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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탐방

놀망쉴망 올레 6,7길


제주도에서 둘째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맑았다.

창밖으로  한라산 정상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 왔다.

빈몸으로 올레길 탐방에 나섰다. 몸을 짓 눌렀던 배낭을 벗었더니 몸이 가벼웠다.

어제 죽을 고생하고, 술까지 거나하게 마신 원상이도 빈몸으로 나서니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아침 일찍 아침식사를 할 가게가 있을까? 없으면 편의점에서 해결하지.

그런데 바닷가 어시장을 조금 지나니 문을 음식점 두 곳이 보였다.

그중 해물뚝배기집에서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올래길 탐방에 나섰다.  




오늘은 올레 6길, 서귀포시내에서 쇠소깍까지 11km. 넉넉잡고 5시간이면 충분하다.

놀망쉴망, 천하태평.

올레길 탐방 모드로 여유롭게 느긋하게 山川海 경개를 즐기면서 걷기로 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서복 공원.

늘어난 중국 관광객을 잡기위해 조성한 듯 한데, 때마침 사드 역풍으로 중국인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정방폭포. 시원스럽다.



이왈종 화백 미술관.

제주 풍경을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화폭에 담은 것 같았다.

골프장으로 바뀐 성산일출봉 그리고 여러 형태의 춘화에서는 화가의 일탈과 이중성을 보는 듯 했다.





다정하게 걷는 두사람. 무슨 얘길 할까?


건축얘기다.

형세는 새로 유치원을 지을 계획인데,

건축 경험이 많은 원상와 어떻게 하면 싸고 튼튼하게 짓고, 감리는 왜 둬야 하는지 등등 건축얘기만 하며 걸었다.

형세는 제주 여행에서 망외로 꼭 필요한 좋은 정보 얻었고, 서귀포에서 한턱 쐈다.

원상이는 건축뿐 아니라 음악, 사진, 역사 등등 다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사업에도 관심이 많고, 얘기중에도 사업아이템을 구상하기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나와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두사람과 대여섯 걸음 떨어저 생각없이 제주 풍경에 빠졌다. 

     


천지를 닮았다는 소천지.



점심 때가 좀 지나 보목포구에 도착했다.

마침 지나가는 아줌마들에게 점심 먹을만한 식당을 물었더니 '어진이네식당'을 추천했다.

보목포구에는 두세곳 식당이 있었고,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진이네식당'은 포구 모퉁이를 지나 조금 한적한 곳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자리돔물회와 한치물회 전문 식당.

자리돔물회 2인분과 한치물회 1인분을 시켰더니 똑같은 그릇에 똑같은 양의 자리돔물회와 한치물회가 나왔다.

물회에는 소주가 제격. 흰색 한라산 소주 각 1병을 나눠 마시며 제주의 오후를 느긋하게 즐겼다.  



드디어 올레6길 종착지 쇠소깍.

현무암 바위층 아래를 흐르는 담수가 솟아 올라 바다 해수와 만나 형성된 깊고 맑은 웅덩이.





쇠소깍에서 올레길 탐방을 마무리하고 효돈초등학교 앞에서 서귀포행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 왔다.

우선 목욕탕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70년 전통의 중국집 덕성원에 갔다.

이 집 자랑인 꿩탕수육을 시켰는데, 명성에 비해 맛도 기대이하였고 먹기도 성가셨다. 게다가 가격도 너무 비쌌다.

형세가 강력히 추천했는데, 잘못된 선택.



제주올레시장도 구경하고 오메기떡 2팩을 간식용으로 샀다.



이중섭 거리 그리고 생가.

이중섭 화가는 2평도 안돼 보이는 작은 방에서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 일생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집주인 친구로 부터 자정쯤 서귀포 집에 온다는 연락이 왔다.

하루 더 친구집에 머물 생각이었는데, 다소 난감.

친구는 고향 친구로 제주도에 있는 산림청 관할 난대림연구소에 근무할 때 집을 사고,

감귤밭도 구입해 가끔 서귀포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갑자기 감귤밭을 관리하는 사람으로부터 농약을 친다는 연락을 받고 예정에 없던 일이 생겼던 것이다.

방이 3개나 되니 함께 있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서로 불편할 것 같아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다음날 아침 고향친구 안내로 아침 해장국을 먹고 올레7길 탐방에 나섰다.

일정은 올레7길을 탐방하고 중문에서 잘 계획이었다.

코스는 올레시장에서 출발해 천제연 외돌개 강정마을을 지나 월평마을까지, 거리는 총 16.4km다.

다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날씨는 여전히 쾌청, 하늘은 구름 한점 없고 한라산 정상도 선명하게 보였다.






평일에 이른 오전이라 올레길에 마주친 탐방객은 거의 없었는데, 외돌개에 오니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붐볐다.

마침 같은 평상에 앉은 여학생들에게 어느 여고냐고 물으니 여고 아니란다.

그럼 대학생이냐고 물으니, 그 대답 '남녀공학'이란다.

전날 산 오메기 떡과 맛동산을 나눠 주고, 배면만 사진에 담았다.  






올레길 포장마차에서 멍개, 해삼에 제주 막걸리.

2만원짜리 안주가 넉넉해, 2병을 마셨다.








갑자기 올레길의 자연스럼과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인공 방파제 그리고 군함이 눈에 들어 왔다.

여기가 그 말많던 강정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을 들어낸 강정천을 건너니 낯설지 않은 프랭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구럼비야, 너는 꽃밭이었지'

구럼비? 용암이 흐르다 바닷가에서 굳어 만들어진 검은 바윗덩어리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지는 구름비해안을 꽃밭으로 표현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 구축물들은 그 필요성은 논외로 하고, 여행객에게 주는 느낌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좋은 환경에 맞게 설계를 하고 친화적으로 건설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 해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구축된 회색 시멘트 덩어리. 부조화의 극치를 보는 듯 했다.

반대가 너무 심해 그럴 경황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제주해군기지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강정포구에서 늦은 점심, 제주산 은갈치 조림을 먹고,

운치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다소 피곤했지만, 여유롭게 걷던 중 월평마을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마침 지나던 아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올레길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이렇게 반가운 인사까지 받으니 기뼜고 고마웠다.

더구나 아가씨는 친절하게도 버스정류장까지 안내도 해줬다.



중문마을에 내리면 곳곳에 민박 숙소가 보일 줄 알았는데, 음식점 간판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지역114에 전화를 걸어 게스트하우스 전화번호 안내를 받아 가까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찾아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외국인도 보였고, 중년의 부부도 보였다.

그런데 뭔가 어수선해보이고 주인도 살갑게 맞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방이 있냐고 물으니 5인실밖에 없단다. 3인실은 빈방이 없단다.

친구들을 보니 다른 데로 갔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이왕이면 게스트하우스 체험도 해봤으면 했는데,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인근에 있는 펜션을 숙소로 정했다.


그리고 비싼 말고기 사시미, 말고기 로스에 흰색 한라산 소주로 제주 세째날 회포를 풀었다.  

내일은 한라산 영실, 어리목코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탐방코스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5월의 영실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같이 온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코스였다. 

그런데 원상이는 또다시 한라산을 간다는게 걱정되는 것 같았다. 

형세도 내일 일정 무리하게 잡지 말라고 종용했다. 

내 생각도 흔들렸다. 이틀 동안 걸은 올레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력적이었다. 

그래, 남은 이틀도 올레길을 걷자. 

계획을 바꾸니 마음이 편해졌고, 술잔 속도도 더 빨라졌다. 

  

형세는 내일까지 동행하고, 사정이 있어 먼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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