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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탐방

설악산 겨울 눈 산행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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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 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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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겨울에는 한계령에 가고 싶다.

그리고 서북능선길에서 겨울 설악산 아름다움에 흡뻑 취하고 싶다.

비록 한계령휴게소에서 한계령 삼가리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이 힘겹기는 하여도   

그곳에서 보는 내설악의 멋진 풍광은 가슴 벅차게 뛰게 한다.

녹음 짙은 여름이나 단풍 물든 가을 내설악도 멋지지만, 화강암 바위산의 골격을 거침없이 드려낸 눈내린 겨울산은 특히 환상적이다.   




12월 28일 아침 7시30분 동서울터미널을 출발, 9시30분경에 한계령에 도착했다.


그런데 휴게소 입구에는 전에 못 보던 바윗돌이 세워져 있었다. 

'백두대간 오색령' 

한계령이 오색령으로 바뀌었나??

2016년에 양양군에서 세운 것이었다.

인제군 한계리에서 따운 이름이 못마땅하여 양양군 오색리 이름을 따서 세운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오색령은 한계령이 주는 느낌과는 전혀 어감이 달랐다.  







날씨는 쾌청!!

하늘은 구름 한점없는 코발트색이었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친구들.

설악산 가자는 제안에 박진호가 대피소예약을 하고 버스표을 예매하고, 계획을 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향 친구가 동행하게 되었다.




내설악의 암릉과 계곡.

용아장성이 공룡능선 품에 안겨있고, 멀리 동해 바다까지 보인다.

이런 청명한 날씨를 만나는 것은 행운중 행운!!





끝청에서 보는 남설악과 점봉산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백두대간 능선.

부드러운 역광 실루엣 산봉우리 영상이 거친 설악의 모습과 달리 포근하게 느껴진다.




중청에서 보는 대청봉 가는 능선도 완만하다.

거칠고 힘찬 대부분의 설악 능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수행자의 길 같기도 하다.


이곳은 그 옛날 이 땅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완만했던 지형이 일부 남아 있는 곳이란다.

오대산, 대관령, 선자령 등등 소위 말하는 고위평탄면.


늦은 오후 햇살이 내려 앉은 천불동 계곡.

멀리 울산바위 그리고 속초시내와 동해 바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소청산장에 도착했다.

마침 해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중천에는 반달이 걸려 있고.

일몰은 설악산에서 소청이 최고란다.



오늘 산행은 약 9KM, 6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힘들었다.

두끼분 양식을 메고, 아이젠 차고 눈길을 걷다보니 체력 소모가 훨씬 심했다.


잠자리를 배정 받고 대충 짐을 풀고 나니 홀가분해졌고, 시장끼가 몰려왔다.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이고∼∼

진호가 몽골에서 가져온 순도 100% 보드카, 윤태가 메고온 데킬라 그리고 소주까지∼∼ 

설악 소청의 밤은 즐거웠다.



다음날 아침 5시 30분.

7시 40분,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기상했다.

소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1.7KM, 6시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바람은 세고, 아랫쪽 봉정암 불빛이 흐릿한 것으로 보아 날씨는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일출은 못 보더라도 대청봉에는 올라야지.


매서운 바람에 한쪽으로 기운 구상나무, 바위틈세에 자란 관목들을 덮은 상고대.

대청봉 가는 길은 하얀 백색천지였다. 





새벽 안개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5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 안개가 흩어지고 그 사이로 동쪽 하늘이 열리기도 했다.

제발 해뜰 때 행운이 따라 주기를 ∼∼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아랫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는 사이에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 빠져

바람에 날려 갔다.

1000원짜리 지폐 3장이었다.

이것이 행운의 징조였던가.

정말 잠깐동안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젠 하산이다.

봉정암에 들렸다가, 수렴동계곡과 구곡담 계곡을 지나 백담사까지 가야 한다.

길은 내리막, 평탄길이지만 거리는 약 14.0KM, 어제 보다 먼 길이다.



봉정암 바로 위 전망좋은 곳에서 바라본 수렴동 계곡.

용아장성의 거친 이빨모양 능선이 위압적이다.




거대한 바위산아래 터 잡은 봉정암.

그리고 앞이 툭 튀인 명당자리에 모셔진 부처님 사리탑.

두 사람의 간절한 기도.

건강과 행운이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




사리탑에서 바라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이제부터는 산책길 수준이다.

우리가 먹고 남긴 쓰레기 봉투를 달고 가는 이번 산행의 총무겸 감독, 박진호.




드디어 백담사 부근 넓은 계곡.

여기 내설악 수렴동, 구곡담 계곡은 반대편 외설악 천불동계곡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천불동 계곡은 아이돌 연예인 같고, 이쪽 계곡은 옆집 누나같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오후 3시 무렵에 백담사에 도착했다.

겨울철에는 셔틀버스운행을 중단한다.

다시 용대리까지 8KM, 2시간은 더 걸어가야 하는 거리다.


그런데 진호가 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차량을 발견하고,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좀 태워달라고 했더니

연락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긴가민가, 아니면 말고,

제법 기다렸더니 사람이 나타났고, 흔쾌히 타라고 했다.


이런행운이, 횡재가 ∼∼


용대리 입구에서 황태국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5시 서울행 직행을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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