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동의 아침

H 동인에게

H 동인에게

 

이곳 조용한 하동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회원농협 노조활동이 진행중에 있소. 지난해 까지는 노조가 없었는데 금년초 부임해 보니 1월달에 전조합이 노조를 결성했고, 지금은 교섭방법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여 투쟁복 착용 근무, 정시 출퇴근 투쟁 중이며 지난 518일 에는 하동군지부 앞에서 중앙회 규탄 집회까지 열렸소. H 동인보다 일주일 먼저 나는 그런 경험을 하였고 고민에 빠져 있소.

 

그런데 현장에서의 느낌은 중앙본부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오. 물론 회원농협 직원들의 주장중에는 내용을 잘 못 오해하거나 과장되어 있는 것이 많이 있소. 그리고 많은 직원들은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오. 그런데 이렇게 전국적인 중앙회 규탄대회가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중앙회에 대한 불만은 직급에 관계 없이 광범하게 확산돼 가고 있소. 이 불만에 불을 당긴 것이 신용카드 문제요, 신경분리 문제입니다. , 다시보면 작금의 사태는 불만의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면에 근본 원인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농협 시스템일 수도 있고,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습니다. 후자라면 오히려 다행입니다만, 전자라면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며, 또다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저는 업무추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랫다가는 당장 관내 조합장들로부터 항의를 듣습니다. 최근에 알았는데, 농협 제6조에는 "중앙회는 회원의 사업과 경합되는 사업을 행함으로써 회원의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라고 돼 있더군요. 이 조문은 선언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법규팀에서는 말합니다만, 글쎄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절벽앞에 선 막막함이 느껴집니다.

 

아직은 중앙회 때문에 못살겠다고 내놓고 말은 안 합니다. 중앙회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앙회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숨기지 않습니다.

 

지금 농촌지역 회원농협의 신용사업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아질 전망 또한 불투명합니다. 여기에 회원농협의 불안이 있으며, 그것이 중앙회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만의 전이현상은 형과 아우, 선배와 후배, 상부기관과 하부기관 등 등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더 깊게 개입해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기에 그만큼 논리적 설득 또한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의 치유는 간단치 않으며, 어쩌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며, 중앙회 지도방향 또한 중앙회적 방법에서 연합적 방법으로 전환 또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인지 구체적으로 말 할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회원농협의 참여가 훨씬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권리와 책임을 회원농협 스스로가 지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비록 능율면에서는 떨어질지 모르나, 그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악화 시킨 것은 초기 대응 미흡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보의 미공유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의 확산도 한 몫을 했습니다. 조합 직원들보다 조합장이 정보에 어두웠고, 조합장 보다 군지부장이 더 어두웠습니다. 막강한 온라인 정보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보의 공유가 왜 그렇게 더딘지. 중앙회 출신인 내가 이럴진대 다른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할말은 많은데, 이만 줄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냉철하시기를.

'하동의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동이야기(1)   (0) 2013.08.21
하동의 아침   (0) 2013.08.21
회원조합과 중앙회 갈등  (0) 2013.08.21
회원조합 노조 결성과 군지부 앞 시위   (0) 2013.08.21
평사리 형제봉  (0) 201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