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라멘, 봄단장
지난주에는 봄맞이 겸해서 사무실 분위기를 좀 바꿨다.
지난 인사이동 때 들어온 난 화분, 관음죽 그리고 이사 때마다 같이 다녀 정이 든 소철로 소박하게 꾸몄는데, 봄이 되자 왠지 초라한 느낌도 들었고 기분도 좀 전환하고 싶었다.
뭘로 할까? 봄기운도 느끼면서 내 성격에 맞는 것이 뭘까?
경기도 고양에 있는 화원 몇 집을 거쳐 결국 고양 하나로클럽 화훼 판매장에서 화분 두 개를 장만했다. 하나는 시크라멘, 또 하나는 수생식물 화분이다.
시크라멘은 너무 화려해 근무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회의용 테이블에 놓으니 사무실이 한결 밝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워터코인, 물배추, 뭐더라 이름이 생각 안나는 수변식물로 세팅해 티테이블 옆에 둔 수조도 제법 어울리고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시크라멘은 볼수록 신기하다.
꽃잎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손수건 같고, 기분 좋게 타오르는 불꽃 같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느낌이 든다는 직원도 있었고, 나는 무당이 춤추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것은 꽃잎이 암술과 수술을 감싸지 않고 뒤집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암술과 수술은 꽃잎과 반대 방향 아래로 향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체 보존인데, 그것을 포기한 것일까?
그런데도 멸종하지 않고 개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학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꽃잎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데 유리할 수도 있고, 어쩌면 시크라멘은 바람에 의해 수정하고 작은 바람에 잘 흔들릴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 아닐까?
시크라멘 꽃잎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온 진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계에서는 선택받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 선택의 영광은 올바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가 누릴 것이다.
시크라멘의 꽃말은 수줍음과 겸손이라고 한다. 왠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열정과 진취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1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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