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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파타고니아 파이네 W 트레킹

 

드디어 칼라파테에서 여정을 마치고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파이네W트레킹을 하기 위해 칠레 파타고나아로 출발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어제 현지 가이드에게 부탁한 택시를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마음이 급해저 다들 숙소앞에서 짐을 챙겨 기다리고 있었더니

다른 손님을 태우고 간 택시가 택시 1대를 수배해 고맙게도 우리앞에 나타났다.

버스정류장에서 칠레 파이네 국립공원 관문 나탈리스행 국경버스에 올랐다.

칠레 국경 검문소에서 입국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어제 저녁 칼라파테 고급레스토랑에서 테이크 아웃 한 값비싼 그릴 고기요리는 버리고 마트에서 산 사과는 일행들과 나눠 먹었다.

공산품 이외의 일체 음식물은 반입할 수 없었다.

목적지까지는 5시간이나 걸렸다.

 

현지 가이드는 파이네국립공원가는 버스표와 돌아오는 배표와 버스표를 건네주고,

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고 떠났다.

트레킹 기간중 가이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알아서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리고 당초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출발하는 일정을 칠리노 캠핑장에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변경하였다.

우리의 귀국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수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이  파이네 국립공원행 버스에 올랐다.

트레킹 코스는 칠리노 캠핑장(박) - 토레 델 파이네 - 칠리노 캐핑장(박) - 쿠에르노스 캠핑장(박) - 이탈리아노 캠핑장 - 브리타니코 전망대 -

파이네 그란데 로지(박)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트레킹 주의사항 영상 교육을 받고, 방문자센터를 거쳐 첫째날 야영지로 들어갔다.

날은 점점 저물어 가고, 엎친데덮친격으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계곡을 통해 휘몰아쳐 내려 오는 강풍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바람의 땅, 예측할 수 없는 거친 날씨. 파타고나아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하지 않았다.

야영지에 도착하여 배정 받은 텐트에는

두사람이 겨우 잘 수 있는 면적에 침냥 두개 덜렁 놓여 있었다.

궂은 날씨, 가이드 없는 우리만의 트레킹, 변경된 일정, 비나리는 밤 텐트 취침 등등.

트레킹을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서글프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다음날 새벽 계곡 물소리에 눈이 떠졌다.

다행히 날씨는 순해졌고, 공기는 상쾌했다.

푸른 하늘이 나타났고, 산봉우리는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났고, 어제밤 심란해졌던 마음도 사라졌다.

아침밥을 먹고, 엄청나게 큰 햄버거와 사과를 받고 물통을 챙겨 파타고니아의 상징 '토레 델 파이네'를 알현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깊고 가파른 계곡엔 빙하물이 우유빛 포말을 일으키며 흘렸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검은 바위산엔 정상부터 비단폭같은 폭포가 멋진 곡선을 그리며 흘려 내렸다.

여전히 나무는 너도밤나무 일색이고, 두 사람씩만 건널 수 있다는 안내판이 이색적이었다.  

  

 

 

 

 

 

 

 

 

 

 

 

 

 

나무도 점점 키를 낯추고 돌길이 이어지더니, 화강암 돌덩이가 강물처럼 이어진 돌강이 나타났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는 느낌이 들었다.

가파른 돌강을 힘겹게 돌아 올라서니 토레 델 파이네가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옅은 구름 안개로 살포시 수렴을 하고 온전한 모습은  드려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묘하고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아 구름이 비켜나기를 기원하며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렀다.

가까이 있는 외국인이 인증사진을 부탁해왔고, 나도 인증사진을  부탁했다.  

 

12백만년 전에 마그마가 땅속 깊은 곳에 관입후 식어 화강암이 되었고,

이 화강암 덩어리가 조륙운동과 조산운동으로 융기하여 바위 산줄기를 형성하였다.

그 후 빙하기 시대, 이곳에는 1,000m 이상 빙하가 쌓였고,

이 빙하가 움직이고 녹으면서 산을 깍고 침식시켜 이런 기묘한 형상을 만들었다.

토레 델 파이네는 조륙운동과 조산운동이 만들고, 빙하가 깍고 다듬은 자연의 예술품인 것이다.    

