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오브 시베리아
어제 경향신문사 건물에 새로 생긴 정동스타씩스 극장에서 러브오브시베리아를 봤다.
오래전부터 봐야지 하고 벼르던 영화였는데, 정말 감동 받았다. 무려 3시간 짜리 영화였는데, 전혀 지루한 걸 못 느꼈고,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쉼이 남더라.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최근에 영화들이 대부분 찰나적인 기쁨, 쾌락, 짜릿함 또는 요즘 유행어로 엽기적인 재미를 쫒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오랫동안 남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영화로 치면 '아름다운 시절', 몇년전 본 터키 영화 '올리브나무 숲속으로'가 이런류의 느낌을 주는 영화였는데 이들 영화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또 이 영화는 러시아적인 영화로 러시아의 민족성을 잘 늘 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국의 힘이 기관차라면 러시아의 힘은 질투란다. 질투심 때문에 결투를 신청하는 그 불같은 성격이 바로 러시아의 힘이란다.
주인공은 질투심이 화근이 돼 사관학교 졸업도 못하고 시베리아로 유배당하는데,
그것이 러시아의 힘이라니 그 아이러니가 우리 민족성과 너무나 흡사한 것 같아 묘한 흥분을 느낀다.
우리 한민족의 힘은 한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영화 서편제에서 느낄 수 있는 한의 소리- 판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누를 수록 일어나는 힘,
끊어질 듯 이어지는 힘 이것이 이 민족을 지탱해온 원천적인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영화 곳곳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어 같은 문화의 뿌리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했다.
키스도 삼수세번, 섹스도 삼수세번. 고래처럼 마셔대는 술 문화 등등
서편제가 어떤 면에서 가장 한국의 정서를 잘 나타낸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 또한 잘은 몰라도 그런 것 같다.
고집불통 남자 주인과 그를 빼 닮은 아들, 결국 남자 주인공과 결혼하는 지고지순형 러시아 농노의 딸,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명예와 목숨을 건 결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