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에서 둘째날, 바이칼 여행이다.
바이칼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날 농산물 시장과 수퍼마켓에서 산 과일, 맥주, 음료수, 과자에 여행사에서 준비한 점심도시락을 받아
환바이칼 열차에 올랐다.
꼭 친구들과 MT가는 느낌이다.
이르쿠츠크역을 출발한 환바이칼 열차는 시베리아횡단철길로 슬루쟌카역까지 갔다가 선로를 바꿔
바이칼호수를 따라 뽀르트바이칼까지 86km구간을 달린다.
환바이칼 철길은 시베리아횡단철길의 일부분이었다.
이 구간은 지형이 험준하여 시베리아횡단철길중에서 가장 난공사구간이였으며, 공사비용도 많이 들었고,
가장 마지막에 완공되었다.
하지만 1956년 수력발전을 위한 앙가라강댐 건설로 앙가라강변 철길이 물에 잠기게 되자
새로 우회철길이 만들어 젔고, 바이칼호 수변 철길은 방치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바이칼호수가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되자 철길을 보수하여 관광열차로 운행하게 되었다.
환바이칼 열차는 관광객으로 만원이었다. 우리가 탄 객실은 전원 한국사람들.
오른쪽은 바이칼 호수, 왼쪽은 자작나무와 소나무 숲.
열차는 절벽위를 달리고, 다리를 건너고, 터널을 통과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바이칼의 풍경속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열차는 시속 20km로 천천히 달렸고, 중간중간역에서 30분정도 쉬었다.
철길 주변에 마을은 눈에 띄지 않았고, 역 주변에 드문드문 몇가구 산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날씨가 흐린 것이 아쉬웠지만 바이칼 호수는 넓고, 신비로웠다.
마지막 역 뽀르트 바이칼역에서 내려 배를 타고 앙가라강을 건너 리스트비안카로 이동했다.
그럴싸한 음식점에 들려 러시아 전통 꼬치 구이 샤슬릭에 보드카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했다.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가이드가 슬픔이 짙게 느껴지는 러시아 노래를 들려 줬다.
가난한 화가의 애잔한 사랑을 노래한 '백만송이 장미',
제2차세계대전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체첸장병들을 추모한 '백학'.
그리고 사랑하는 페르시아 공주를 볼가강에 던저야 했던 코사크 농민혁명가를 노래한 '스텐카라진'.
특히 40여년전 대학시절, 막걸리 마시면서 불렸던 스텐카라진을 다시 듣게 되다니, 반갑고도 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리고 이들 노래에서 투박하고 슬픈 비애미가 느껴졌다.
이것이 러시아의 원초적인 국민정서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