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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가을, 내장사에서 백양사까지

 

"올해는 내장산 핏빛 단풍과 백양사 애기단풍을 제대로 즐기자"

 

10월 마지막 금요일 아침 7시 30분,

단풍구경겸 산행을 위해 센터럴터미널에 권순철 김정오 신윤태 안성일 오하석 윤한철 진병준 7명이 모였다.

여정과 코스는

첫날은 정읍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내장사로 가서 점심을 먹고 민박집을 구하고

내장산 일주문에서 서래봉, 까치봉 등 5개 봉우리를 타고 내장사로 내려와서 1박을 하고,

둘째날 연자봉, 신선봉을 거쳐 까치봉 삼거리에서 백양사까지 가는 것으로 잡았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대형버스가 줄을 섰고, 산사길은 등산객들로  붐볍고,

절 입구는 스피커 노래소리로 시장터 같았다.

그리고 아쉽게도 단풍은 아직 기대만큼 물들지 않았다.  

 

 

 

 

 

 

일주문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벽렴암가는 절길, 가파랐지만 호젓하다.

 

 

 

서래봉길은 이름처럼 직벽에 가까운 철계단길이 연속으로 오르내렸다.

그래도 전망은 끝내줬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내장산 능선길.

멀리서 부터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과 까치봉은 사진에 잡히지 않았다.

까치봉에 오니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산에는 해가 빨리 떨어지고 어둠이 급하게 온다.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느긋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내려왔다.

친구들이 옆에 같이 있고, 우리가 잘 민박집을 구해놨으니 안심이 됐다.

 

오늘 걸은 거리는 산행만 8.5km. 민박집에서 일주문까지 2.5km 족히 되니 총거리는 13.5km, 약 7시간이 소요됐다.

당초 예상은 5시간정도 였는데 2시간을 더걸은 셈이다.

민박집 앞 식당에서 저녁 8시경에 저녁을 먹고 민박집 '촛불민박'으로 갔다.

민박집 주인 마음씨 좋게 보이는 동갑내기.

미리 불을 넣어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옛 시골 사랑방같은 느낌을 줬다.

대충 씼고 주인이 내준 김치에 소맥을 한잔씩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날 예상보다 많이 걸은 탓으로 모두 피곤한 것 같았다.

 

 

 

산골 아침은 상쾌했다. 서둘려 출발하려고 했는데, 어제 좀 피곤했는지 늦어졌다.

아침을 먹고 나니 벌써 8시가 다됐다.

당초 8시에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는데 이러다간 1시간 정도 지체될 것 같았다.

또 절 입장료 3,000원을 내고 1,000원을 내고 환승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갔다.

웬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100m넘게 줄을 서고 있었다. 결국 9시30분쯤에야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중턱까지 왔는데도 몇몇은 힘들어 했다.

아침이라 아직 근육이 덜 풀려서 그랬나, 아님 어제 저녁 술마시고 코고는 사람 때문에 잠을 설쳤나? 

 

 

까치봉 삼거리를 지나 백양사 갈림길로 들어서니 길은 순했다.

특히 순창새재길은 숲 울창한 완만한 흙길이라 걷기에 참 좋았다.

풍광이 아름다운 길도 좋지만 이런 흙길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순창새재길에서 보는 산은 아름답지는 않을지 몰라도 포근함느낌을 준줬다. 산이 참 순하고 너그럽게 느껴졌다.  

 

 

 

드디어 백양사까지 왔다.

여기도 단풍은 아직 일렸다.

앞으로 한 열흘쯤 지나야 절주변 단풍은 절정을 맞을 것 같았다.

오늘 걸은 거리는 약 12km, 오늘도 7시간을 걸었다.

 

 

 

 

 

백양사에서 정읍으로 택시를 타고 와서 목욕을 하고

소맥을 거푸 몇순배 마시고 씨레기돼지갈비탕으로 허기를 채웠다.

오늘산행중 카스테라와 밀감으로 점심을 때웠다. 늦게 점심겸 저녁을 한셈이다.

그래도 다들 즐겁단다. 

 

 

내장사와 백양사 절길에 단풍나무는 누가 무슨 연유로 심었을까?

수행자들과 화려하고 붉은 단풍나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은 두 절의 명물이 되었고, 돈이 지배하는 요즘 세상 두 절의 재정을 책임지는 효자가 된 것 같다.

 

백양사에서 느낀 또 한가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된 갈참나무가 있다는 것과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있다는 것.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