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태탐방

경동성 요곡운동

소백, 함경 산맥은 중국방향이나 1차 산맥(경동성요곡운동 받은)임

경동성 요곡운동에 의해 서서히 솟아올라

소백산 제1연화봉에서 서쪽의 비로봉, 혹은 정상 비로봉에서 동쪽의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바라보면 양쪽 모두 마치 여인네의 몸매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평탄한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구릉으로 이어지는 평탄지형을 두고 지형학 용어로는 고위평탄면(高位平坦面)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소백산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이와 같은 고위평탄면은 어떻게 해서 형성된 것일까.

다양하고도 복잡한 지질대로 구성되어 있는 이 땅 한반도는 커다란 지각변동 없이 안정된 가운데 고생대(약 5억3천만~2억7천만 년 전)라는 긴 지질시대를 거쳤다. 그러나 중생대(약 2억7천만~6천5백만 년 전)에 이르러 몇 차례 전국적인 규모의 화산과 지진활동을 수반한 가운데 습곡과 단층운동 등의 복잡한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의 모습이 이전 고생대 당시 보다 더 굴곡이 심한 파동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됐다. 이후 이러한 틀을 유지한 가운데 또다시 신생대(약 6천5백만 년 전~현세)를 거치며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풍화가 이루어져 지표가 심하게 깎여나갔다.

그런데 신생대 제3기 중엽 약 2천3백만 년 전 일본지각판이 한국 지각판을 밀어붙이는 지구조적 변동에 의해 한반도 땅덩어리가 크게 융기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동쪽이 서쪽에 비해 크게 융기하는 경동성 요곡운동에 의해 한반도와 같은 방향을 이루는 낭림산맥, 마천령산맥, 태백산맥, 그리고 태백산맥에서 분기하여 남으로 내달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맥이 형성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오랜 지질시대를 거치며 침식을 받아 저평화된 구릉성 평지들의 일부가 커다란 지각변동 없이 지반 융기와 함께 그대로 솟아올라 지금의 높은 고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소백산 주능선 상의 구릉성 고원지대, 즉 고위평탄면은 이렇게 해서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곳 소백산의 고원성 평탄지형은 한반도가 융기하기 이전 다시 말해 소백산맥이 형성되기 이전의 지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화석 지형으로 간주된다. 강원도 대관령~선자령을 비롯해 오대산, 태백산, 매봉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을 타고 나타나는 고원성 평탄지형들은 모두 한반도가 신생대 약 2천3백만 년 전 융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지형들인 것이다.

한편 소백산의 경우 주능선을 경계로 북서쪽 단양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반면, 남동쪽 풍기쪽은 급경사를 이루는데, 이는 소백산맥을 따라 전 구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지반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동쪽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크게 작용한 습곡운동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태백산맥 또한 동쪽 사면이 서쪽 사면보다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백두대간 전 구간에 걸쳐 같은 방향의 지질적인 압력과 힘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산자락으로 지질을 달리하며 발달한 석회동굴

비로봉에서 북쪽 단양의 다리안 국민관광단지로 이어지는 천동계곡의 끝자락 천동리에는 석회동(石灰洞)인 천동동굴이 발달해 있어 소백산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보게 한다. 천동동굴은 470m 길이밖에 안 되는 작은 동굴이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석순과 종유석 등의 동굴 생성물이 넘쳐나 밋밋하게만 이어지던 소백산의 부족함(?)을 메워 주려는 듯 마치 지하 세계에 궁전과도 같은 별천지의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더 아래로 고수리에는 우리나라 석회동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고수동굴(천연기념물 제256호), 그 옆 노동리에는 노동동굴(천연기념물 제262호)이 있으며, 구인사 쪽 영춘면에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이 있어 소백산 북쪽 산자락에는 석회동굴이 밀집 분포하고 있다.

그런데 석회동굴은 왜 소백산 남쪽이 아닌 북쪽 단양쪽에만 분포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석회동굴을 배태할 수 있는 기반암인 석회암이 남한강을 끼고 있는 북쪽 단양쪽에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분포하는 석회암층은 고생대 약 5억년 전~4억 년 전 사이 우리나라가 적도 이남에 위치할 당시 얕은 바다에 살던 산호, 조류, 패류들의 껍질이나 골격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3)은 빗물이나 물에 잘 녹는다. 지하의 석회암층에 발달한 절리면이나 암석의 틈을 따라 지하수가 침투해 점차 석회암층을 녹여가면서 깎아낸다. 석회암의 용식과 더불어 지하수의 물길은 점차 아래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그 이전에 흐르던 상부의 물길은 빗물이나 지하수의 유입과 흐름이 차단되어 속이 텅빈 공동(空洞, cave)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흑운모 화강암질 편마암이 주를 이루는 소백산산체의 말단부가 석회암과 접하는 곳에 발달한 천동동굴을 비롯한 석회동굴들은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들이다. 그리고 석회동굴들은 그 형성시기가 대략 30만~10만 년 전 사이일 것이라는 것이 동굴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