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내연산에 1박2일로 다녀 왔다.
친구 다섯명, 문철 김기석 신윤태 정철진 김정오가 동행해 주었고, 은퇴 후 포항에 자리를 잡은 박덕순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7월 7일 아침 8시10분 서울역 출발, 10시 38분 포항역 도착 KTX에 올랐다.
장마철이라 혹시 비가 오지않을까 노심초사하였는데, 영천에서 터널을 지나 포항으로 들어서니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오는 날 산행여행도 나름 멋있을꺼야, 애써 위로하며 포항역에서 다시 무궁화열차를 갈아타고 11시 20분쯤 월포역에 도착했다. 마침 점심 때라 지난해 5월 해파랑길을 걸을 당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 메밀 소바집을 찾아 갔더니 정기 휴일이었다. 할수 없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맙게도 박덕순이 때맞춰 마중을 나와 주었고, 덕순 RV차를 타고 하옥계곡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하옥계곡에서 향로봉까지는 3.7km. 경사가 심했다. 점심먹은지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얼마가지 못해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게다가 가늘게 내리던 비도 세차게 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마철답지 않게 공기는 청량했고, 초록의 숲은 산뜻했다. 특히 숲 아래 녹색 카펫처럼 깔려 있는 그늘사초 군락지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야생의 숲이 아니라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느껴졌다.
향로봉은 해발 930m, 내연산자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등산로도 순해졌다. 거의 평지 수준이었다. 대부분 능선길이었고, 중간중간 봉우리가 있었지만 정상을 지나지 않고 옆 자락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있었다.
삼지봉(내연산), 문수봉을 거쳐 오후 6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거리는 약 13km, 산행소요시간은 약 5시간30분.
간단히 사워를 하고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고맙게도 덕순이가 먼저 와 있었다. 직접 회를 뜨고 썰인 광어회와 문어숙회에 초장과 참기름을 준비해 왔고, 기분좋게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다. 덕순아 고맙다.
그리고 토종닭 백숙으로 체력도 보충했다.
둘째날, 새벽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호텔 베란다에서 내리는 비를 오랫동안 바라 보았다. 비오는 날이면 마루에 걸쳐 앉아 내리는 비를 멍하게 바라보던 추억이 떠올랐다. 별 소일 거리가 없었던 어린시절, 비오는 날은 참 묘한 날이었다. 할 일이 없어 좋기도 한 날이었지만 참 심심한 날이었기도 했다.
날이 밝아오자 비도 그쳤다.
식당에가서 아침을 먹고 미리 주문한 점심용 주먹밥을 받아 산행길에 나섰다.
어제는 가파른 비탈을 올라 계속 능선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내연산 계곡을 계속 걸어 갈 예정이었다.
장마철 비온 다음날이고 이른 아침이라 우리외 등산객은 아무도 없었다.
보경사 일주문을 지나니 멋진 소나무가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경내에는 멋진 반송이 눈길을 끌었다.
계곡물은 어제 내려올 때 보다 훨씬 불어 있었다.
누런 황토물이 무섭게 내려왔고, 물소리는 요란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못해 등산로는 물에 잠겼고, 어쩔수 없이 바위를 타고 넘고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다.
하지만 불어난 물로 폭포는 장관이었다.
상생폭포, 보현폭포, 삼보폭포를 지나고 연산폭포에 도착했다.
깍아지른 절벽아래 좁은 협곡 사이로 흐르는 연산폭포는 우렁찼다.
폭포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전망다리가 놓여있고, 협곡 오른쪽과 왼쪽 높은 곳에는 정자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자에서 보는 내연산 계곡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전망대에 서니 오금이 저리고 상쾌했다.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은 청하현감으로 부임할 때 이곳 풍광에 반해 내연삼용추도를 그렸다.
등산을 더 할 수 없었다. 물이 불어나 계곡을 건널 수 없었다. 인터넷 지도앱으로 찾아보니 서너차레 더 계곡을 건너야 했는데, 다리가 놓여져 있는 곳은 연산폭포 아래뿐이었다.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시오기로 하고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연산폭포로 내려와 식당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 잘익은 김치, 새끼납새미 조림, 나물, 물김치 .......
산행 점심치고는 좀 호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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