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부
박두진
1.
부여안은 치맛자락 하얀 눈바람이 흩날린다. 골이고 봉우리고
모두 눈에 하얗게 뒤덮였다. 사뭇 무릎까지 빠진다. 나는 예가
어디 저 북극이나 남극 그런 데로도 생각하며 걷는다.
파랗게 하늘이 얼었다. 하늘에 나는 후- 입김을 뿜어본다.
스러지며 올라간다. 고요-하다. 너무 고요하여 외롭게 나는
태고! 태고에 놓여 있다.
2.
왜 이렇게 자꾸 나는 산만 찾아 나서는 겔까? - 내 영원한 어머니......
내가 죽으면 백골이 이런 양지짝에 묻힌다. 외롭게 묻어라.
꽃이 피는 때 내 푸른 무덤엔 한 포기 하늘빛 도라지꽃이 피고
거기 하나 하얀 산나비가 날아라. 한 마리 맷새도 와 울어라.
달밤엔 두견! 두견도 와 울어라.
언제 새로 다른 태양 또 다른 태양이 솟는 날 아침에 내가 다시
무덤에서 부활할 것도 믿어 본다.
3
나는 눈을 감아본다. 순간 번뜩 영원이 어린다. ......인간들!
지금 이 땅 위에서 서로 아우성치는 수많은 인간들이
그래도 멸하지 않고 오래오래 세대를 이어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우리 족속도 이어 자꾸 나며 죽으며 멸하지 않고 오래오래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언제 이런 설악까지 웬통 꽃동산 꽃동산이 되어 우리가 모두 서로
노래치며 날뛰며 진정 하로 화창하게 살아 볼 날이 그립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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