 

 

 

 

 

 

 

 

 

 

 

파이네 W트레킹 3일째.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베냥을 챙겨 메고 다음 숙박지 쿠에르노스 캠핑장을 향해 출발했다.

거리는 약 16km, 소요시간은 넉넉잡고 7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점심용 햄버거는 혼자 먹기에 너무 커서 친구와 함게 먹기로 하고 1개만 챙겼다.

이틀전 세찬 비바람속에 힘겹게 오른 산길을 내려서니 완만한 산책길이 나타났다.

침식으로 잘려 나간 산자락에는 켜켜이 쌓인 빙퇴석 줄무늬가 선명했다. 빙하가 흘려 내리면서 만들어 놓은 시간의 흔적이다.

여기저기 선홍빛 붉은 꽃을 단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너도밤나무만 봐 오다가 다른 종류의 매혹적인 꽃 나무를 보니 반갑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도중에 얼굴이 동그란 한국 여대생 둘을 만났다. 부산에서 온 그녀들은 40일동안 중남미를 여행한다고 했다.

젊음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해맑게 웃는 그녀들에게 햇반, 라면, 김, 고추장, 김치통조림, 간장 등등, 우리가 가져온 먹거리를 아낌없이 몽땅 줬다.

통통 뛰며 고마워했고, 인증 사진까지 남겨 줬다.

음식물 준비를 권유한 여행사 안내를 믿고 힘들게 가져왔는데, 먹지도 못하고 여대생들에게 선심을 썼다.

그래도 결국 먹지 못하고 처분하는 아쉬움과 씁쓸함보다는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다행이다 싶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기막힌 풍경이 나를 감동케 하였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에메랄드 빛 호수 그리고 흰 눈 덮인 설산. 한폭의 유화 같았다.

지금까지 트레킹이 힘겨운 등산을 동반했다면, 이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평탄한 길을 걸으니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풍경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빠져 들었다.

트레킹의 참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곳의 풍경은 이색적이고 단조롭다.

호수의 물 빛, 날카롭게 솟아 있는 설산, 단조로운 숲 등등.

우리의 산 풍경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준다.

우리의 산이 주는 느낌이 어머니라면, 이곳 산은 흰 드레스 차려 입고 포토존에 선 탈렌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속하고 풍요로움에서는 고마움이 느껴지고, 색다르고 단조로움에서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일까. 

 

 

 

 

 

 

 

 

호수는 쭉 이어졌다.

흰색과 검정색 자갈이 앙증맞고 아름답다. 이곳 바위산에서 떨어져 나와 만들어 진 것 들이다.

드디어 쿠에르노스 캠핑장에 도착했다. 

칠리노스 캠핑장에 비해 위치도 좋았고, 시설도 좋았고, 여행객도 훨씬 많았다.

'쿠에르노스' 는 캠핑장 뒷쪽 산 이름에서 따 왔다.

쿠에르노스 산은 파이네 국립공원에서도 특이한 바위 산이다.

정상부근은 검정색이고 중간 부근은 흰색이고 아랫부문은 또 검정색 암석이다.

검정색 퇴적변성암 사이에 흰색 화강암 바위가 관입하여 굳어 한 덩어리 바위산이 되었다가 빙하에 의해 깍이고 풍화돼 만들어 졌다.

멀리서 보면 현대적 감각으로 세워진 난공불락 성채같다.

식당겸 휴게실 벽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고,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동양권에서는 한국사람들이 많았다.     

 

 

 

 

 

 

 

 

 

 

 

트레킹 4일차, 하늘은 또다시 흐렸다.

오늘은 약 25km, 10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

이탈리아노 캠핑장에 베냥을 내려 놓고,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가서 토레 델 파이네 뒷 모습을 보고 돌아와 마지막 숙소 파이네 그란데 로지까지 가는 일정이다.

너도밤나무가 깊고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프렌치 빙하 전망대까지는 걷기 편한 육산이었다.

이곳은 평탄하고 물기가 많아 풍화 퇴적물이 쌓여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였고, 식물군도 비교적 다양하게 자라고 있었다.

갑자기 계곡이 넓어졌고, 빙하를 머리에 이고 있는 설산이 나타났다. 

