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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리포트

시지푸스의 돌

시지푸스의 돌

 

지난 토요일은 오랜만에 남강변 고수부지에 나갔었다.

아침햇살을 등지고 걷던 노오란 유채밭은 사라지고 잡초와 들꽃들만 무성해,

한편으론 실망스럽기도 했다만은 인위가 없는 무위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본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간 바쁘게 보낸 것 같다.

1등은 못했다 만은 3등은 했고, 무엇보다 사무실 환경을 싹 바꿨다.

처음 왔을 때 꼭 새마을금고나 구판장 같아 뭐 이런 곳이 있나고 실망했었는데, 지금은 진주는 물론이고 전국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지점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찾아오는 손님들로부터 힘 있는 지점장이 와서 좋아졌다는 칭찬 듣기가 민망스럽다. 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역시 인연은 소중한가 보다.

나는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까지 이런 좋은 생각을 가지게 될 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다른 새로움이 이어지고,

직원들도 착하고 열심히 해주니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에 행복하다. 지난 2월 승진 축하연 인사말에서도 나는 연같이 훨훨 날 수 있어 자유롭고 기쁘다고 했었다. 물론 제한된 자유로, 연줄 끝을 서울에 맡겨 두고 왔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낀다(찻잔 속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시지푸스는 왜 돌을 산꼭대기로 끌어 오리며,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헤매게 마련이다라고 했는가 궁금했다. 굳이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계속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주어진 원죄이며 업보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아직 신앙심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은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고행일지라도. 왜냐하면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바로 새로움 추구는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창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고행속에서도 새로움(자유라 해도 좋겠다) ,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시지푸스가 돌을 굴리는 행위도 원죄며, 업보며, 고행이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비록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반드시 아름다움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헤매는 것이 노력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까닭에 시지푸스의 돌은 고행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 새로움과 활력을 주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 같다.

미지의 세계를 탐방하고 명산을 오르는 그런 여행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생활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쩜 인생 자체가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동안 시지푸스가 끊임없이, 반복해서 돌을 굴리듯이 여행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인생을 낙천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만, 이것 또한 나의 변한 한 모습인 것 같다.

7월을 맞아 약속한 대로 직원들 휴가를 보내고 있다나는 요즘 좀 여유를 갖고 지금까지 내 생활, 여행을 되씹어 보고 있다.

여행은 쉬지 않고 계속할 수 없는 법. 때론 쉬어 갈 필요도 있으며, 끝낼 여행은 끝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가끔 끝낼 줄을 몰라 흉한 꼴을 당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나 또한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부끄럽다.

지금 직원들은 투쟁중이라 일을 벌릴 수도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만은, 한편으로 나에게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무실을 만들 것인가에 몰두하고 또 내 개인의 일에 빠졌었는데 이젠 눈을 들어 숲을 보는 여유를 가져야 겠으며,

소홀했던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겠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야 겠다.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가고 신부님들이 피정에 들어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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