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목요일 오후 3시50분, 서울 남부 터미널에서 영암행 버스를 탔다.
승객은 고작 5명, 우리 일행외 2명이 더 탔다.
1박2일 월출산 산행, 이번이 4번째. 하지만 여전히 설레였다.
이번에는, 과거 직장 체육행사로 갔거나 무박산행 때 주마간산 체력단련형 산행과는 달리 여유롭게 월출산을 즐겨봐야지.
버스는 4시간 30분을 달려 저녁 8시쯤 영암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고인돌 펜션에 도착을 알리고,
펜션 여사장님이 소개한 음식점 옛터가든에 전화해 돼지고기 수육과 저녁을 주문하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갓 삶은 돼지 수육에 영암 막걸리, 청국장은 일품이었다.
다음날 아침 7시, 영업도 개시전에 식당집 두 중고등학생 아들 아침먹을 때 맞춰 아침식사를 하고 월출산 산행에 나섰다.
빈 들판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초겨울 월출산.
벼걷이가 끝나고 보리파종을 한 빈 들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멋있었다.
가을 옷을 벗고 아직 겨울 옷을 입지 않은 11월 하순의 월출산.
나란히 뻗은 직선의 보리밭 이랑과 울퉁불퉁 불규칙한 곡선의 월출산이 연출하는 멋진 풍경, 눈길을 붙잡았다.
연초록 신록이 물드는 봄, 녹음이 짙은 여름,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가을, 눈 덮힌 겨울의 월출산도 좋지만
월출산 돌산의 근육질 육체미가 돋보이는 지금의 월출산의 아름다움도 빠지진 않은 것 같았다.
많은 산을 다녔지만 등산화 세척장이 있는 산은 처음 본다.
겨울이라 물이 말랐다.
천황사를 지나자 대나무의 일종인 이대숲 터널이 길을 안내했다.
이대는 남해안쪽에 자생하는 대나무로 화살대로 사용되었고,
담배 설대로도 이용되었다.
어찔한 출렁다리.
그런데 묘하게 선진홍 색깔에 빠져든다.
무속 정령의 세계로 가는 길인가, 신선의 세계로 가는 길인가.
천황봉 정상.
나주평야가 눈아래로 펼쳐져 있고,
사방으로 기기묘묘한 화강암 암릉이 뻗어 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향로봉, 구정봉.
향로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종주 주능선.
남근석과 음굴.
남근석은 주능선인 천왕봉능선에 있고, 음굴은 지능선인 구정봉능선에 있다.
두 능선은 십자형, 가로지기 자세로 걸쳐있다.
전설은 남근석과 음굴이 사랑을 나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생겨 났다고 전한다.
남근석 꼭대기 바람에 날리고 있는 식물은 산철쭉
월출산은 전체가 화강암 바위산이다.
돌 탑처럼 쌓여 있기도 하고, 돌비석을 모아 세워놓은 것 같기도 하고,
바위 꼭대기에 둥글고 깊은 가마숱 같은 구멍이 파인 곳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억년전 쯤, 중생대 말기에 한반도에 땅이 뒤틀리고 갈라지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 때 땅 속 깊은 곳에 있던 용암이 갈라진 지각 틈새로 스며들어 천천히 식은 것이 땅속 화강암이다.
우리나라 암석의 30% 정도가 이 때 생긴 화강암 덩어리란다.
땅속 화강암은 2,500만년전 쯤, 신생대 중반 다시 지각판 충돌에 의한 횡 압력에 의해
지하 깊은 곳에 있던 화강암 덩어리가 지표 가까이 밀려 올라오게 되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거대한 하중의 압력을 받아 수축되어 있던 화강암 덩어리가 지표 가까이 올라오자
체적이 급격히 팽창하여 수평 또는 수직의 절리가 발생하였다.
그 후 오랫동안 갈라진 틈새로 스며 들어온 물에 의해 화학적 풍화가 지속되었고,
그 위를 덮고 있던 지표 암석층이 풍화와 침식을 받아 사라지자 절리가 다양한 아름다운 절경의 화강암산이 지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월출산, 설악산, 북한산, 속리산, 월악산 등이 대표적인 이런 유형의 산이다.
구정봉 꼭대기에는 9개의 움푹 파인 바위 구멍, 나마(gnamma)가 있다.
머리통만한 것도 있고 큰 것은 가마솥 크기만 하다.
신기하다. 어떻게 생겼을까?
이것도 화강암 바위덩어리가 아직 땅속에 있을 때
수분을 많이 포함한 토양이 오랫동안 특정 부분에 접촉하면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꼈고,
그 결과 약해진 부분이 침식해 움푹 파이게 되었고,
그렇게 파인 구멍에 눈비로 물이 고여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차츰 커져 지금처럼 특이한 형태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안부에 펼쳐진 억새밭은 때도 지났지만, 심하게 부는 바람에 꽃은 다 날라가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월출산에는 아열대성과 온대성 식물이 혼림을 형성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류, 나무줄기가 벗겨져 쉽게 눈에 띄는 노각나무, 아직 붉은 잎을 달고 있는 당단풍나무,
등산로 곳곳에 붉은 열매를 떨어뜨린 팥배나무 그리고 짙은 초록색잎을 윤빛나는 큐틴질로 감싸고 있는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
그런데 화강암 척박한 땅에 억척스럽게 잘 자라는 소나무는 의외로 잘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 주변에는 가끔 노린재나무가 눈에 띄었다.
노린재 나무는 좀 특이하다. 보통 나무는 곧게 위로 직진하거나 곧고 넓게 자라는데 이 나무는 줄기가 삐딱하게 자란다.
이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숲의 강자 신갈나무 아래 짜투리에 빌붙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햇볕을 받아 살아보려고 하는 억척스러움이 느껴진다.
하늘을 향해 직진 성장을 고집하다 숲에서 쫒겨나고 있는 소나무와는 달리
노린재나무는 스스로에 알맞는 생존전략을 택해 숲의 일원으로서 나름 멋지게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다.
나무를 태워 만든 잿물이 약간 누런빛을 띈다고해서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노린재나무 잿물은 전통염색에서 매염제로 사용되었다.
살아서는 억척스럽게 숲의 일원으로 동화되고, 죽어 재가되어서는 아름다운 색을 입히는 소중한 역할을 했다.
도갑사 석조, 돌확이다.
물을 담아 곡물을 씻는데 쓰는 돌그릇으로 길이 467cm, 폭 116cm, 높이 85 cm. 내가 본 돌확중에 가장 크다.
전에 왔을 때는 대웅전 방향 세로로 놓여 있었는데, 지금은 평형하게 가로로 놓여 있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전에는 절에서 중요한 역활을 하는 일부분으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어슬픈 장식품처럼 느껴졌다.
월출산 종주 산행은 무사히 마쳤다. 9.8km, 산행시간 6시간 30분. 예상보다 다소 많이 걸렸다.
도갑사 주차장에서 농협 영암군지부장 서옥원님이 반갑게 나를 맞았다.
제3자를 통해 전해 듣고, 고맙게도 바쁜 시간을 쪼개 나왔다.
퇴직을 한지 만 5년이 다되어 가는데, 잊지 않고 찾아주다니!!!
후배 지부장 안내로 독천5일시장안에 있는 청하식당으로 갔다.
이곳은 세발낙지가 유명하단다.
우선 낙지구이 호롱에 소주를 나누고, 연포낙지탕으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탱큐 후배님 ∼∼∼∼∼♡
해가 갈수록 산행 동행자를 찾기 힘든데,
이번에 기꺼이 동행해준 기석 규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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