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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

아름다운 섬, 조도 & 관매도

 
   

광주 송정역 시외버스 정류장
진도항(팽목항)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려 역 대합실을 빠져 나오자 바로 역앞에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무인자판기에서 진도행 버스표를 끊었다. 전남 관내를 1일 관광할 수 있는 26개 남도여행코스를 운행하는 버스도 9시 전후에 출발하고 있었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삼오오 남도여행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좁은 정류장은 제법 붐볐다.
 
전남 도청소재지 목포무안을 거쳐 11시에 진도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인근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군내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널리 알려진 진도항으로 갔다. 그리고 TV화면으로 숱하게 보아온 방파제로 갔다.
 
방파제는 쓸쓸했다.  빨간 등대에는 세월호 노란리본이 선명했고, 빨간 하늘나라우체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바람은 깃발을 찢을듯 격한 울음소리를 내며 불었다. 하지만 바다는 무심한듯 잔물결만 고요하게 일렁거렸다. 
 

진도항-조도-관매도 쾌속선
조도
하조도 돈대산 손가락바위
돈대산 정상 부근 퇴적 점판암 층리

 
오후 2시쯤 조도 창유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민박겸 식당 사장님이 마중나와 있었다. 조도 트레킹여행은 첫날 돈대산을 등산하고, 둘째날에는 사장님의 차량안내로 상조도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고 조도 섬투어를 하기로 했다. 
 
민박집에 배냥을 내리고 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동백나무 숲길을 지나 20분쯤 올라가자 우뚝솟은 거대한 바위가 눈앞을 막아섰다. 손가락바위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실제로 거인의 엄지손가락같았다. 산 능선은 가파른 암벽길이었다. 눈 아래로는 아찔한 절벽이 깍아지른듯 내려다 보였다. 곳곳에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사력암, 그리고 두꺼운 책처럼 층층이 쌓인 점판암이 신기한 바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둥둥 떠 있었다. 섬 밀집도면에서는 우리나리에서 가장 높을 것 같았다. 너른 바다에 섬이 외롭게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섬 사이사이로 바다가 들어 온 것 같았다. 마침 늦은 오후 두터운 구름 사이로  내려온 햇빛이 비추는 바다와 섬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암흑의 섬에 내리는 빛내림의 은총 같기도 했다.  
 
해발 271.8m 돈대산 정상을 거쳐 하산했다. 산행거리는 2.7km 였다. 
 

하조도 돈대산에서 본 섬들
하조도 돈대산에서 본 빛내림
상조도 전망대 일출

 
둘째날 아침 6시 30분. 민박집 사장님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상조도로 갔다. 일출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7시 조금 못미쳐 도리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마침 동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하조도 끝자락 너머 바다에서 해가 떠올랐다. 해뜨는 방향은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다리 끝자락 방향과 일치했다. 막 떠오른 붉은 태양, 칠흑빛 하조도 산자락, 검붉게 변하는 바다 그리고 아치형 다리. 일출이 만들어 내는 일렬의 풍경은 멋지고 감탄스러웠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었다면 그렇게 멋진 일출광경을 못 봤을 것이다.
 
민박집 사장님은 부산사람이었다. 5년전에 조도가 좋아 들어와 민박집과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조도와 관매도 관광 안내도 같이 한다고 했다. 어렵게 터를 잡고 터세를 극복하면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었는데 코로나로 찾는 여행객이 격감해 고생했고, 지금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고 했다. 
 
조도 해안도로를 차로 돌면서 관광 가이드를 했다. 조도는 유인도 35개, 무인도 119개, 총 154개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면단위 행정구역 중 부속섬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섬이다. 인구는 3천명이 안되지만, 한 때 3만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도미·멸치·낙지·전복 꽃게 등의 해산물이 많이 잡히고, 김·미역·매생이·톳을 비롯한 해조류의 양식도 활발하다고 했다. 조도면 일대는 청정지역이며 한류대가 형성되어 어족자원이 풍부하며, 맛도 일품이라고 했다. 밭에 재배되고 있는 작물은 대부분 쑥이었다. 한 때 대파를 재배한 적이 있었으나 쑥이 주작목이 되었고, 소득도 상당하다고 했다.
 
