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조합과 중앙회 갈등
며칠전 노조 간부 3명과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함께 했다. 협상도 타결됐고, 편한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고자 함이었다. 그 자리에서 제일 첫번째 질문이 '농협법 제6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중앙회는 회원의 사업과 경합되는 사업을 행함으로써 회원의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다. 직설적으로 풀이하면 중앙회는 농협법상 금지되어 있는 신용사업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중앙회 법규팀에서는 그 조항은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합니다만, 조합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은행법 등의 법상 제한, 감독기관의 통제, 은행권의 회원농협 은행업무 취급 반대 등등 이유를 들어 설명했지만 그들은 선뜻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회원농협 직원들의 불만은 BC카드와 신경분리 문제로 촉발되었지만, 그것은 불을 붙인 것이지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그날 저녁 술자리에서도 BC카드와 신경분리 문제가 거의 얘기 되지 않은 것을 보면 미뤄 짐작 할 수 있었으며, 이미 각종 자료를 통해 이 문제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 BC카드와 신경분리 문제는 회원농협 직원들의 내재된 불만을 분출 시키고 나아가 회원노조를 확산시키기 위한 좋은 재료로 전술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만의 정체를 꼬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것은 오랫동안 쌓여 왔으며, 다분히 감정적인 면이 있으며 또한 사업의 경쟁력 약화 등에 따른 조합의 불안한 미래가 중앙회에 대한 불만으로 전이되는 것 같다.
한참 중앙회에 대한 불만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5월 중순 관내 조합 전무들과 간담회에서 BC카드와 신경분리 문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질의에 답하는 순서로 진행했는데, 전무들의 질문에서도 조합직원들과 비슷한 불만을 엿볼 수 가 있었다. 전무들도 중앙회를 못 믿겠다는 투였다. 어떤 전무는 조합상호지원기금을 결국 중앙회가 가져가지 않았느냐는 것이고, 축협 전무는 사료공장을 회원축협에 넘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떻게 중앙회를 믿겠느냐는 것이었다.
또 군금고 수익이 얼마인가? 금고 유치를 위해 조합에서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일부는 조합에 환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 중앙회 입장에서 보면 트집같이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이 조합 직원과 전상무들의 불만이고 많은 조합장들도 이들의 불만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군지역은 어쩔 수 없이 지역농협, 지역축협과 업무 경합이 치열하다. 하동은 타 은행이 모두 철수한 지역이기 때문에 회원조합과 중앙회가 바로 경쟁 상대입니다. 이런 관계로 조심해서 업무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가끔은 '군지부에서 너무 열심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다. 군지부 때문에 사업추진이 안된다'는 항의를 듣기도 한다. 특히 대출의 경우가 심합니다.
지금 상호금융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앙회 뿐만 아니라 전 금융기관이 저금리를 무기로 대출 확대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여전히 높은 금리로 버티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경영이 뒷받침되지 않기에 대출금리도 선뜻 낮출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대출은 갈수록 줄고 여유자금은 쌓이는 악순환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과 같은 금리로는 상호금융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럴수록 회원농협 직원들은 농협법 제6조를 들고 나올 것이며, 중앙회 때문에 회원농협이 죽게 되었다는 논리로 비약하고 중앙회 신용사업을 회원농협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지도 모른다.
아무튼 농촌지역 농협의 상호금융 문제는 앞으로 회원농협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며, 중앙회와 회원농협 관계를 설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면 갈수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