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을 건넜다
BC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군대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들어갈 때는 무장을 해제해야 했는데, 갈리아의 장관이었던 카이사르는 이 금기를 깨고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며 군대를 이끌고 이 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 당시 로마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돈상태였다. 초기 로마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공화정은 시민들의 불만 폭발과 엘리트들의 권력 투쟁으로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초기 도시국가에서 지중해의 강대국으로 성정한 로마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마는 공화정에 종말을 고하고 제정 로마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000년 제국 로마의 찬란한 역사가 이어졌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이렇듯 역사적 의미를 갖는 사건이 되었다.
지난 금요일, 2011년 3월 11일.
17년을 끌어왔던 농협 개혁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어떤 의의를 부여하고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30년 이상을 농협 생활을 한, 그간 숱한 농협 개혁을 지켜 본 나로서는 이것은 대단한 사건이며 주체하기 어려운 사건이란 생각이 가슴을 짓눌렸다.
이것은 농협사에 있어서 루비콘 강을 건넌 것과 맞먹는 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50년 전, 1961년 출범한 농협중앙회도 출범 당시에 비해 많이 변한 농촌과 사회환경에 맞추어 시대가 원하는 미래지향적인 농협으로 바꿔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본다. 이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본다.
단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미래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에 선뜻 앞장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대도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원하고 있다.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는 기대도 많이 하고 우려도 적잖이 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은 내년 3월 2일, 정해져 있고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는 것에 짜릿함이 느껴지지는 않은가? 역사의 변곡점에 서서 농협의 미래를 창조해 나간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는 없을까?
1000년 로마의 영광은 국가 시스템을 바꿈으로서 가능했다. 그것은 바로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넜고, 제정 로마를 건설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사업구조개편은 농협 역사상 가장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변화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얼마나 공감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농협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그것 모두 우리의 과제이며, 우리의 미래가 그것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11.3.14>
'변방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방통신9) 거룩한 분노 (0) | 2013.08.20 |
---|---|
(변방통신8) 시크라멘, 봄단장 (0) | 2013.08.20 |
(변방통신6) 물은 영도에서 얼지 않는다 (0) | 2013.08.20 |
(변방통신5) 허시파피를 살린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 (0) | 2013.08.20 |
(변방통신4) 한계령을 위한 연가 (0) | 201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