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만 일하자
지난 일요일은 지리산을 혼자서 다녀 왔다. 같이 가려던 사람이 다른 약속이 생겨 나 홀로 산행을 하게 되었지만 동행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자유로워 좋았다. 산청군 중산리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주봉인 천왕봉을 넘고 장터목을 거쳐 오후 4시30분에 함양군 백무동으로 하산하였는데, 총 7시간 30분을 산에서 걸은 셈이다. 아침 7시에 해장국 한 그릇하고, 산행중 식량은 삶은 감자 4톨, 방울 토마토 약간, 참외 1개 그리고 캔맥주 1통이 전부였고, 하산후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에 두부 한접시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더라.
무슨 재미로 혼자서 그 생고생을 하느냐고? 나는 개형이 아니고 고양이형인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는데, 아무래도 무리지어 다니기 보다는 혼자서 다니는 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고행에도 즐거움이 있다고 본다. 특히 목표가 있는 고행은 그 자체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시지푸스가 바위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리는 것은 지옥같은 고통이겠지만, 산 정산을 정복하고 내 체력의 한계를 테스트할 때는 짜릿한 흥분이 느껴진다. 그런데 여럿이서 산행을 할 때는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신경을 안 쓸 수 없어 그런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리고 홀로 산행은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고 방해받지 않아 무엇보다 좋다.
힘들 때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물론 극도로 피곤할 때는 이도저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 날 7시간 30분 동안 산행 중 정말 나만의 공간 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 집 생각 회사생각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 생각에 파묻혔다.
요즘 여유를 가지려고 해도 잘 안된다. 책읽기도 안되고 바둑을 둬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형편없이 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 사무소일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업적이 좋으니 날아갈 것 같다. 운도 따랐지만 내가 보기보다는 경영을 잘하는 것 같다(?) 경남에서 지점중에서 1등을 한다면 믿어지겠나. 직원들에게 6월까지 2달만 열심히 일하고 놀자고 했더니 좋아라 신바람을 내고 있다.
조조는 지친 부하들에게 저 고개만 넘으면 살구밭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나는 정말 휴가도 제대로 찾아 먹게 하고 편하게 경영을 할 참이다. 지점에서는 제대로 휴가가기도 얼마나 눈치 뵈고 힘든지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