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통광장

설악부

설악부

 

 박두진

 

1.

부여안은 치맛자락 하얀 눈바람이 흩날린다. 골이고 봉우리고

모두 눈에 하얗게 뒤덮였다. 사뭇 무릎까지 빠진다. 나는 예가

어디 저 북극이나 남극 그런 데로도 생각하며 걷는다.

 

파랗게 하늘이 얼었다. 하늘에 나는 후- 입김을 뿜어본다.

스러지며 올라간다. 고요-하다. 너무 고요하여 외롭게 나는

태고! 태고에 놓여 있다.

 

2.

왜 이렇게 자꾸 나는 산만 찾아 나서는 겔까? - 내 영원한 어머니......

내가 죽으면 백골이 이런 양지짝에 묻힌다. 외롭게 묻어라.

 

꽃이 피는 때 내 푸른 무덤엔 한 포기 하늘빛 도라지꽃이 피고

거기 하나 하얀 산나비가 날아라. 한 마리 맷새도 와 울어라.

달밤엔 두견! 두견도 와 울어라. 

 

언제 새로 다른 태양 또 다른 태양이 솟는 날 아침에 내가 다시

무덤에서 부활할 것도 믿어 본다.

 

3

나는 눈을 감아본다. 순간 번뜩 영원이 어린다. ......인간들!

지금 이 땅 위에서 서로 아우성치는 수많은 인간들이

그래도 멸하지 않고 오래오래 세대를 이어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우리 족속도 이어 자꾸 나며 죽으며 멸하지 않고 오래오래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언제 이런 설악까지 웬통 꽃동산 꽃동산이 되어 우리가 모두 서로

노래치며 날뛰며 진정 하로 화창하게 살아 볼 날이 그립다. 그립다.

 


'소통광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기독교 역사, 가쿠레 기리시탄  (0) 2017.06.06
산(山) / 박목월  (0) 2017.02.16
난간 위의 고양이  (0) 2016.10.30
(시)  (0) 2015.04.07
왜 니체인가  (0) 201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