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울진 금강소나무길을 가게됐다.
오래전부터 한 번 가봐야지 마음속으로 새기고 있던 곳이었다.
거리도 멀고,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하는 곳이기에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금강소나무 숲은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특별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약 4만 ha, 소나무중 가장 재질이 좋은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봉산으로 지정돼 관리해왔고,
일제시대에는 벌목되어 춘양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되어 숲이 많이 훼손되었다.
지금은 산림청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4개 구간만 탐방로를 만들어 일반인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중 제1구간과 제3구간을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하루에 탐방 허용 인원은 80명,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숲해설가의 안내하에 들어갈 수 있다.
거리는 1구간 13.5km, 3구간 16.3km이며 중간에 탈출구는 없고 일단 들어가면 끝까지 가야한다.
9월 16일 오후 1시 천호역 1번출구, 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만나 출발했다.
동행자는 안성일, 진병준, 유상섭, 윤한철 4명.
진병준과 유상섭은 최근 지리산과 설악산 등산을 함께했고, 안성일은 첫 동행이었다.
성일이는 최근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레길을 다녀왔다.
평일 고속도로는 뻥 뚫려 드라이브하기에 최고, 마음도 뻥 뚫려 기분도 하이!
가다가 임원항에 들려 싱싱한 회 안주에 소맥도 들이키고, 저녁 8시경 민박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민박집에서 내준 김치, 풋고추를 안주 삼아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밤 11경 잠자리에 들었다.
보부상길(제1구간)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잔뜩 흐렸다. 금새 비가 올 것 같기도 했다.
민박집은 서너가구 동네,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등등 유실수가 감싸고 있었고, 가을꽃이 만발했고,
텃밭에는 고추, 땅콩, 고구마, 들깨 등등 농작물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집주인은 할머니 한 분. 서울에 살다가 13년전에 이곳으로 왔단다.
목상을 하던 남편이 암에 걸려 공기좋은 이 곳으로 귀촌했는데
몇년전 남편은 저 세상가고 혼자 텃밭 농사를 하면서 민박을 한다고 했다.
아담한 키에 고운 자태를 간직한 70대 중반의 할머니는 자상하고 친절했다. 음식도 깔끔하고 맛났다.
남자 단체 손님은 술마시고 시끄럽게 해 잘 받지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운좋게 마음씨 좋은 할머니 민박에서 기분좋게 하루밤을 지냈다.
하루 숙비는 1인당 1만원, 밥값은 1인당 6천원이다.
9시에 출발지에 모였다. 모인 사람은 11명, 생각보다 적었다.
별도로 학생들이 온다고 했는데, 평일이라서인지 예약이 다 차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 가는 제1구간은 두천리에서 소광리로 넘어가는 옛 보부상길 일부다.
옛날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 영주, 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열두고개중 네고개가 있는 탐방로다.
울진내성행상불망비
울진과 내성(봉화)를 남나들던 보부상 접장 정한조와 반수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
돌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철로 만든 것이 특이하다.
허가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탐방은 5월부터 11월까지 허용된다.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길은 평탄하다. 고개를 네개 넘어야 하는데, 그 고개도 기껏해야 200m정도 경사도도 20도이하다.
벌써 가을 느낌이 물씬난다. 일찍 단풍이 드는 붉나무, 붉은색이 곱다.
입산금지, CCTV 촬영중. 안으로 들어가면 송이 밭. 마침 송이가 나는 철이라 감시가 심하단다.
산림청에서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대신 마을 주민들에게 송이채취권을 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외부인 출입을 막는 감시자 역할을 하고 겨울철 산불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수령 삼백년 소나무 그리고 다래나무. 생존 경쟁관계가 아니라 공생관계라고 해야 겠다.
노란 금띠두른 소나무. 문화재 복원용 소나무로 지정된 나무다.
60년 이상 된 4000여 그루가 지정돼 있다.
이곳 소나무들이 경복궁 복원 때 몾재로 사용 되었다.
흰색띠를 두른 소나무도 있는데, 이들은 후계자 소나무 번식을 위한 솔방울 채취용이란다.
산양 똥밭이다. 산양은 한 곳에 똥을 눈단다.
유실 토사 방지용 땜. 땜안에는 낙엽이 쌓여 썩고 있고, 깨끗해야 계곡물도 시꺼멓다.