해안도로를 빙빙돌아 섬 남쪽 해안도로로 가니 그 많던 부속섬들은 사라지고 툭터인 푸른 바다가 나타났다. 톳양식장 너머로 두어개 무인도가 보이고 저멀리 바위섬이 흐릿하게 보이는 바다였다. 맹골수도였다. 조류가 맹수처럼 사납고 빠르게 흐른다고 이름 붙여진 위험하기로 악명높은 수로라고 했다. 그곳이 바로 세월호가 침몰한 장소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하조도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와 늦은 아침밥을 먹고 관매도행 배에 올랐다. 배는 톳 양식장 사이로 난 해로를 지나고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다리밑을 지나 남쪽 바다로 나왔다. 멀지않는 곳에 물길 빠른 맹골수도가 있었지만 바다는 맑고 푸르고 너른 호수처럼 잔잔했다. 
 

하조도 해안길에서 본 맹골수도
상조도 쑥밭
톳 고르는 여인들(하조도)
관매도 가는 배위에서 본 바다
관매도 쑥밭
'우실'이라 불리는 돌담

 
관매도 민박집을 찾아갔더니 우리보다 열살쯤이나 많은 노부부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분들도 목포에 갔다가 우리가 타고 온 배를 타고 왔다고 했다. 배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트레킹에 나섰다. 관매도 트레킹 코스는 하늘다리코스, 벼락바위코스, 방아섬코스 그리고 돈대산 등산 코스로 나눠진다. 첫날은 하늘다리 코스와 벼락바위 코스를 다녀 오고 다음날 나머지 코스를 걷기로 했다. 
 
'하늘다리' 가는 길옆 밭에 검은 망이 쳐져 있었다. 뭘까, 궁금해서 가까이가서 보니 쑥밭이었다. 트레킹에서 돌아와 민박집 주인에게 물었더니 바람과 눈 피해를 막기위해 덮어둔 것이라고 했다. 마을은 돌담 마을이었고, 언덕배기에 올랐더니 제법 높은 돌담이 바다를 막고 있었다. '우실'이라 불리는 돌담이었다. 바람을 막고, 재앙을 막고, 상여가 지나가는 죽은자와의 마지막 이별 공간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우실'을 지나자 툭 트인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보는 바다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였다. 수평의 수평선만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전망대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넋나갈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니 가물가물 수평선위에 뭔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인터넷 지도앱을 켜보니 추자도였다. 
 
공돌해변길을 지나고, 너럭바위길을 지나고, 거대한 바위덩어리 틈새길을 지나고 산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늘다리'는 칼로 벤듯 갈라진 바위틈새에 걸처져 있었고, 그 아래는 아찔한 바다였다. '벼락바위'는 벼락을 맞은듯 깍여 있었고, 그 아래로는 집채만한 바위덩어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 옛날 제물로 바쳐진 청년이 몰래 마을처녀와 사랑을 나누다 들켜 벼락을 맞았다는 전설이 있었다. 벼락바위 앞 바다에는 '다리여' 라는 반쯤 잠겨있는 까만 바위섬이 있었는데, 두 남녀가 벼락을 맞아 죽어 변한 바위라고 했다. 그런데 청년을 제물로 바쳤다, 는 전설은 참 귀가 선 얘기였다.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는 전설은 들어봤어도 청년을 제물로 바쳤다는 전설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째서 관매도에서는 처녀가 아닌 청년을 제물로 바쳤을까. 
  

관매도 해안에서 본 바다건너 흐릿한 추자도
관매도 꽁돌
관매도 8경, 하늘다리

 

관매도 8경, 벼락바위 가는 해안길
벼락바위에서 떨어진 바위덩어리들
관매도 8경, 벼락바위
관매도 8경, 다리여
관매도 석양
민박집 저녁 만찬

 
돌아오는 산길 고개마루에서 일몰구경에 한참동안 빠졌다가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직접 담은 김치, 텃밭에서 키운 상추, 전갱이 구이, 톳무침, 미역국 그리고 싱싱한 학꽁치회까지 구미를 확 당기는 상차림이었다. 학꽁치는 민박집 주인이 직접 낚은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반찬에 술이 빠질 수 없어 인근 마트에서 관매도 쑥막걸리 1.8l 한병을 사왔다. 쑥 특유의 향기에 약간 신맛이 도는 막걸리 그리고 부드러운 조선 상추에 학꽁치회 안주. 짜릿하고 환상적인 조화였다. 한잔을 쭉 마시고 회쌈을 먹고 또 마시고... 오랫만에 술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방아섬 일출
방아섬 남근석

 
다음날 아침 6시에 아침밥을 먹고 일찍 트레킹에 나섰다. 섬 아침은 고요하고 상쾌했다. 관매해수욕장 울창한 곰솔숲길을 지나고, 마을 어귀 당산 후박나무를 지나고, 바닷가 이대 숲 터널길을 지나 방아섬에 도착했다. 막 아침해가 섬사이 섬위로 떠올랐다. 멋진 포즈를 잡아 사진을 찍고 오랜만에 물수제비뜨기도 했다. 
 
