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광일아 추석 잘 보냈나. 너 없는 추석은 쓸쓸............................
너 또한 가족 떠나 혼자 보내는 추석이 처음일텐데, 지낼만 하지......?
아빠가 군대생활 할 때, 지금부터 근 30년전 생각이 난다.
최전방 대성산에서 1달동안 참호 공사를 하고 추석 바로 전날 춘천에 있는 부대로 귀대를 하는데,
저녁 무렵 화천을 지날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바람따라 코 끝에 스며드는 찌짐 굽는 냄새에 환장하겠더라.
‘아 먹고 싶다. 엄마’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너를 통해 새삼스레 이 추석에 떠오른다.
이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훈련 생활도 익숙해졌겠다.
그리고 더운 날씨에 훈련 받느라 뱃살도 상당히 빠졌겠다.
"땅을 파고 묻혀 죽고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서 동감하고 내 홈피에 기록해 논 글이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상의 작은 기쁨이 있다면 그것으로 생활에서 즐거움과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나님은 우리를 설계하신 것 같다.
이젠 며칠 있으면 훈련을 마치고, 6군단으로 배치되겠네.
자대 가서도 적응 잘 하리라 믿는다.
군생활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 짧은 기간 동안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기에.
먼저 사회생활을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군대생활한다면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너를 되돌아 보고, 앞 날의 너를 생각하는 군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2005. 9. 20 아침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