는게 좋을 거라면서 아는 민박집을 소개 해줬다.
10만원 짜리 큰 방을 8만원에.
그러면서, 미리 민박집을 정하고 차를 보내 달라하면 1만원이면 되는데 괜히 비싼 택시를 타게 됐다고 했다.
민박집 여 사장은 서글서글 호탕했다.
음식 솜씨도 좋고 넉살도 좋고, 젊었을 때는 청송에서 한 가닥했다고 했다.
비싼 택시 타고 왔다고 또 1만원 할인.
저녁식사로 달기약수 닭백숙을 주문하고, 해질녁 주산지 탐방에 나섰다.
갑자기 닥친 한파에 깜짝놀란 대추나무는 파란 잎을 모두 떨궈냈다.
나무는 가을이 되면 염록소를 파괴, 자가분해해 소중한 구성물질을 거둬 들이는데,
예상치 못한 한파에 당황해 엉겁결에 푸른 잎을 그냥 내려 놓았는가 보다.
청송 사과,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11월 4일부터 이곳 청송 사과 축제가 시작된단다.
주산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그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많이 몰린다.
새벽 물안개 피어오를 때 몽환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민박집이 동날 때가 많다고 한다.
주산지는 약 300년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이곳 지역의 농업 용수로 쓰이고 물이 부족할 때는 식수로도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가물어도 바닥을 들어내도록 마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특이한 호수 바닥 구조 때문이다.
호수 맨 밑바닥은 치밀한 조직의 용결응회암이 수반처럼 받치고 있고
그 위로는 비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이 쌓인 큰 그릇과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비용결응회암과 퇴적암층에서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식 물을 흘려 보내기 때문에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고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 아침 새벽부터 물안개 속 왕버들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다.
주산지 저수지 속 왕버들.
언제부터 있었으며, 물속에서 어떻게 살아 왔을까?
오래된 왕버들은 300살이 넘는다고 한다.
주산지가 만들어 지기 전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려 지금까지 살고 있는 셈이다.
나무는 뿌리도 호홉을 해야 살 수 있는데, 물속에서 오랫동안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왕 궁금?
맹그로브 나무나 낙우송 처럼 호홉근이 있는가?
태안 천리포 수목원 낙우송.
물밖으로 삐죽삐죽 나온 호홉근으로 숨을 쉰다.
새벽 물안개 속 주산지는 신비롭고 경외롭다.
늙은 왕버들이 세월의 흔적을 훈장처럼 달고 위엄있게 서있고,
호수는 살아 꿈틀 대는 듯 하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여기서 촬영한 감독의 마음이 느껴진다.
생명체도 계절처럼 윤회를 하는 것일까?
나의 전생은 뭘까?
윤회의 시작과 끝도 있을까? 쓸데 없는 망상이 꼬리를 문다.
하나 분명한 것은 오늘 이곳에서 왕버들과 나는 서로 기를 나눴다는 것.
나의 날 숨으로 나간 이산화탄소는 왕버들의 몸의 일부분이 되었을 것이고,
왕버들이 뿜어 낸 산소는 내 생명의 기운이 되었을 것이다.
민박집 여사장은 영화속 절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 했다.
마을 어른들이 저수지 물을 오염시킨다고 철거했단다.
절이 둥둥 떠 있는 저수지.
영화속에서는 멋있게 보였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만약 있었다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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