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원광장

무안 맛나향 고추축제

무안 맛나향 고추축제

 

완연한 봄날씨였다. 창원대로 벚꽃은 봄 바람에 실려 승용차 앞 유리창으로 날아 왔다. 마치 꽃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겨우내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 주었던 낙엽송 가로수에도 푸른 빛 봄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안해와 둘이서 봄나들이에 나섰다. 며칠전부터 거제 외도에 가려고 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무안 맛나향 고추축제에 대타로 참석하는 길이었다. 이왕이면 안해와 봄나들이를 겸하기로 했다. 개막식이 오후 3시에 있는지라 먼저 창녕에 있는 우포늪에 들렸다 가기로 했다.

 

진영을 거쳐 낙동강 수산대교를 건너 창녕 부곡 쪽으로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를 통해 가는 것이 편할 수 있지만 바짝 다가선 봄기운을 좀 느끼고파 지방도로를 택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거름 썩는 냄새, 안해는 싫은 내색을 했지만 나는 고향 냄새같이 느껴졌다. 아직 봄 들은 비어 있었지만, 가로수는 저마다 색깔로 어린잎을 틔우고 있었다.      

 

가는 길에 부곡 온천 단지에 들렸다. 휴일인데도 찾는 손님은 별로 없고 텅 빈 주차장위로는 막바지 떨어지는 벚꽃 잎만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가고 오는 사람이 없는지라 사진 찍기는 좋았다. 왜 옛 명성만 남았을까. 어린 애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부곡 하와이는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어 보였다특색없이 먹고 마시는 유흥가 중심의 개발이 빚은 당연한 결과란 생각이 들었다. 수안보 온천의 쇠락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창녕읍을 벗어나 합천 방향으로 가다 보니 우포늪 진입로가 나왔다. 2008년 람사총회를 앞두고 진입로며 생태관이며 한창 공사 중이었다. 임시로 만든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얕은 고개를 넘으니 우포늪이 눈에 들어왔다. 까마득한 옛날 14천만년 전, 한반도가 생길 때부터 이어 온 늪이다.

 

오른쪽 시멘트 포장 도로를 피해 왼편 비포장 도로를 걸어 늪으로 갔다. 멀리 늪 너머로 초록 봄빛을 머금은 수양버들 몇 그루가 한 폭 그림 같았다. 앙상한 대만 남은 묵은 갈대밭 속에도 봄 싹이 돋고 있고, 아직 차가운 늪 속에도 수생식물이 삐죽 새싹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직 덜 자란 어린 물새들는 맹꽁이 울음소리같은 울음을 번갈아 내며 한창 비상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 이른 봄의 우포 늪, 땅밑에도 물밑에도 봄맞이에 뒤 처지지 않기 위한 생명의 경쟁이 한창이었다.          

 

고즈넉한 우포늪 길은 걷기 안성맞춤이었다. 어린 자녀 들과 함께 온 가족, 사진 찍고 팔짱 끼고 걷는 다정한 연인들. 아직 개발이 덜 되었다는 점이 우포늪의 매력 같았다. 앞으로 람사총회가 개최되고, 우포늪 보존이라는 미명 아래 어쩔 수 없이 개발의 손길이 미칠 터인데 늪이 가지는 원시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창녕 부곡을 거쳐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무안에 도착했다. 2차선 도로는 벌써부터 축제 인파와 차량으로 붐볐고, 유행가 소리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빈 논에 임시로 만든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표충비각 공원옆에 있는 음식점에 들려 안해는 냉면, 나는 소 내장탕으로 늦은 점심을 했다.

 

고추의 고장 답게 풋고추가 반찬으로 나왔다. 매운 청양고추는 잘게 찢어 뜨거운 탕에 넣고 엄지 손가락 굵기의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니 맛도 맛이지만 사각사각 씹히는 느낌이 여느 풋고추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미감이었다. 무안은 풋고추에 관한 한 절대지존이다. 역사도 오래됐고, 품질에서도 따를 자가 없다고 한다. 한 해 출하량은 400, 금액으로는 약 400억원이다. 보통 1억원 이상 농가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맛깔나는 향기속으로, 따뜻한 인심속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되는 '맛나향 고추 축제'는 올해로 4년째다. 조희윤 무안농협 조합장께서 무안 고추를 널리 홍보하고자 시작 한 것이 지역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시골 면 단위 축제러니 생각했었는데 지역주민들의 참여도는 높았고, 내노라는 유명인사들도 다수 참석하였다. 지역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 의원 전원 그리고 연고가 있는 수많은 조합장과 중앙회 직원들이 화창한 봄날 휴일임에도 참석했다. 멀리 전라도 광주 대촌 조합장도 축하차 왔다.          

 

오후 3, 고추작목반 총무의 사회로 축제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무안조합장은 인사말을 통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안 농협은 유통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다. 이제 농민들이 품질 좋은 고추만 생산하면 유통은 농협이 책임 지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하였다. 멋 졌다. 참다운 농협의 모습이며, 농협 조합장의 상이 아닌가.

 

이어서 밀양시장은 '무안은 밀양에서도 특별 난 곳이다. 면 단위지만 '용호놀이' 라는 경남 무형문화재 2호를 유지 보존하고 있으며, '맛나향 고추축제'4년째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는 훌륭한 전통을 가졌고, 조희윤 조합장이라는 뛰어난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부러운 듯이 축사를 했다.

 

전통 속에 자부심이 자라고 지도자는 자부심에 불을 붙여 고향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짧은 축제 개막식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조희윤 조합장을 보았다.

'창원광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날   (0) 2013.08.21
백척간두 진 일보   (0) 2013.08.21
마지막 승진   (0) 2013.08.21
도동지점 고객과 재회   (0) 2013.08.21
대화가 필요하다   (0) 201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