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네째날, 여전히 날씨는 쾌청.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날씨가 받쳐줘야 하는데, 이번 여행중 날씨는 최상이었다.
펜션 주인에게 하루 더 머물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방이 없다면서, 다른 펜션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고맙게도 RV차로 올레8코스 출발점인 월평마을까지 태워줬다.
띠꽃, 오랜만에 본다. 삐삐라고도 한다.
봄 배고플 때, 꽃이 패기 전 통통하게 물오른 삐삐를 따 먹곤 했던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 났다.
중문단지 넘어가는 언덕.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노란 들꽃, 야자나무.
너무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이다.
주상절리 해변
중문색달 해수욕장
외국 여자애들 과감, 상체 알몸으로 일광욕중.
중국애들은 호텔 카운을 입고, 산책하고 있다.
뭔 살풀이 굿을 하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산책하는 연인들 .
올레8코스에서는 식사할 곳이 없었다.
중문단지내 아침식사된다고 안내된 음식점도 9시넘어 문을 열었다.
아침도 거른 채 걷다가 11시쯤에 돌고래 쑈를 하는 퍼시픽랜드에서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
오후 1시가 넘어 중문단지내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드디어 8코스 종착지 대평마을 해안가.
형세는 먼저 떠나고 원상이와 나는 전망좋은 카페에서 느긋하게 제주 오후를 만끽했다.
맑은 하늘, 노란 바다, 박수기정 절벽, 청초로운 데이지꽃 그리고 느릿한 오후 햇살.
대평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중문단지 숙소, 귤향기 펜션으러 돌아 왔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원상이와 나는 8시쯤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하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날 아침 7시 배낭은 숙소에 두고, 다시 빈몸으로 버스를 타고 9코스 출발점인 대평으로 갔다.
편의점에서 햄버거와 물을 샀다.
9코스는 7.5km로 짧은 코스지만 산 중턱을 넘는 코스라 안내도에는 난이도 상으로 표시되어 있다.
날씨는 더없이 맑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도 꽃향기가 끊이질 않고 따라 다녔다.
꽃 향기의 정체는 뭘까? 무엇이 제주의 5월을 이렇게 향기롭게 만들고 있는가?
향내의 베이스는 귤꽃 향이었다.
남제주 해안가에 넓게 펼쳐져 있는 감귤밭에서 뿜어 나오는 귤꽃향이 바람을 타고 올레길에 퍼져 있었다.
그리고 올레길 가 군데군데 피어 있는 찔레꽃과 개울가나 언덕에 자라는 키 큰 멀구슬나무 꽃에서 조금 색다른 향기가 났고,
하얀 마가렛 꽃에서는 본능을 자극하는 강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높은 건물이 없는 평야지대 대평마을은 편안한 느낌을 줬다.
가까이 멋진 해변 산책로가 있고, 운치있는 카페가 있고∼∼∼
한 번쯤 내려와 한 달 정도 머물고 싶은 마을이다.
9코스는 지금까지의 올레코스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숲길, 산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에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가고,
언덕배기 소나무 아래 보라색 갯무꽃이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소와 말을 자주 만나므로 유의하세요" 안내문이 붙은 문이 군데군데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방목하고 있는 소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바다가 잘보이는 전망대.
오른쪽 멀리 송악산이 창끝처럼 나와 있고 바로 코 앞에 가파도가 보이고 그 왼편으로 마라도까지 보인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중 며칠이나 될까?
한 때 해군기지 후보지였던 화순항과 산방산.
엉겅퀴꽃, 찔레꽃, 들꽃 천지였다.
군데군데 야생 탱자나무도 보였다.
조선시대 이곳에 귀양왔던 사람들 심신을 속박했던 위리안치, 가시 울타리에 심었던 나무들인가?
꽃에 눈이 팔려 그만 길을 잃어 버렸다.
오른 쪽을 길을 가야 하는데, 그만 왼쪽 길로 가고 말았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왼편에 있는 올레길 표지판이 인지 능력에 오류를 일으킨 것.
갈림길에서 왼편에 있는 길 안내표시를 보고 왼쪽 길로 가는 게 대다수가 아닐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길을 잘 못 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길이 좁아지고 탱자나무 가시가 길을 막고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참을 지나서 깨닳았다.
앞으로도 가보고 위로도 가보고 내려도 가볼까 둘려 보았는데 길은 보이지 안았다.
이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
되돌아가 길을 찾고, 원상이를 부르니 길도 없는 엉뚱한 곳에서 대답이 들려 왔다.
엄청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하나, 난감.
그런데 원상이는 가시나무에 찔리면서 덤불 숲을 헤쳐나가 용하게도 길을 찾았다.
시간도 지체됐다. 마음도 다급해 졌다.
종착지까진 아직도 2시간정도 가야 하기에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마음이 급하면 길도 잘 보이지 않는 법. 내려오는 동언 두번이나 길을 놓쳤다가 찾아냈다.
올레9코스가 난이도 상이라고 표시한 것은 이런 사유도 고려됐던 것 같다.
안덕면 소재지에 있는 어멍국수집에서 올레탐방 그리고 제주 여행을 마무리 했다.
테이블 서너개 좁은 음식점인데, 이곳 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국수집에서 김치찌게를 시켰다.
묵은 김치에 흙돼지 앞다리를 넣은 김치찌게는 제주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제주는 관광지라 가정식 요리를 파는 음식점 찾기가 어려웠다.
이번 제주 여행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기대이상 좋은 경험이었다.
또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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