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자유
광우야, 한 이틀 후면 훈련이 끝나겠구나.
속이 후련한가? 아쉬운가? 남자에게 군 경험은 지옥 같으면서, 또 가장 남성다움의 상징 같다.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고 너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알게 모르게 너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 몇주만에 교회를 다녀왔다. 선심 쓰듯 교회를 따라 다니는 것, 너도 눈치 챘을 줄 안다.
그렇지만, 계속 몇 주 교회 안나가면 정말 죄 짓는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더라.
그런데 오늘 설교는 윤목사님이 아니고 새끼 목사님이 하셨는데 필이 오더라.다른 때 같으면 반은 가면 생태에서 설교를 들었는데, 오늘은 맨 정신으로 들었다.
항아리에 돌, 모래를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이 넣을 수 있을까?
그것은 굵은 돌을 먼저 넣고, 다음으로 자갈을 넣고, 마지막으로 모래를 넣어야 빈틈 없이 차곡차곡 넣을 수 있단다.
그런데 거꾸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굵은 돌은 넣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많아 보인다.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겉으론 성실해 보인다. 하지만, 쓸데 없는 것에 집착하고, 그래서 바쁘게 살고,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무엇이 중요한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중요한 것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돌과 모래처럼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기에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 또한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숲이 더 중요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나무가 더 소중할 수 있다.
스스로 소중한 것을 가리고 그것을 먼저 항아리에 넣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이것이 지혜인 것 같다.
한달 동안 집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겠지만, 이젠 또다시 구속이 시작되겠지.
어쩌면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가장 행복한 자유는 구속속에서의 자유다.
하늘을 나는 연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연줄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오히려 추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훈련소가 아닌 집에서 또 다른 자유를 꿈 꾸고 소중한 것을 찾기 바란다.
2004. 2. 22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