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진주 온 이후 처음 맞는 연휴, 서울집에서 잠자고, 가족들과 외출하고 모처럼 휴일같은 휴일 보냈다.
그런데 진주에서는 못 느꼈는데, 집에 가니 왠 잠은 그렇게 많이 오는지 자도 자도 또 자고 싶더라.
아마 이곳 생활이 어렵지 않다고 해도 꽤 긴장됐던 것 같다. 아무렴 객지 생활이 집에 있는 것 같겠으며, 사무소장 자리가 그렇게 간단치야 하겠는가.
그래도 사무실 업적이며, 직원들의 반응에서 스스로 대견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 언론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60일간은 허니문 기간으로 인정해 우호적으로 기사를 쓰고 그 이후에는 비판적인 언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는데,
나도 2달이 지난 지금 직원들 고객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대하지 않을까 적이 걱정 했는데 다행히 아직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의 유행코드는 복고, 회귀, 추억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달에 친구라는 영화를 개봉 첫날에 봤다.
이유는 포스터에 나온 배우들이 입고 있는 옷이며, 뺏지가 내 고등학교 모교의 것이 아니었겠니.
뒤에 신문을 보니 감독이 고등학교 후배더라. 그건 그렇고 어쩜 그렇게 내 추억과 비슷한 점이 많은지 마치 내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그리고 소설 은빛 비를 읽고 내친김에 은희경씨가 쓴 마이너리그를 읽었는데, 영화 친구와 소설 마이너리그가 약속이나 한듯이 주제가 흡사하더라.
지금 40대 중반에 들어선 이 시대의 마이너리그(작가는 아직 사장이나 간부직이 못됐고
386세대에 밀린 475세대를 지칭함)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얘기가 이 시대의 주류가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많은 40대들에게 공감을 불려 일으킨 것 같다.
힘을 받은 스프링이 용솟음치듯 대접받지 못하고 소외당하고 있는 40대들의 반란이 요즘 시대적 유행을 선도하는 것 같다.
모처럼 40대가 사회현상의 주역으로 부상한데 대해 괜히 나도 우쭐해진다.
잡으려면 초조해지는데, 놓으면 그렇게 마음 편한 것이 삶인 것 같다. 그리고 또 잡으려고 하면 놓치고 놓으면 잡히는 게 세상사의 아이러니 같다. 이런 지혜를 얻고 실천하면 성인이 따로 없고 어쩜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아옹다옹 짜증내며 살기보다 여유있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겠니.
나는 되도록 직원들 야단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구는 조이고 관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신명나게 일하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