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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남해 설흘산 & 금산 보리암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보는 바다는 설명이 필요없는 다도해다.

망망무제 바다, 옹기종기 섬들. 한푹 그림처럼 아름답고, 시원하다.

막힌 가슴이 펑 뚫린다.   

 

8월에는 남해로 가자.

은근히 통영 사랑도에 있는 상도와 하도 산행을 기대했는데,

친구들은 남해 설흘산과 금산 산행을 원했다.

숙소와 이동수단이 불편하기에 걱정이 됐지만 

친구들 희망대로 남해로 1박2일 여행 & 산행을 가기로 했다.

 

참석자는 신윤태 김정오 오하석 김기석 진병준 유상섭 윤한철 7명.

8월21일 8시발 남해행 버스를 타고 남해 버스터미널에 12시 30분경 도착했다.

터미널 인근에 있는 돼지국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택시를 불러

설흘산 등산로 입구인 선구마을로 갔다.

 

 

      

  

 

선구마을 어귀에 있는 당산마무, 팽나무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였지만, 비는 오지 않고 하늘만 잔뜩 흐렸다. 

산행하기엔 좋았다.

산행코스 선구마을을 출발해 응봉산 설흘산을 올랐다, 가천 다랭이 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다.

소요예상시간은 3시간 30분.

아름다운 남해 앵간만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지만

아쉽게도 흐린 날씨 탓으로 멋진 풍경을 다 볼 수는 없었다. 

   

 

보기엔 아찔한 암릉 구간. 철책과 목책이 쳐져 있어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다.  

 

 

 

 

 

드디어 설흘산 정상에 올랐다.

산행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내리막.  쉬엄쉬엄 얘기하며 오르기에 딱 좋았다.

 

 

가천 다랭이 마을.

 

 

 

 

 

 

 

시골할매 막걸리 집에서 하산주 막걸리 마시고 저녁도 먹고,

삶은 돌문어 유자막걸리 등등 밤 술안주를 준비해, 

또다시 택시를 불러 숙소 편백림 휴양림으로 갔다.  

 

휴양림 숙소는 예약하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남해로 가기로 하고 숙소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휴양림예약사이트에 들어 갔더니 딱 20일 방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날짜를 20, 21일 로 잡았다.

 

그런데 21일은 세째 금요일, 동기회 정기모임이 있는 날.

빠지고 우리끼리 놀려 간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지만,

어렵게 운좋게 잡은 휴양림을 포기할 수 없어 강행하기로 했다.

동기회 회장, 총무님께는 죄송.. 

 

 

21일 아침에 일어나니,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이 비에 산행은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일기예보는 10시이후에는 좀 잦아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비오는데 등산할 수 있겠나? 산행 포기하고 고스톱이나 치자.'

'남해까지 왔는데, 기도발 잘 받는 보리암에는 가야지'

의견이 분분했다.

 

  

숙소 창밖 비오는 먼산을 바라보는 모습. 멍, 처량한가?

그런데 태평스럽게 보였다. 

 

 

 

 

사실 나도 등산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휴양림에서 금산까지 등산로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휴양림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두번이나 물어봐도 등산로 없다는 대답이었다.

블로거에서 찾아보고, 산림청 친구에게 물어 봤지만 확실하게 답을 얻지 못했다.

 

임도를 따라 가다보면 보리암 또는 금산 가는 등산로 리본이 보일 것이고

그것을 따라 500m쯤 가다보면 산불감시초소를 만나게 되고

기서 부터 금산까지는 등산로가 잘 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전 10시쯤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우중 산행을 강행했다.

 

 

풀들이 무성한 임도. 이런 길을 언제 걸어 봤던가∼∼

어린이 같이 맑은 정오의 표정이 좋다.

 

 

임도 중간에서 산길로 접어 들었다.

임도로 계속 가겠다는 상섭이도 어쩔 수 없이 합류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지난 흔적을 더듬어 전진했다.

비에 흠뻑 젖은 억새풀, 길을 막고 있는 망개나무를 헤치고

길을 개척하다 시피 어렵게 올랐다.

옷은 흠뻑 젖었고, 고어텍스 방수 등산화도 물이 찼다.

 

문제는 어느정도 오르면 반듯한 등산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등산로는 점점 옅어지고 이러다가 등산로를 잃지는 않을까 불안감도 닥쳐왔다.

 

 

드디어 산 봉우리에 올랐다.

멀리 바다가 안개구름속에 보였다.

 

보리암이 보이고, 이정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좀 더 반듯한 등산로로 잡아 들어 약 100m쯤 내려 갔는데 '잘 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산봉오리로 올라 둘려봐도 안개구름이 산을 감싸고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눈에 뛴 것이 전신주. 산봉오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까지 연결된 전신주인데,

보리암에서 연결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윤태와 병준이가 스마트폰 지도앱과 나침판을 이용해 찾은 방향과도 일치했다.

위대한 대한민국 예비역의 독도법 해독 능력!

 

그래도 보리암 가는 길은 험난했다.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풀을 헤치고 특수부대 요원처럼 앞으로 전진했다.

보리암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니 색다른 경험을 하는 묘한 쾌감도 느껴졌다.

 

 

무사히 전투산행을 마친 전사들

 

 

 

 

 

 

 

보리암 대웅전앞에서 찍은 남해바다.

산너머 상주해수욕장이 있고, 멀리 보이는 항구가 아름다운 미조항.

 

점심을 미조항에서 멸치회, 갈치회, 돌멍게, 전복, 성게 등등으로

성찬을 할 계획이었는데 여러사정으로 불발.

 

 

 

 

 

남해 설흘산, 금산 여행&산행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사히 끝났다.

지나고 보니 좀 무모했다는 반성이 든다.

설흘산, 금산, 숙소인 편백림 휴양림이 너무 떨어져 있어 차량을 가져기지 않고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어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대로였다.

 

금산처럼 유명한 산이면 어느정도 등산로가 나 있을 중 알았는데, 추측산행은 금물이었다.

숲이 우거진 여름, 기상조건이 좋지 않은 날 낮선 등산로를 찾아 산행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만행.

 

이번 산행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이런 산행은 하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