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월요일 새벽 지리산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섰다.
며칠 전 만복대에서 찍은 지리산 종주능선 사진을 보고 홀린 듯 지리산 산행 계획을 세웠다.
코스는 화엄사에서 시작해 노고단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만복대에서 지리능선을 느끼고 남원쪽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짰다.
연말이라 바쁜 탓인지 초등학교 동창 친구 한 명만이 동행했다.
아침 8시 남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1시 10분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했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빗방울마저 간간히 떨어졌다.
터미널 뒷편에 있는, 구례 올 때마다 찾는 '순대백화점'에서 피순대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남은 파김치와 밥을 비닐봉지 담아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갔다.
화엄사 가람 배치가 아름답다. 주변 산세와도 잘 어울리고~~
아쉽게도 사사자삼층탑은 수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화엄사에 오면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난다.
어느해 여름 휴가 때 고향에 왔다가 어머님을 모시고 왔었는데,
그 때 보제루 기둥을 쓰다듬어면서 기원하시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보제루 기둥, 깊게 파인 골은 어머님 주름같다.
화엄사길은 처음이다.
노고단 대피소까지 7km.
등산로는 바위돌을 깔아 잘 닦여 있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걷기는 좀 불편했다.
계곡은 숲이 울창했고, 겨울임에도 물소리로 상쾌했다.
사람 키보다 큰 이대, 설대가 색대른 멋을 느끼게 했다.
화엄사 계곡. 두 능선이 만나는 선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마치 두개의 톱니가 맞 물려 있는 것 같다.
겨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화엄사 계곡은 완만하지만, 계속 오르막이라 결코 만만치가 않다.
산행중에 비도 제법 굵어져 여느 산행보다 힘들게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노고단에 올랐다.
새벽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총총, 손에 잡힐 듯 가가이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그런데, 노고단 정상은 올라갈 수 없었다. 주 등산로는 4시부터 개방하는데,
노고단 정상은 10시부터 입산을 허용하고 있었다.
사정을 하고, 억지를 부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 노고단 고개 돌탑주변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성삼재를 지나 작은 고리봉에서 잡은 반야봉 아가씨.
선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만복대에서는 지리산 주능선을 전부 조망할 수 있다.
멀리 능선 너머너머 천왕봉이 중봉을 옆에 끼고 솟아있고, 물결치듯 반야봉 노고단까지 이어져 있다.
나무가 옷을 벗는 겨울, 산의 몸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흙이 많은 지리산은 부드러움 가운데 강건함을 지닌 어머니같다.
지리산 주능선 자락과 서북능선 자락이 만나 만든 달궁 계곡.
만복대 정상 부근에서 본 퇴적암 바위덩어리.
이곳이 옛날 물속 퇴적층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능선 등산로 주변 물푸레나무 야생 군락지
산 중턱 너덜너덜 수피를 달고 있는 거제수 나무 군락지도 보였다.
오후 1시쯤 정령치에 도착하니 텅텅 비어 있었다.
겨울철 차량통행을 통제해 택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큰 고리봉을 올라 하산하는 길은 4km,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6km.
임도길을 택했다. 내리막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계속 내리막 시멘트 길 6km는 만만치 않았다.
평소 많이 쓰지 않던 근육훈련 톡톡히 했다.
이틀동안 총 산행거리 약 24km.
덕분에 오랜만에 기분좋은 산행의 추억이 이삼일 동안 근육에 진하게 느껴졌다.
'생태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량도에서 처사처럼 사는 동인 (0) | 2017.04.05 |
---|---|
도산사원에서 예던길 걸어 청량산까지 (0) | 2017.01.01 |
경동성 요곡운동 (0) | 2016.11.21 |
우리나라의 지형형성과정과 지체구조 (0) | 2016.11.21 |
농암의 孝·퇴계의 詩 품은 500년 전 그 길을 걷다(스크랩) (0) | 2016.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