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집

(시)아버지 주례사

신랑 아버지, 신부 시아버지 윤한철입니다.

 

오늘 참 좋은 봄날입니다. 연휴이고, 가정의 달 5월이고,

야외 나들이 하기에 딱 좋은 날입니다.

만사 제쳐놓고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아들이 둘인데,

평소 제 말을 잘 듣지 않아 오늘 주례를 통해 하고픈 말을 하고싶어

제가 직접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둘째 아들을 장가보내고,

저의 사돈 되시는 김공주님께서는 첫째 딸을 시집 보내는 날입니다.

저의 사돈께서는 개혼하는 날이고, 저는 자식을 모두 성혼시키는 날입니다.

저는 오늘 둘째 아들을 장가보냄으로써 아버지로서 의무를 다한 기분입니다.

요즘 아들 둘 장가 보내면 등골이 빠진다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해방된 기분입니다.

 

오늘 결혼하는 윤광일과 김보람은

대학 2학년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오늘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CC입니다. 12년째 연애하다 결혼하는 것입니다.

요즘 보기 드문 케이스 같지 않습니까?

 

"사랑이 어떻게 변해?"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이영애에게 애절하게 말합니다.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아니라 변함없는 사랑을 갈구하지만

요즘 세태는 그렇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결혼하는 두사람, 저의 아들과 며느리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12년 동안 사랑을 이어왔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는 두 사람이 어떻게 자랑스럽지 않겠습니까?

감히 말씀 드리는데,

두 사람은 이 시대 보기 드문 순애보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기지 않고,

좋은 계절 봄의 절정 5월에 결혼하는 두 사람이 부모로서는 참 고맙습니다.

 

저것이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이 두사람의 12년 사랑에는 따사로운 봄 햇살만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갈등과 다툼, 오해와 미움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 둘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이 깊어가고, 성숙해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성숙한 사랑이 있기에 결혼후에도

아름답고 희망찬 삶을 이어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비록 구름끼고 비오는 날이 올지라도

두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힘을 합쳐 스스로 극복해 나가리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저는 오늘 아버지와 주례사로서 두 사람에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먼저 좋은 습관을 갖기 바랍니다.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는다.

패스트푸드는 가급적 멀리한다.

부부싸움후 냉전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일상생활속 습관이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좋은 습관이 당장은 귀찮을 수 있고, 나쁜 습관이 달콤할 수 있지만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차이를 가져줍니다.

 

제 안해와는 34년째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도 가끔 부부싸움을 했는데, 대부분 제 잘못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안해는 싸우고 이틀을 가지 않았습니다.

두사람도 본 받았으면 합니다.

 

두 번째 호기심을 갖고 살아가기 바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힘이 되는 원동력은 여럿 있을 것입니다.

지식, 돈, 체력, 친구, 부모님 후광 등등...

그런데 이런 것들에게서 뿌듯한 성취 보람이 느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바라고 갈구하는 것을 노력을 통해 이루었을 때

진정한 성취보람이 느껴지고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이 없는 삶은 어쩌면 무미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난간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일상의 안위에 만족하다보면 발전이 없고, 보람도 느낄 수 없고 권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호기심을 갖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삶이 훨씬 멋있고 보람찰 것입니다.

 

세 번째 배려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이기심보다 협력하는 자세가 개인, 가정,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는 배려심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기쁠 때도 감사하고, 어려움이 닥칠 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애 썼으면 합니다.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사에 감사하라"

이 단순한 말의 실천에 고단수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신랑, 신부는 내가 말한 세가지 당부를 잘 새겨 들었을 줄 압니다.

 

자, 다시한번 큰 소리로 따라합니다.

 

첫째 좋은 습관을 갖는다.

둘째 호기심을 갖는다.

세째 배려허고 감사하며 산다.

 

이제 하객 여러분 앞에서 신랑신부로부터 약속을 하나 받도록 하겠습니다.

 

윤광일, 김보람은 아들딸 구별없이 둘 이상을 갖는다.

 

"예" 

 

오늘 주례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광일아, 보람아 사랑한다. 

    

 

  

'우리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아들 주례사  (0) 2018.12.24
가족들과 대만여행  (0) 2017.01.17
훈병 윤광우   (0) 2013.08.21
콩나물과 콩나무   (0) 2013.08.21
추석에   (0) 201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