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지점의 주인
도동지점은 보통 농협과는 좀 다르다. 진주에 있는 다른 지점들은 교통요지나 시장을 끼고 있어 항상 고객들로 붐비는데 도동지점은 공단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한산하다. 거래고객도 대부분 기업체고 개인 고객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찾는 공단 근로자가 고작이다. 이러다 보니 사업추진도 한계가 있어 신토불이창구, 공제 등 개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요구불 예금 구성비가 높아 사업량에 비해 수익은 많이 나는 편이다. 어떤면에서는 고생 덜하고 수익 많이 내는 알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직원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지점이다. 이는 여건에 맞지 않은 일방적인 지표 부여로 직원들이 시달린 것도 한 원인인 것 같다.
여건에 맞는 지점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우선 너저분하게 객장을 차지하고 있는 신토불이창구를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는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였다. 그랬더니 주말에 팔다 남은 채소를 떠 안아야 했던 직원들이 좋아했고, 객장이 넓어지고 깔끔하게 변해 고객들도 반겼다.
그리고 고객과의 접촉을 자주하기로 했다. 이 곳 주요고객들은 대부분 기업체 사장님으로 직접 찾아오기 보다 경리여직원에게 거래를 맡기기 때문에 몇몇 고정 고객을 제외하고는 얼굴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찾아 나서는 방법 밖에 없어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업체를 방문했다. 우리 지점과 거래하는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타 은행과 거래하는 분들 중에는 냉랭한 분이 많았다. 심지어 농협 지점장도 저축추진을 하냐고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분도 계셨고, 불만을 삭이지 못하는 분도 계셨다.
도동지점을 거래하는 고객중에는 변함없이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신다. 소문은 많이 나있으나 실속은 없는 고객이 있는데, 이분들은 말없이 많은 기여를 해주신다. 예금, 대출, 카드, 급여이체 등등 모든 면에서 기여도 1,2위를 다투는 임재명 사장님, 강병모 사장님. 그리고 김종국 사장님, 박재동 사장님, 백홍규 사장님, 박재식 사장님, 류승룡 사장님 등등.
이분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한번은 대기업 납품처의 약속어음 거래중단으로 구매거래약정 거래를 요청해 왔지만 제때에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었다. 대기업 경리팀에서 농협과는 계약이 안돼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신부와 하나로마트 분사에 요청하여 겨우 길을 열었는데, 담당 직원이 기업여신을 해본 경험이 없어 약속기일까지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황당함과 수치감은 잊을 수 없다.
공단내에 있는 도동지점에 기업여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직원이 없다는 것은 농협의 인력 운용의 문제고 시스템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여신전문점을 육성도 시급하겠지만, 기업거래가 많은 지점에 대한 여신전문가 배치 또는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이를 위해 지점장에게 필수인원 인사추천권을 주든지 기업여신지원센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동지점의 우수 고객들은 내가 오기 훨씬 전부터 도동지점을 거래하고 계신 분들이다. 다른 은행이나 인근 조합으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거래 요청을 수없이 받았지만 한결같이 도동지점을 거래하시며, 앞으로도 그럴 분들이다. 직원들은 도동지점에 기껏해야 3년 이상 근무하기가 힘든데. 내 앞 몇 대에 걸쳐 전임 지점장을 봐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분들, 고객들이 도동지점의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