방아섬은 꼭대기에 남근을 닮은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섬이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그 남근바위를 갖고 방아놀이를 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건너편 바다 건너 섬에는 묘하게 생긴 여근굴이 마주하고 있었다. 조도 민박집 사장 얘기로는 관매도는 남성, 조도는 여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곳 지형은 남성인 관매도가 여성인 상조도와 하조도 두 부인을 두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관매도가 남성이라고 하니, 벼락바위에 제물로 청년을 바쳤다는 전설도 이해가 될 듯했다. 
 
특이하게 관매도 작은 섬에 제법 너른 늪이 형성되어 있었다. 늪에는 억새풀이 무성했고, 부들이 파르르 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관매도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지형이라고 한다. 관매도는 약 1억년전 쯤 경상지역에 형성된 호수의 일부분이었다. 층층 책처럼 쌓여 있는 바위덩어리는 경남 고성 상족암 부근의 바위를 닮았다. 고운 진흙이 쌓이고 쌓여 형성된 퇴적암이 강한 압력을 받아 단단한 점판암 층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땅속 단단한 바위 덩어리가 저수지 역할을 해  지하수가 풍부하고 샘솟아 늪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관매도와 조도는 진도 본섬이 가물어 식수난을 겪을 때도 물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후박나무
관매해수욕장 해송 숲
늪지
바위손
바위솔

 

거미
집 없는 달팽이, 교미중
관매도 돈두산(돈대산)

 
늪지를 지나 돈두산 능선길 산행에 올랐다. 최근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은 것 같았다. 등산로 곳곳에는 거미들이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등산 스틱으로 휘휘 거미줄을 걷어내면서 전진했다. 거미에게 미안한 짓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거미는 등산로의 무서운 폭군이었다. 등산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곤충들의 이동통로다. 거미줄마다 운나쁜 곤충들의 사체가 걸려 있었다. 
 
노란 산국향이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했고, 작은 나비들이 곧 닥칠 겨울을 대비해 얼마남지 않은 꿀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꽃을 찾아 날고 있었다. 느릿느릿 민달팽이 2마리는 낙엽을 침대삼아 대담하게 사랑를 나누고 있었다. 늦가을은 뭇생명에게 바쁜 시련의 시기이면서 새로운 삶을 여는 기회의 시기인 것 같았다.
 
길옆 척박한 돌 틈새에 눈에 익은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이 보여 검색을 해보니 바위솔이었다. 
해발 220m 돈두산을 정상을 지나 하산했다. 
 
2박3일동안 조도와 관매도 여행 친구들과 잘 끝냈다. 
 

관매해수욕장

 

돌아오는 배에서 본 관매도

 
2023. 11. 7∽9. 2박3일 일정으로 진도의 아름다운 섬, 조도와 관매도를 트레킹 여행 다녀왔다.
동행자는 고등학교 친구인 정성배 정철진 오하석.
운 좋게도 사흘 내내 날씨는 좋았다. 당초 6월 하순에 다녀 올 계획이었는데, 그땐  비오고 폭풍이 몰아쳐 배가 뜨지 않아 포기했었다. 이번에도 전날까지는 심한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려 걱정됐는데, 기온은 겨울처럼  내려갔지만 하늘은 맑고 청명해 여행하기에 마침 좋았다. 
 
<11.7>
-  06:21 서울역  KTX,  08:27 광주송정역
-  09:00 송정역시외버스정류장 11:00 진도시외버스터미널
   * 아침겸 점심 식사, 카페 커피
- 12:30 군내버스 13:10 진도항(팽목항)  
- 14:00 진도항  14:40 조도 창유 
 
<11.8>
- 11:00 창유항 12:00 관매도
 
<11.9>
- 12:00 관매도 13:30 진도항 14:10 진도시외버스터미널 17:10 광주유스퀘어버스터미널
   * 진도시외버스터미널 부근 카페 휴식
- 18:35 KTX 광주송정 20:46 용산