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트가 가기 한 달 반 전인, 그이의 100세 생일 한 달 전 어느 날 테이블에 여러사람과 앉아 있을 때 그이가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이는 신중하게 목적을 갖고 떠날 시간과 방법을 선택했다. 정연하고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기 위함이었다. 그이는 단식으로 자기 몸을 벗고자 했다. 단식에 의한 죽음은 자살과 같은 난폭한 형식이 아니다. 그 죽음은 느리고 품위있는 에너지의 고갈이고, 평화롭게 떠나는 방법이자, 스스로 위한 것이었다. 안팎으로 그이는 준비를 했다. 그이는 언제나 '기쁘게 살았고, 기쁘기 죽으리. 나는 내 의지대로 나를 버리네.' 라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을 좋아했다. 이제 이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그이는 스스로 육체가 그 생명을 포기하도록 하는 자신의 방법으로 죽음을 준비했다.
나는 동물들이 흔히 택하는 죽음의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어나와 스스로 먹이를 거부함으로써 죽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한 달 동안 그이가 뭔가 마실 것을 원할 때 사과, 오렌지, 바나나, 포도같이 그이가 삼킬 수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주스를 만들어 먹여주었다. 그러자 그이는 "이제 물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이는 병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이 말짱했고, 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몸은 수분이 빠져나가 이제 시들어가고 있었고, 평온하고 조용하게 삶에서 떨어져나갈 수 있었다.
1983년 8월 24일 아침 나는 그이의 침상에 같이 있으면서 조용히 그이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반쯤 소리내어 옛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노래를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나는 그이에게 중얼거렸다. "여보, 이제 무엇이든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가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당신 몫을 다했구요.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세요. 빛으로 나아가세요. 사랑이 당신과 함께 가요.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잘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이는 마치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시험하는 듯이 "좋-아."하며 숨을 쉬고 나서 갔다. 나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갔음을 느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 p228-229
'변방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 백 문 화 권 (0) | 2021.03.06 |
---|---|
조선의 혁명가 김산 (0) | 2021.01.17 |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 (0) | 2020.04.06 |
손녀와 숨바꼭질 (0) | 2020.04.06 |
일광 당산나무 숲 (0) | 2020.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