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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가을, 영남 알프스 1박2일


10.16~17일, 1박2일로 영남알프스에 가게 됐다.

이번 가을에 영남알프스를 꼭 가고픈 어떤 여성분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은근히 기대반으로 가이드겸 산행을 하게 되었다.

숙소는 신불산 산림문화휴양관 예약을 하고 아침 7시 승용차편으로 잠실을 출발했다.

첫째날 코스는 청수골을 출발하여 신불평전을 거쳐 신불산에 올랐다가 간월재에서 임도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잡았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으로 예상했다.  


낮 12시 조금 못미처 청수골에 도착, 길옆에 차량을 파킹하고 꼭 필요한 물건 그리고 간식과 물을 챙겨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하늘은 푸르고 청명,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가파르지 않고, 높게 자란 나무가 하늘을 가린 숲길은 걷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노각나무, 개서어나무 등등 활엽수로 구성된 숲은 평화롭고 평온했다.

아직 이른 가을이라 녹색 천지였지만, 간간히 성급하게 붉은 단장을 한 나무가 눈에 띄었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했는데,  '사람주나무'라는 것을 뒤에 알게 되었다.

 




중간에 간식을 먹고 초 가을 숲길의 정취를 느끼면서 한 참을 걸었는데도 예전에 느꼈던 신불평전 등산로 느낌이 오지 않았다.

당초 예상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섰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서 다시 가기엔 너무 멀리 왔었다. 길은 외길, 오던 길을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산 능선에 올라서니 신불평전은 까마득히 북쪽에 보였고, 영축산도 한참 위쪽에 보였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은 한피기고개였다. 당초 계획했던 지점보다 약 6km 정도 돌아서 올라온 셈이었다.

산행초입 계곡길에서 청수좌골로 가야 했는데 청수우골로 잘못 접어 들었다. 지난 태풍 때 계곡길이 홍수에 쓸러  길이 헷갈렸었던 것 같았다.

오후 6시에 하산 완료하려고 했던 계획은 무의미해졌다. 해떨어지고 깜깜한 밤, 8시이후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걱정인데 일행들은 잘 됐다는 반응이었다.    

영남알프스가 처음인 일행들은 영남알프스 온전히 체험할 수 있고, 특히 통도사 뒤산인 영축산을 가게 되었다며 오히러 반기는 분위기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을 조망하고, 햐얀 억새밭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북쪽으로 운문산, 가지산, 천왕산, 제약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멀리 남서쪽으로는 너울같은 산줄기들이 첩첩 이어졌다.

 






드디어 신불평전.

억새꽃은 때가 조금지난 듯 은빛 아름다움이 덜 느껴졌다.

하지만 석양빛에 물든 억새꽃은 충분히 환상적이었다.





신불산 정상에 올라가기도 전에 해는 산너머 떨어지고 있었다.

석양은 언제 봐도 멋지다.

하루를 저렇게 멋지게 마무리하는 태양처럼 마무리가 아름답기를~

 



간월재에 도착하니 해는 완전히 떨어지고 깜깜한 밤이었다.

숙소까지는 임도를 따라 5km이상을 더 내려가야  했다. 몸은 지쳤고 길은 어둡고 갈길은 아직도 멀었다.

랜턴을 켜고 내려오다 천주교 성지인 죽림굴에 들렸다.

밤 8시 30분이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무려 2시간30분 이상 더 걸렸다.

피곤했고, 배도 고팠다. 오늘 먹은 것은 고작 간편식이 전부였으니 걸은 거리, 운동량에 비해 부실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문을 연 식당은 없었고, 밥을 해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인터넷을 서핑해 언양 원조진불고기집에 전화를 했더니 9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곧바로 등산복 입은채로 차를 몰고 식당으로 갔다.

시장끼도 있었지만 불고기 맛이 끝내줬다. 빈대떡처럼 두툼하게 전처럼 구운 불고기는 적당한 육즙에 화근내가 나고 감칠 맛이 났다.

사장님에게 맛있다고 했더니, 암소고기만 쓰기 때문에 맛이 틀리다고 했다.

소맥으로 시작해서 소주도 적당히 마시고 첫날 산행을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피곤기가 있었지만 조용히 빠져나와 어제 저녁 깜깜해 보지 못한 파래소에 갔다 왔다.

아침밥을 먹고 8시가 지나 숙소를 출발해 얼음골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능선까지 가서 천황산, 제약산을 넘어 표충사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케일블카가 놓이기전에는 가파른 얼음골 계곡 너덜길을 1시간 이상 힘겹게 올라야 했는데, 이젠 10분이면 거의 천왕산 7부능선까지 갈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갈대밭 사이 완만하 목책 능선길 끝에 천황산 정상이 보인다.

  




영남알프스에는 1천m 이상의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한다.

높기도 하지만 산 정상 능선에 넓은 평탄면이 있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운문산에서 영축산까지는 연봉으로 연결돼 있고, 천왕산과 재약산은 따로 떨어져 있다.

숫소의 엉덩이처럼 힘차게 솟은 운문산에서 영축산까지 연봉 가운데 부분에

천왕산과 재약산이 쇠불알처럼 불룩 늘어져 있는 형상이다.

천황산과 재약산을 축으로 운문산,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반타원형 형태로 감싸고 있다.


영남알프스 천황산에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랐다.

외국의 산에서 우리와 다른 색다른 산의 묘미에 흥분하기도 했었지만,

우리의 산 정상에서 보는 풍광과 느끼는 성취감은 단연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의 유명산 대부분은 멀리서 바라보거나 가까이서 올려다 보는 경외의 산이지만,

우리의 산은 걸어 들어가서 산 정상에 올라 온 몸으로 느끼는 산이기에 산행의 참 재미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는 정말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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