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병원에 있는 광일아
광일아 잘 있나?
날씨가 몹시 차갑다. 추위가 갑작스레 닥친 것 같다. 여름에는 5시면 일어났었는데, 요즘은 6시가 돼도 일어나기 싫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신체 리듬도 따라 변하는 것 같다.
병원 생활은 어떤가? 지금까지 너의 일상과는 판이할 줄 안다.
새벽에 기상해서 점호받고, 아침먹고, 목공실에서 일하고, 동료들과 잡담하고,
휴일이면 농구도 하는 생활이었는데 지금은 관섭도 덜 받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줄 안다.
내가 일본에 가던 지난달 30일에 후송되었으니 오늘이 벌써 16일째 되는 날이구나.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겠구나.
좋은 생각을 많이 해라. 생각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본다.
착한 맘을 먹는 사람과 악한 맘을 먹는 사람은 표정도 다르고,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인간에게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토요일, 면회 때 코뮤니스트가 뭐냐고 물었을 때 아빠는 너의 새로운 모습을 느꼈다.
아빠는 너같이 젊은 대학시절, 세상이 많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공산주의 사상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너무나 불평등하고 모순 투성이인 이 사회의 대안을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에서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젊어서 공산주의 사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뜨거운 가슴이 없으며, 나이 들어서도 공산주의 사상에 빠져 있는 사람은 차가운 이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다.
결국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 같다.
휴머니즘이 없는 공산주의는 전쟁터처럼 잔인하며, 휴머니즘이 없는 자본주의는 사막처럼 삭막할 것이다.
너가 지금 읽고 있는 인간의 조건이 어떤 책인가? 많이 어려운 책으로 알고 있다.
요즘 깊이가 있고 어려운 책에 흥미를 느낀다는 너의 말을 들으니 너가 변한 것 같기도 했고, 웬지 아빠는 기쁘더라.
매일 변화없는 병원 생활, 자칫하면 몹시 권태로워질 수도 있다. 오히려 너의 변화, 성숙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너가 어릴 때, 폐렴에 걸려 순천향병원에 입원 했을 때가 생각난다. 잘 참고 오히려 엄마에게 힘이 되 주었었다.
광일아 힘내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006. 11. 15.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