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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탐방

5월 한라산


5월 14일 아침 8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 동행하는 친구는 김형세, 안원상.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여행일정은 첫날 관음사로 들어가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보고 성판악으로 내려오고,

둘째날 세째날은 올레 6 7코스를 돌고, 네째날은 영실로 올라 윗세오름과 백록담 남벽을 보고 어리목으로 하산하고,

다섯째날은 노꼬메오름을 오르는 것으로 계획했다.     

우선 택시를 잡았다. 중년의 아줌마가 핸들을 잡고 있었다.

아침을 먹을 데로 가자고 했더니, 아침해장국집을 안내하고

기다렸다가 관음사 앞까지 태워줬다. 요금은 25,000원



10시경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는 너무 좋았다.

하늘은 푸르고, 숲은 파랗고, 공기는 상쾌했다. 상큼한 제주의 5월 아침. 너무 좋았다.

눈도 시원하고 귀도 맑아졌다. 특히 숲에서 느껴지는 풀냄새, 흙냄새가 감각중 가장 본능적이라는 후각을 자극했다. 

숲에서 잊었던 시골 고향의 냄새가 느껴졌다. 


하지만 마냥 즐길 수 만은 없었다.

오후1시까지는 삿갓봉 대피소를 통과해야 하고 한라산정상은 3시까지 올라야 했다.



멀리 제주시내도 볼 수 있고, 백록담 북벽도 선명하게 눈에 잡혔다.








사스레나무. 우리나라 고산지대에 자라는 나무다.

자작나무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은데, 남한에 야생하는 자작나무는 없다고 한다.

 


제주도 원산지인 구상나무. 기온 상승이 원인인지 고사목이 늘어 나고 있다.



삿갓봉까지 3시간, 정상까지 5시간,

천천히 걸어도 넉넉하게 올라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삿갓재에 1시에 겨우 도착했고, 한라산 정상에는 3시가 한참 넘어서 도착했다.   


5일 동안 입을 옷등 넣은 배낭 무게가 만만찮았고, 특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는 산행이 처음이라는 원상이가 힘들어 했다.

남미를 30일동안 트레킹했다기에 전혀 걱정하지 안했었는데, 삿갓봉대피소 가기전부터 뒤처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쥐가 나고 근육이 경직되고,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하산한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형세가 원상이 배냥을 메고 앞서 가고, 나는 원상이와 동행을 했다.

원상이는 사혈침으로 장딴지와 허벅지를 찔려 몇차례나 피를 뽑고 장하게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데 두사람 배냥을 메고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른 형세의 체력은 대단했다.

마당쇠 아니 변강세를 보는 듯 했다.


형세는 원상이 배낭을 메고 먼저올라가서 기다리고, 우리는 3시가 훌쩍 지나 백록담에 올라갔다.

정상에는 우리 세사람과 중국인 세사람밖에 없었다. 

관리소 직원은 "통제시간 지나서 왜 올라왔냐"고 야단치면서 모두 관음사로 내려 가란다.  난감.  

우선 기념으로 정상 사진을 찍고 성판악쪽으로 하산하겠다고 사정을 했다.

하지만 관리소 직원은 우리를 허락하면 중국인도 허락해야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내가 중국인들 책임지고 하산하겠다고 약속하고 성판악쪽으로 하산했다.

왜 관리소 직원이 관음사쪽 하산은 되고 성판악쪽은 안된다고 했는지 이해 안됐지만 그땐 따질 경황이 없었다.






 


분단나무. 작은 양성화 꽃 바깥쪽 중성화가 청초하다. 



문제는 하산길에서 생겼다. 중국인들이 마냥 지체됐다.

등산채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냥 운동화에 제대로 된 양말도 신지 않아 엉금엉금 기디시피 내려왔다.

책임지고 함께 가겠다고 했으니 그냥 두고 내려 갈 수 도 없었다. 

겨우 진달래 대피소에 내려와 관리소 직원에게 모노레일을 태워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더니 대꾸도 않고 모노레일을 몰고 내려 가버렸다.

야속하기도 하고 한편 괘심하기도 했다. 탐방객을 보호하는 게 그들의 역할 아닌가?

하산속도로 봤을 때 해 떨어지기전에 성판악 도착은 불가능했고, 어쩌면 밤 10시를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면 랜턴도 없는 중국인들은 조난 당할 수도 있었다. 

내가 후미에 서서 이들과 함께 하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도 편해졌고, 여유있게 한라산을 느끼면서 하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하산을 하고 있는데, 관리소 직원이 모노레일을 타고 나타났다. 그도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그러고는 제일 힘들어 하는 중국인 여자에게 타라고 했다.

좀 더 내려 오니 원상이와 형세가 관리소 직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결국 중국인 세사람과 원상이는 모노레일을 탔다.


돈주고도 탈 수 없는 한라산 모노레일, 원상이는 타고 내려오고 형세와 나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 왔다.

모노레일 덕분에 어둡기 전에  성판악에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서귀포로 왔다.       



친구의 빈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간단히 사워만 하고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 할 겸 흑돼지 집으로 갔다.

마침 숙소 인근에 깔끔해 보이고 젊은 친구가 부지런히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 흑돼지집으로 갔다.

주인은 대구에서 온 여사장인데 남동생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 서귀포 땅값이 오르기 전에 산 가게가 엄청 올랐단다.


술은 역시 좋은 약이자 에너지원이었다.

힘들어 했던 원상이도 소주 몇 잔에 유쾌해졌고, 결국 옆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