숲 해설가의 설명에 의하면 전혀 쓸모없는 땜이고, 오히려 수질만 악화시킨단다.
나무가 많은 이곳은 나무뿌리가 서로 얽키고섞여 토사유실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행정에서 예산이 남으니 쓸데없이 공사를 했다고 한다.
차라리 폭파하는게 나은데 책임문제로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점심시간. 민박집에서 당번을 정해 점심밥을 직접 날라 준다.
나물 몇가지 얹은 비빔밥인데도 맛있게 먹었다.
조령성황사. 보부상길 가장 높은 고개인 조령에 있는 성황사.
무사안녕을 비는 곳이다.
성황사 안에는 1000여명의 보부상 이름이 새겨져 있어 보부상 연구에 귀중한 곳이란다.
보부상 길에는 주막도 있고, 화전민도 살고 있었다.
1968년 울진무장공비 사건이후, 이주 시켰다.
주인 잃은 무쇠솥이 그 흔적을 말해 준다.
우비 형제. 동해 휴게소 등산용품점에서 19,000원 싼값에 샀다.
제1구간 13.5km 완료했다. 소요시간은 천천히 걸었는데도 약 6시간.
당초 7시간으로 예상했는데 1시간 이상 빨리 도착했다.
덕분에 십이령주막집에서 오뎅, 파전 안주로 막걸리를 몇 순배 더했다.
500년 소나무길(제3구간)
하늘은 너무 파랗고 맑았다. 어제 비가 온 영향도 있고, 깊은 산속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치톤피드, 맑은 공기 덕분인지 머리도 맑고 상쾌했다.
오늘은 나만 배냥을 메고 다른 사람은 배냥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탐방객은 달랑 네사람이 전부다. 그런데 숲해설가는 구간구간 네사람이 나왔다.
숲해설가는 산림청 계약직 직원이다. 5월부터 11월까지 근무하고 5개월은 쉰다. 부렵기도 했다.
원래 이곳 토박이도 있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 KBS PD로 근무했던 분도 있었다.
붉은 빛이 선연한 금강송길, 거의 평지 수준이다.
개울을 건너고 숲길을 걷고 얕은 고개마루를 넘고,
잘 생긴 소나무에 감탄하고 청초한 쑥부쟁이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제3구간은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다.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후계림을 조성하고, 숲 속 먹이사슬을 복원하고,
생태학습 및 견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숲해설가. 서울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후 이곳으로 왔단다. 나이는 팔순이 다되 간단다.
그래도 청년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금강송은 최고의 소나무란다.
한때 일본 사람들이 적송이라고도 했고,
일제때 봉화 춘양역에서 집산되어 운송되었다고 해 춘양목이라고도 했었다.
금강송은 나무 밑에서 첫 가지까지 간격이 길고 곧으며, 재질이 단단해 목재로서 가치가 아주 높다.
특히 속이 황색인 황장목은 금강송중 최고로 쳐 준다.
위 사진중 가운데 것이 황장목이다.
황장목은 양지바르고 척박한 마사토지대에 자라 성장이 더뎌 나이터가 아주 조밀하다.
잘 썩지 않아 왕궁이나 절의 기둥, 왕실의 관을 만드는 목재로 쓰였다.
아래 사진은 썩은 황장목 둥치. 외피는 썩었는데, 내피 황장은 썩지 않았다.
수령 500년 소나무.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에 딱 어울리는 나무다.
나무 둥치엔 찢어진 크릭이 두개 나 있는데, 벼락을 맞은 흔적이란다.
두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용하게도 살아 남았다.
제3구간은 왕복 16.3km, 오전 9시 출발하여 오후 2시에 완료했다.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스를 약간 단축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이틀 동안 약 30km, 좀 힘들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금강소나무 숲길,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멋진 소나무, 잘 가꾸어진 탐방로,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 잘 보존된 숲 그리고 적당한 스토리.....
너무 좋아 하루를 더 연장해 제4구간을 가기로 하고 신청을 했더니,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면 않된다고 해서 포기했다. 너무 아쉬웠다.
토,일요일 휴일에는 탐방객이 많지만 평일은 그렇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수 있어 좋았다.
2박3일 힐링 한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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