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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아침

평사리 형제봉

평사리 형제봉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는 애착이 많이 가는 곳이다. 소백산맥의 끝 봉에 해당하는 형제봉과 구좌봉 사이에 항아리 처럼 펼쳐진 평사리 들은 뒤로는 1000 미터가 넘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고 앞으로는 섬진강이 감싸 흐른다.

 

이러한 천혜의 방어적 지형 덕으로 멀리 삼한 이전부터 부락이 형성되었고, 골짜기가 넓고 깊어 부락이 잘 형성되어 있어 겨울 거지가 석달 동안 동냥살이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최근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최참판댁이 복원되고 매년 11월초에 토지문학제가 열리게 되자 평사리를 찾는 외지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평사리가 한눈에 보이는 형제봉 기슭마을에 자리잡은 최참판댁은 소설로만 접했던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1회 토지문학제때 평사리를 방문한 박경리 여사도 생각 속 평사리보다 실제 평사리가 훨씬 아름답다고 했단다.    

 

소설 속의 우직한 용이, 악착스런 임이네 등 민초들의 모습을 대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곡절 많은 우리 근대사와 함께 한 최참판댁의 영화와 쇠락을 소설이 아닌 눈으로 느낄 수 있기에 또 다른 감흥에 사로잡힌다.

 

별당 마당에 핀 하얀 구절초를 바라보는 50대 후반의 여인에게서, 백일장에 참여한 젊은 문학도에게서 그리고 좋은 자리를 골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연인들에게서 평사리의 멋과 아름다움이 되 살아남을 느낀다.

 

최참판댁 뒷 산 형제봉을 이곳 사람들은 성제봉이라 부른다. 경상도에서는 형님을 성님으로 부르고 있기에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한자 이름 聖帝峰은 그 의미가 사뭇 크다.

 

형제봉 등산은 섬진강변 19번 도로 최참판댁 갈림길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육산으로 바위가 많은 산과는 전혀 다른 편안함 느낌을 준다. 섬진강을 등지고 평사리들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오르는 완만한 오르막 길이다.

 

1시간쯤 오르면 고소산성이 나타나는데 이 성은 가파르고 시야가 터져 섬진강을 통해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에 좋은 천혜의 산성이다. 이곳에서 보는 섬진강과 평사리의 전망이 제일 으뜸이다. 푸른 물, 하얀 백사장, 넉넉한 들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 아래 펼쳐진다.

 

또다시 1시간 쯤 오르면 신선대가 나타난다. 바위 사잇길을 지나 힘겹게 신선대 위에 서면 눈앞이 탁 트이고 아찔해진다. 형제봉 등산은 왕복 6시간 코스로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다. 하지만 산행중 가끔 섬진강, 평사리들을 내려보면서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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