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이야기(1)
꽃피는 동네, 하동
남해안 고속도로 하동IC를 빠지면 19번 국도와 연결된다. 왼편 남쪽으로 가면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의
맨 마지막 아름다운 포구 미조까지 갈 수 있고, 직진하면 섬진강을 지나 전라도 광양 땅이며, 오른쪽
로 틀면 하동읍으로 간다.
잠시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하동포구 터널이 나타나고, 그 터널을 지나면 하동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잡힌다. 왼편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멀리 지리산 자락이 어머니 같은 포근함과 위
으로 감싸고 있다. 여기서부터 환상의 19번 국도 브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섬진강은 자연 생태가 잘 보전돼 있다. 자연 상태의 갈대 숲이 있고, 특이하게 군데군데 대나무 숲도
있으며, 송림의 소나무 숲은 1000년 이상 잘 보존 관리되고 있다. 섬진강에서 힘들게 재첩을 잡는 여인
의 모습도 한 폭 그림처럼 보인다. 국내산이 중국산이 판친다는 소문이 있는데, 하동읍내 여여식당과 동
흥식당은 섬진강 재첩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하동(河東)은 강 동쪽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하동하면 화동(花洞), 꽃동네의 느낌이 강하다. 매스컴에서 반도의 화신을 제일 먼저 보도하는 곳이 대체로 광양, 하동이다. 3월초 어느날 아침 갑자기
섬진강 이쪽저쪽 산기슭에 매화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린다. 마치 하얀 팝콘을 온 산에 뿌려 놓은 것 같다.
강 건너 광양 다압에서는 매화축제가 열리고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 농장은 탐방객으로 넘쳐 난다. 매화
와 매실로 성공한 신지식농업인이다. 고향은 밀양인데, 광양땅으로 시집와 매실로 성공하신 분이다.
매실차, 매실 절임, 매실 한과, 매화꽃 열쇠고리 등등 매실을 이용한 갖가지 상품을 팔고 있다. 청매실
농장 중턱, 가지런하게 정돈된 매실장독대 너머로 보이는 섬진강, 하동땅은 인상적이다.
하동에서 매실로 유명한 곳은 노동식 씨의 먹점골 농장이다. 생산한 매실을 전량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제 판매한다. 팜스테이 농장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온 가족이 황토방에 머물면서 매실의 재배
과정을 체험하고 수확을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산촌 체험장이다.
매화꽃이 지고 나면, 섬진강 변 만지들 19번 국도를 따라 순백의 배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화꽃이
산비탈을 따라 무질서 하게 피어 있다면, 배꽃은 잘 가꾸어진 과수원에 질서 정연하게 여학생 교복소녀 처럼 하얗게 피어 있다. 하동 배는 생산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맛이 뛰어나며, 배 수확 철이 되면 19번
국도 변에는 배 판매 노점 시장이 선다.
3월 말에서 4월 초, 하동의 봄은 절정을 이룬다. 악양 평사리 들 입구에서 시작되는 벚꽃 길은 화개
장터를 지나 쌍계사까지 초 절정을 이룬다. 이때를 맞춰 벚꽃 축제가 열린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 때를 못 맞춰 애를 태우기도 하지만 4월 초 하동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사람으로 넘쳐 난다.
특히 쌍계사 10리 벚꽃길은 하늘을 가린 벚꽃 터널인데, 선남선녀가 손을 잡고 가면 결혼에 골인한다고 한다.
쌍계사 벚꽃길 관전 포인트는 화개동천 동쪽 도로로, 화개동천을 따라 구불구불 피어있는 벚꽃길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에 여명을 받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흰색 형광빛을 발하는 벚꽃길은
정말 아름답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 화개장터
화개장터는 섬진강 하구 70리 하동포구를 따라 집산된 해산물과 남원 인월에서 화개재를 넘어 온 농산
물이 교환되던 장터였다. 보부상은 소금과 건어물을 지고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을 거쳐 인월장으로 갔고, 농산물과 바꿔 돌아와 화개장에 넘겼다고 한다.
지금의 화개장터는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가 유행한 후, 조성된 관광용 장터다. 옛 장터는 버스 주차장
과 화개 농협 주변에 형성돼 있었다. 지금은 장터로서의 기능이 쇠퇴해 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터를
상상했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화개는 구례와 맞붙어 있고, 남도대교를 건너면 광양 다압이다. 전에는 나룻배를 타고 다녔지만, 국
민의 정부 시절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다리가 세워졌다. 파랑색과 주황색 다리 아치는 수직 평형이 아니라 화합의 의미로 윗쪽이 좁아져 서로 의지하는 형상이다.
하동에서는 영호남의 차별을 그렇게 느낄 수 없다. 하동에는 광양사람들이 많고, 화개에는 구례사람들이
많이 산다. 이곳 경제는 광양과 구례 사람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광양의 다압, 진상, 진월
사람들은 주 생활권이 하동이며, 연세 많은 노인들의 '읍에 간다'는 말은 광양읍이 아니라 하동읍을
칭한다. 하동읍 사람들이 아침 운동 삼아 주로 찾는 산은 섬진강 다리 건너 광양땅에 있는 무등산이다. 그리고 광양땅 2번 국도변에 있는 차집에서 보는 하동읍과 섬진강의 전경이 가장 아름답다.
'하동의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동이야기(2) (0) | 2013.08.21 |
---|---|
하동의 아침 (0) | 2013.08.21 |
H 동인에게 (0) | 2013.08.21 |
회원조합과 중앙회 갈등 (0) | 2013.08.21 |
회원조합 노조 결성과 군지부 앞 시위 (0) | 2013.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