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 해녀횟집
이제야 내 자리에도 컴퓨터가 놓이고, 하나로도 깔렸다. 그러나 아직도 인터넷은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메일이 왔나 조회하고 글 쓸 때, 직원들 pc에 가서 눈치보며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이제 내 자리에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영업점에서 구경하기 어려운 최신형 노트북을 설치했으니, 이런데서도 본부 출신 지점장이 다르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
요즘 와서 세상에는 똑똑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절절히 한다.
그곳에 있을 때는 내가 제일인 줄 알았었는데, 정말 우물안 개구리였다고 생각된다.
아마 외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매일매일 우리끼리만 생활하다보니 그런 착각에 빠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지점을 이용하는 고객들과 얘기하다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다. 그리고 가정 화목하고,
자식 농사 잘 지은 사람이 참 많다는 느낌을 갖는다. 자연스레 오만함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겸손해지는 것 같다.
오만함은 순간적인 자기 만족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겸손함은 모두를 즐겹고 편안하게 하며 결국 자기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부에 있는 사람, 특히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오만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스스로 고치기는 어렵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치유되는가 보다.
자기를 낮춰 손해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쩜 겸손은 가장 자기를 오만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진주 생활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선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점이 큰 자산이 될 것 같으며, 지금까지 나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사해야겠다.
며칠전에는 한국은행 지점장, 임업시험장장, 친구 그리고 나 넷이서 남해 미조에 있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횟집에 가서 자연산 전복이며 해삼 멍게 성게 소라 게 . . .
원없이 먹고 왔다. 서울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먹을 수 없는 진귀한 것들을. 한국은행 지점장은 너무 감격해 하더라.
왈 서울에서 박봉에다 자식 셋을 8학군에서 키우다 보니 소고기도 변변하게 못 먹었는데,
멋있는 바닷가에서 싸게 자연산 전복을 푸짐하게 먹게 되어 너무너무 해피하단다.
진주에는 벚꽃은 이미 낙화하였지만, 유채꽃은 아직도 계속계속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아침에 해를 등지고 보는 유채밭에서는 원초적 아름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