요란한 굉음과 함게 떨어지는 빙하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곳은 빙하가 산을 깍고 다듬고 있는 생생한 현장인 셈이다.

머리에 이고 있는 빙하가 다 떨어지고 나면 이곳도 토레 델 파이네처럼 유명한 명소가 될지도 모른다.

오르막 돌길을 힘겹게 올라 브리타니카 전망대에 올랐다.

빙하가 만들어 놓은 계곡은 넓고 넓었다. 계곡 너머로 뽀족뽀족한 산군들이 병풍처럼 둘려싸고 있었다.

하지만 구름이 짙게 내려 앉아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토레 델 파이네의 뒷 모습도 어렴풋이 느끼고 하산했다.   

 

 

 

 

 

 

 

 

 

 

 

 

 

평탄한 길을 한참을 걷다보니 느닷없이 고사목지대가 나타났다.

유심히 살펴 보니 불에 탄 흔적이 보였다.

주변을 둘려 보니 눈 닿는데 까지 죽은 고사목들이 하얗게 서 있었다.

그 풍경이 특이했고, 신비로움마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쿠에로노스산 아래 고사목 숲은 마치 하나의 설치예술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유명 아이돌과 손을 흔드는 수많은 팬들을 연상케 했다.   

2012년 산불이 났고, 강한 바람을 타고 넓은 지역에 걸쳐 너도밤나무 숲이 불에 탔다고 한다.

 

 

 

드디어 마지막 숙소 파이네 그란데 로지에 도착했다.

위치는 해발 36m, 서경 51˚43'69", 남위 73˚5'516"

남미에서도 남족 끝 부근이다.

일행들은 이미 도착해서 텐트를 배정 받고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정해진 텐트에서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사워를 하고 와인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고 지나온 트레킹 여정을 회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일행중 한명이 찾아와서 일정대로 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했다.

연장자인 나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변명같지만 트레킹 감흥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어떤 조언도 줄 수가 없었다.

또 그런 내가 한심하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 분은 일정에 오류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동분서주했고,

결국 로지 사무소에서 우리에게 온 인포메이션을 찾아 왔다.

내용은 내일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아침 첫배를 타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트레킹 마지막날, 떠나는 날 일기는 기막히게 좋았다.

떠나기전 지금까지 신고 다녔던 트레킹화가 구멍이 나고 끈이 떨어저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안녕을 고했다.

6년째 즐겨 신었고, 이번 트레킹에서도 편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는데 나와의 인연은 애달프게도

끝이 났다.

 

 

 

 

 

 

 

돌아간다는 기대와 제대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배에 올랐다.

그런데 배에서 보는 풍광은 기막히게 좋았다.

또다시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갑판위에 올라 분주하게 셔터를 눌렀다.

30여분 후에 호수 건너편 선착장에 도착했고, 옅은 그린색 봉고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많았지만 이젠 안도해도 되겠지 하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버스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이기 시작했다.

엔진 냉각장치가 터져 버렸다. 버스는 멈춰 섰고, 더 이상 버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낭패가~

결국 다른 버스가 올 때까지 1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이젠 우리가 시간 지체없이 공항에 간다고 해도 비행기 탑승 1시간전에야 도착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나탈리스 버스터미널에서 푼타아레나스 공항으로 가는 직행버스는 좌석이 4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급하게 6명이 탈 수 있는 택시를 구해 출발했다.

비행기 탑승시간 1시간쯤 전에 푼타아레나스 공항에 10명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착했다.          

불안한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난 뒤에도 계속되었고, LA에서 대한항공으로 환승하고 난 뒤에야 안도가 되었다.

 

 

 

 

 

'끝이 좋으면 다좋다'

끝이 좋으면 지난 과오도 고생도 다 용서되고 미화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파이네W트레킹 코스 변경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 코스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일정 중 가장 나쁜날에 토레 델 파이네 전망대에 올랐을 것이고,  멋진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버스 냉각장치 고장은 기막힌 반전의 선물을 안겨 주었다.

버스가 멈춰 선 위치는 파이네 국립공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뷰포인트였다.

그리고 이번 여정 중 가장 멋진 사진을 그곳에서 찍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치밀하지 못했고, 평가하자면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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