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한번 하자" 5월 설악산 등산을 한 친구들 사이에서 얘기가 돌았다. "60 환갑 나이에 기념으로 한 번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6월 첫 일요일 대모산 정기산행 후 뒷풀이 장소에서 '7월중 가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6월 9일 「지리산종주 카톡방」을 개설했다. 초기 멤버는 김정오 진병준 정성배 신윤태 박진호 오하석 전규환 윤한철 8명. 그런데 반이상이 난생 처음 지리산 종주에 도전한단다. 다들 주말 산행으로 어느정도 단련된 몸이지만, 나이도 60을 넘었고 지리산 종주능선이 만만한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안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일정을 2박3일, 되도록 여유롭게 짜기로 했다. 첫날 로타리산장에서 자고 둘째날 연하천 대피소에서 자는 것으로 계획했다. 그런데 연하천 공사중이라 예약을 받지않아서 할 수 없이 벽소령대피소로 바꿨다. 산행거리는 첫날 3.4km, 둘째날 13.4km, 세쩨날 16.6km 총 33.4km. 세째날이 좀 염려됐다. 날짜는 당초 7월5일부터 7일까지로 계획했으나, 일부 멤버가 일정이 중복된다고 해 7월12일부터 14일로 조정했는데 때마침 태풍이 북상해 다시 이틀을 연장해 14일부터 16일까지로 최종 조정했다. 전규환은 계획변경으로 일정이 중복돼 빠지고,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김정환 교수가 참여하게 되었다. 김교수는 지난 5월 설악산 등산에도 참여했었다. 준비물은 버너와 코펠 3셑, 압박붕대 진통제등 구급약, 박진호 장모님표 묵은김치 3봉지, 진병준 김부각과 엄나무순 장아치, 오하석 구운김 등등. 나머지 부식, 주류 등은 현지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출발일이 다가오자 몇몇은 소풍가는 초딩처럼 들떠있었다. "지리산 종주 평생 꿈꿔 왔다" "등산화는 어떤 것을 신어야 하지?" "츄리닝을 갖고 가야 하나?" "스틱은 2개를 가져가야 하나?" " 랜턴은 꼭 필요한가?"
7월 14일 오전 9시 30분 남부터미널에 모두 모였다.
10시발 진주행 버스를 타고 산청 원지에 13시경에 도착했다.
우선 터미널 옆에 있는 부산돼지국밥집에서 막걸리, 소주를 반주 삼아 점심을 먹고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돼지고기 3kg, 소주 10병, 참외 1자루, 쌀 2kg, 상추와 깻잎, 꽁치 통조림, 에너지바 등등.. 돼지고기 3kg를 배낭에 넣으니 꽤 무거웠다.
택시를 타고 중산리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로타리대피소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 3.4km. 2시간은 걸어야 했다.
쌀을 씼어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돼지고기를 구워 윤태가 가져온 산초주 1병, 소주 4병을 마셨다.
그날 저녁 술이 기분 좋게 오른 정오는
저녁늦게 까지 혼자서 대피소 마당을 배회하다 넘어져 옆구리를 다쳤다.
끙끙대며 투덜거리는 정오, 심하게 끊임없이 코고는 성배.
잠자리가 좀 불편했지만 다음날 3시도 되기 전에 모두 기상했다.
그리고 어둔 새벽, 랜턴을 밝히고 천왕봉을 향해 걸었다.
천왕봉까지는 어제 올라온 코스보다 짧은데도 몸이 덜 풀려 그런지 힘들어 했다.
드디어 5시경 천왕봉 정상 도착.
아쉽게도 구름이 끼어 제대로된 일출은 볼 수 없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또 와야 겠다.
장터목 고사목지대.
전에는 고사목 군락으로 장관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어 이젠 흔적정도 남았다.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었다.
힘들어할 윤태가 아닌데, 좀 지쳐 보인다.
등산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덥지 않을까?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구름이 좀 끼었지만 태풍이 지난 뒤라 날씨도 서늘하고 햇볕도 가려져 정말 기분좋게 등산 했다.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했다.
그리고 소주는 2병만 마셨다. 나머지 4병은 벽소령에서 비웠다.
이번 산행 이틀째는 시간상 여유가 많았다.
13.4km를 걷지만 새벽 3시에 출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걸으면 오후 2시 전후에 숙소인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즐기면서 얘기도 하면서 걷기로 했다.
이번 산행의 공식 세프는 신윤태.
라면을 어떻게 끓어야 쫄깃쫄깃 맛있는지를 시범으로 보여 주고 있다.
머가 그리 좋뇨? 강남 논술학원 원장, 신났다!!
토일요일이 더 바쁘단다. 돈 많이 벌어라.
장모님 잘둔 박대사. 덕분에 묶은김치 많이 묵었다.
장모님께 고맙다고 선물하기로 했는데, 그만 깜빡, 죄송.
요즘 부쩍 산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 정오.
합창반도 열심, 중국어도 열심,,,,
함양 만석군? 후예 병준.
가장 최근 산우회에 합류한 신인, 구수한 입담에 원칙주의자,,
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는 IT분야 박사, 교수.
그런데 웬 등산 실력이 그리 좋아? 넘어져 다리를 다친 게 흠.
보수논객 조갑제와 외모 뿐만 아니라 뇌구조도 닮은 꼴.
디카 테크닉만은 인정, 그런데 구도는 여~ㅇ?
저 빗점골, 남부능선을 넘어면 내가 살 던 곳.
지리산은 참 좋다. 엄마처럼..
외모로는 무인풍. 그런데 요즘 인문학에 관심이 많고 동양철학도 수준급,
인터넷에 자리 깔았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라도 콜..
세째날은 16.6km를 걸어야 하기에 힘들 줄 알았다. 예전에도 그런 경험을 했으니,,,
그런데 예상 밖, 다들 컨디션이 괜찮았다.
아마 둘째날 일찍 숙소에 도착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덕분인것 같았다.
토끼봉을 지나고 500여개 계단을 올라 삼도봉을 밟고,
예정된 시간 오후 3시경 노고단에 도착했다.
그리고 군내버스를 타고 구례로 내려와 목욕을 하고
터미널 뒷쪽에 있는 순대백화점에서 하산주 겸, 늦은 점심을 했다.
2002년에 이집에 와 봤는데, 내가 먹어본 순대집 중 최고, 장담한다. 구례에 올 때면 꼭 들린다.
막창 순대의 쫄깃쫄깃함, 피순대의 고소한 맛.
그리고 쉽게 먹기 힘든 암뽕의 오묘한 맛.
브라보, 지리산 종주 성공.
이번 지리산 종주, 무사히 잘 끝났다.
옆구리를 다치고, 넘어져 다리에 피를 흘린 사람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끝난 건 정말 대 성공!
힘이 빠져 다리를 삐거나 무릎에 이상이 생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평소 체력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친구들이 모두 자랑스럽다.
60대에 산행을 하는 것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즐기면서 여유롭게 하고 싶었다.
그 옛날 하인과 기생을 대동하고 지리산에 올랐던 조선시대 양반들 처럼 할 수 는 없지만,
두루 즐기면서 지리산 종주능선을 주유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친구들과 오랫동안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다.
연하천 대피소 신축 공사가 끝나면 더 여유롭게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 소원대로 70까지 지리산 종주에 도전하자!!
"周遊, 지리산 종주" 신선처럼 지리산 종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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