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오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랑 배종찬군과 신부 성명애 양의 혼인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인생 경험도 일천하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주례를, 그것도 난생 처음 이런 자리에 서고 보니 외람되고 떨리는 마음, 감출 수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신랑 신부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신랑 배종찬군은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현재 농협 하동군지부에 근무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제가 아끼는 유능한 직원입니다.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 호감을 주는 인상을 가진 배종찬 군은 우리 농협의 큰 일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신부 성명애 양은 현재 창원읍내 유치원 교사로 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러분이 보시다 시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친지의 소개로 알게 되어 근무지가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 애틋한 사랑을 키워 오다가 이렇게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서로 떨어져 있던 남녀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입니다만, 이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전혀 낯선 환경 속에서 자라 습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두사람이 같이 살자면 즐거움만 있을 순 없습니다.
연애할 땐 몰랐던 모습이 눈에 띄고, 자기가 하고픈 일을 뜻대로 못할 때가 자주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완전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결혼은 사랑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가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하여 조화로운 삶을 한 올 한 올 엮어 가는 것이 참다운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혼 초에 참 많이 싸웠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부부얘기도 가끔 듣습니다만, 저는 성격이 다른 두사람이 만나 터러블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은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주장을 소신있게 말하고 상대의 잘 못을 얘기 해주는 다툼은 두사람의 결혼 생활을 발전시키고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작은 싸움은 자주 하되, 지는 싸움을 하라고 권합니다. 부부간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부부는 서로 닮아 얼굴도 비슷해지고 성격도 비슷해집니다. 그 때가 되면 다툴 일이 있어도 씩 웃게 되고 주위로부터 화목한 집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져주기 바랍니다. 삶은 사랑만으로 엮어 갈 수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구한다면 아마 오히려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니면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취미도 좋고, 종교도 좋고, 독서도 좋으며, 함께 주기적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활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며 생활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줄 것입니다.
검소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결혼은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잠시는 넘치고 화려하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필요없는 물건은 늘리지 마십시오. 지나친 욕심은 화가 될 때가 많습니다. 넘치는 것보다 부족함에, 살아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채워 갈 수 있음에 감사하십시오.
두 사람은 이제 이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전보다는 훨씬 책임이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 친척 친지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마시고, 멋진 남편 멋진 아내 그리고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하객 여러분께서도 이 두사람이 아름다운 가정을 꾸며 나갈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후원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다시한번 두 사람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