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춥다
광일아 날씨가 너무 춥다.버버리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가죽 장갑을 끼어도 한기가 몸속을 파고 든다.
꼭 어릴 때, 제대로 먹고 입지 못하던 시절 매서운 북풍을 맞으며 눈길을 따라 초등학교 갈 때 느꼈던 그 칼날 같은 한기.
아빠가 군대 생활 하던, 북한강변 전차대대에서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강바람을 맞으면서 보초설 때 발이 깨질 듯 고통스런 추위가 생각난다.
새로운 중대에 편성돼 잘 적응하고 있다는 너의 편지 잘 받았다. 엄마는 서울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데 너가 있는 곳은 얼마나 추울까 걱정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군대는 옛날 보다 시설도, 장비도 좋아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도 걱정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다.
추울 때일수록 부지런해야 한다. 특히 발 씻는 것 잊지 말고.
아빠는 요즘 이천 땅에다 어떻게 집을 지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통나무로 할까, 황토로 할까, 아니면 스틸로 할까?
나무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이팝나무, 회화나무, 자귀나무, 배룡나무, 은행나무, 벗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습관이 돼 가고 있다.
삼사십평 1층 집에, 적당히 잔디를 깔고, 또 한켠에는 무배추 고추 상추 등등을 심고 그리고 개 한 두마리 키우고 .............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달고 내년에는 어렵고, 너가 제대한 후쯤에는 본격적으로 아빠가 은퇴 후 살 집을 만들 작정이다.
그땐 네가 군에서 익힌 목공, 그리고 조경학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형은 요즘 공익 끝나고 운동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아빠보다 늦게 집에 들어온다.
아빠도 대학 졸업하고 공부를 계속 할 걸하고 후회한 적도 있다 만은 공부라는게 보통 집념으로는 되는 게 아니잖아.
걱정도 되지만 그런 각오를 한다는 것이 한편 대견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목표를 인식하고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삶의 형태가 천지차이가 나는 것 같다.
광일아. 군대생활 열심히 하고,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겨울은 가고 봄은 오는 법이다.
이 겨울, 군대생활은 너의 몸과 마음을 담금질하는 성숙의 기간이 되리라 믿는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광야에 내 팽겨진 존재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양도되어질 수 없는 너의 실존을 치열하게 인식하고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군대생활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빠가 너무 어려운 짐을 안겼냐?
광일아,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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